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골드베르크 변주곡 연주회…"모든 감정 담아낸 드라마 같은 곡"
"청중에겐 안정감과 위안 줘"…정재승 교수와 뇌과학적 분석 대담도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아리아로 시작해 서른 개의 변주를 거쳐 다시 처음 아리아로 돌아오는 게 꼭 동양의 윤회사상과 같죠."
피아니스트 한지호(34)가 오는 21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바흐의 걸작 '골드베르크 변주곡' 무대를 선보인다. 이번 공연은 아리아와 30개의 변주로 구성된 바흐의 대표작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전곡 연주하는 자리로, 한지호는 깊은 음악적 사유와 순수한 즐거움을 동시에 선사하겠다는 각오를 내비쳤다.
공연을 5일 앞둔 16일 서울 평창동 한 카페에서 만난 한지호는 어릴 적부터 골드베르크 변주곡에 매료돼 오랜 시간 작품을 탐구해왔다고 밝혔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너무 좋아하던 작품이어서, 헝가리 부다페스트 한국문화원에서 상주음악가로 활동할 때부터 꼭 도전해보고 싶었다"며 "그때부터 꾸준히 작품을 연주하며 연구해왔다"고 말했다.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피아니스트들에게는 익숙하지만, 대중에게는 다소 생소할 수 있는 곡이다.
한지호는 "곡의 길이가 80∼90분에 달하지만, 바흐가 베이스를 중심으로 변주를 전개해 곡 전체에 일관된 음악적 맥박이 흐른다"며 "30개의 변주를 통해 인간이 가질 수 있는 모든 감정을 담아낸, 하나의 긴 드라마 같은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작품의 독특한 구조에 대해 "아리아로 시작해 다양한 감정의 변주를 거쳐 다시 아리아로 돌아오는 여정이 마치 집으로 돌아오는 듯한 감동을 준다"며 "실제로 연주를 반복할수록 처음과 마지막 아리아의 해석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교한 수학적 기반 위에 의도적으로 불규칙성을 추가해 음악성과 즐거움을 동시에 추구한 작품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한지호는 "바흐는 정확히 처음과 끝이 같은 구조를 만들었다. 서양 음악에서 이런 반복 구조는 드물다"며 "바흐의 음악은 대위법적, 수학적 규칙을 따르면서도 항상 예외적인 음악적 '서프라이즈'가 있어 예측 불가능한 즐거움을 준다"고 강조했다.
바흐가 이처럼 독특한 구조의 음악을 작곡한 이유는 무얼까. 한지호는 작곡가로서 최상의 경지에 오른 바흐가 자신의 음악 철학을 이 작품에 투영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서양 음악은 보통 극적으로 마무리되지만, 이 곡은 다시 단순한 처음으로 돌아간다"며 "바흐가 동양 사상을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최상의 경지에 도달한 바흐가 음악에 자신의 철학을 풀어놓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에선 연주 후에 골드베르크의 독특한 형식과 작품에 담긴 철학에 대한 대담도 진행된다. 뇌과학자 정재승 카이스트(KAIST) 교수가 한지호와 함께 30∼40분간 이야기를 나눈다.
한지호는 "정재승 교수의 대담을 통해 바흐 음악이 왜 청중에게 안정감과 위안을 주는지, 뇌과학적 관점에서 풀어볼 예정"이라며 "(대담에선) 작품이 일정한 음악적 맥박을 통해 청중에게 편안함을 준다는 점을 흥미롭게 다룰 예정"이라고 했다.
지난해부터 미국 인디애나 음악대학 교수로 재직 중인 한지호는 학생들을 가르치며 연주자로서도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학생마다 재능과 문제점이 달라 (그들의 연주를) 깊이 있게 듣고 파악하려 노력한다"며 "음악을 정말 사랑하고, 자신만의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학생이 결국 가장 크게 성장한다"고 짚었다. 또 피아노 교육이 콩쿠르 위주로 획일화 됐다는 지적에 대해선 "성과보다 음악 자체를 좋아하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지호는 클래식 대중화에 관해서도 "접할 기회가 많아지면 클래식도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학교에서 음악 감상 기회를 늘리는 등 음악을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며 "다양한 시도와 열린 프로그램을 통해 더 많은 이들이 클래식 음악을 즐길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h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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