[율곡로] 체제수호 카르텔 '혁명수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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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곡로] 체제수호 카르텔 '혁명수비대'

연합뉴스 2026-03-17 09:10:1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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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이란 혁명수비대에 타격 집중…정규군과 균열 노린 이간계

와해 어려운 진짜 이유는…富 독점한 '경제공동체' 속성 때문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선임기자 = 미국과 전쟁 중인 이란은 독특한 군대 편제를 갖췄다. 전통적 국방 임무를 수행하는 정규군과 별도로 '혁명수비대'(IRGC)라는 군 조직이 존재하는 이원화 체제다. 심지어 실제 전력은 정규군보다 혁명수비대가 훨씬 강력한 기형적 모습을 보인다. 이란이란 국가 자체가 신정(神政)이라는 전근대적 체제이고, 혁명수비대는 이 신정 세력을 지키는 결사대이자 체제 수호의 보루여서다.

훈련 중인 이란 혁명수비대원들 훈련 중인 이란 혁명수비대원들

혁명수비대가 서아시아뉴스통신을 통해 제공한 사진.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배포, DB 금지]

정규군은 단순 수치에선 혁명수비대보다 전력이 우위인 듯 보인다. 35만 명 규모로 혁명수비대보다 배 가까이 많고, 예비군도 35만 명에 달한다. 하지만 혁명수비대는 예비 병력(바시지)을 합하면 최대 100만 명까지 상시 동원할 수 있다고 한다. 예산과 무기 체계에선 혁명수비대가 정규군을 압도한다. 정규 예산은 혁명수비대가 3배가량 많고, 그 예산보다도 훨씬 많은 비자금을 자체적으로 굴린다. 정규군은 노후한 전투기, 전차, 군함을 운용하지만, 혁명수비대는 미사일과 드론 등 첨단 비대칭 전력을 독점한다.

그래서 질적으로 혁명수비대는 정규군보다 강하다. 정규군은 굶주리고 혁명수비대는 배를 채우는 모양새다. 게다가 정규군은 징병한 병사들이 대부분이지만, 혁명수비대는 자발적으로 지원한 병력으로 채워졌다. 당연히 군 사기와 충성심도 비교 불가다. 혁명수비대에 자발적 충원이 잘 이뤄지는 근본적 이유는 종교적 이유를 넘어 이란 내 돈줄을 쥐고 흔드는 조직이기 때문이다. 지휘부에서 석유 통제권을 사실상 갖고 주요 기업들도 운영한다. 이란 내 최대 재벌 대기업인 셈이다. 그래서 군대라기보다 이권을 공유한 '경제 공동체'로 규정된다. 혁명수비대를 무너뜨리기 어려운 근본적 이유다.

이런 이유로 현재 미국과 전쟁에서도 '저항의 축'은 정규군이 아닌 혁명수비대다. 보복 능력이 혁명수비대에 집중된 만큼 실질적 반격을 사실상 전담한다. 최근 이스라엘과 아랍 친미 국가들을 향해 드론과 미사일을 날린 것도 혁명수비대다. 국제 경제 목줄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겠다고 위협하는 주체도 그들이다. 이 과정에 정규군의 존재감은 없다. 정규군 안에선 "우리를 총알받이 만들고 혁명수비대가 이권만 지키려 한다"는 불만도 나온다. 전쟁 패배는 혁명수비대원들에게 '생계 수단과 경제적 기득권의 상실'을 뜻한다. 그러니 결사 항전할 수밖에 없다. 심지어 정권이 무너지면 자신과 가족의 목숨마저 위험하다. 최근 봉기한 이란 민중은 탄압에 앞장선 혁명수비대를 증오한다.

이란 혁명수비대 미사일 훈련 이란 혁명수비대 미사일 훈련

혁명수비대가 서아시아뉴스통신을 통해 제공한 사진.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배포, DB 금지]

미국 역시 군사작전 목표가 이란 접수가 아닌 신정 체제 붕괴인 만큼 공격 초점을 혁명수비대에 맞췄다. 특히 이 전략은 이란 군의 모순점을 활용해 정규군과 혁명수비대 간 균열을 키우려는 '이간계'와도 맞물렸다. 최대한 혁명수비대 시설만 골라 타격함으로써 '혁명수비대만 없으면 평화가 온다'는 메시지를 전달 중이다. 민심 이반과 정규군의 반기를 유도하려는 전술이다. 혁명수비대의 군화에 짓밟혔던 반정부 시민이 다시 봉기하고, 불만이 커진 정규군이 혁명수비대에 맞서거나 최소한 지원을 끊게 하려는 것이다. 트럼프 정부는 개전 후 이런 메시지를 노골적으로 이란 국민과 정규군을 향해 발신해왔다. 과거 팔레비 왕조 붕괴 때에도 정규군은 정권 전복 시위를 고의로 방관한 적 있다.

실제로 현재 이란 신정 체제는 안팎에서 붕괴 압력을 받고 있다. 미국의 공습이 장기간 계속되는 가운데 탄약과 의료 지원 부족에 시달리는 정규군과 물자를 독점한 혁명수비대 사이 갈등이 명령 및 지원 거부 등으로 표면화됐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이런 상황에서 만일 대규모 민중 봉기가 재연되면 정규군은 진압을 거부하고 시민 편에 설 확률에 무게가 실린다. 정규군이 '체제' 대신 '나라'를 살리려고 쿠데타를 일으킬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만약 그렇게 되면 이원화된 군부 간 내전 국면이 전개될 수도 있다. 물론 이는 미국이 원하는 시나리오로, 여러 권력이 집중된 혁명수비대가 쉽게 무너지지 않을 거란 전망도 만만치 않다.

혁명수비대는 이념과 종교로 뭉친 군대이자, 이란의 부를 독점하고 배분하는 거대한 카르텔이다. 그래서 서방은 혁명수비대를 테러 집단으로 지정해 제재해 왔지만, 총칼에다 '돈줄'까지 쥔 이란 최대 경제 공동체는 흔들림이 없었다. 외부의 제재든, 내부로부터 개혁 요구이든, 돈의 힘은 내외부 도전을 모두 물리칠 만큼 강력하다. 혁명수비대 소속이 아니더라도 그들 덕에 먹고사는 이란 국민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창설 반세기가 다 되어가는 혁명수비대는 정권 호위무사로 출발해 이제는 이란의 정치, 군사, 경제를 지배하는 '무적 카르텔'로 진화했다. 이번 전쟁의 결말, 그리고 이란 민주화 문제와도 직결된 혁명수비대의 생사에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물기둥에 선체가 찢어지는 이란 호위함 물기둥에 선체가 찢어지는 이란 호위함

[UPI 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lesl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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