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데몬 헌터스(K-Pop Demon Hunters)'가 세계 최고 권위의 영화 시상식인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장편 애니메이션상과 주제가상을 받으며 2관왕에 올라 또 하나의 기록을 추가했다.
K-팝을 소재로 한 작품이 오스카에서 수상을 한 것은 이번이 최초로, 골든글로브와 그래미상에 이어 오스카상까지 석권하면서 K-팝의 확장 가능성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도 "김구 선생의 꿈이 현실이 되고 있다"며 우리 문화의 지평이 한층 넓어졌다며 축하의 말을 전했다.
'케데헌'은 15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엔젤레스(LA)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장편 애니메이션상과 주제가상 수상작으로 호명됐다.
매기 강 "이 상을 전세계 모든 한국인들에게 바친다" 이재 "이 상은 성공이 아닌 굴하지 않는 힘"
연출자 매기 강 감독은 '케데헌' 주제곡 '골든'(Golden)이 나오는 가운데 빨간 드레스를 입고 무대에 올라 장편 애니메이션 부문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울먹이는 목소리로 마이크 앞에 선 매기 강 감독은 "나와 같은 모습을 한 분께, 이런 영화에서 우리의 모습을 보게 되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려 죄송하다는 말을 드리고 싶다. 하지만 나는 지금 이 자리에 있고, 이는 다음 세대는 이토록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 상을 한국, 그리고 전 세계에 있는 모든 한국인들에게 바친다"고 말했다.
케데헌 주제곡인 골든을 작사, 작곡한 이재는 "어릴 때는 케이팝을 좋아한다고 놀림을 받았지만 지금은 모두가 한국어 가사로 우리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 이 상은 성공이 아닌 굴하지 않는 힘에 관한 상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
공동 연출자 크리스 아펠한스 감독은 "음악과 이야기에는 문화와 국경을 초월해 우리를 연결하는 힘이 있다"며 "젊은 영화제작자, 예술가, 음악가에게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 달라. 당신의 목소리로 노래하라. 세상이 기다리고 있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케데헌'은 악령 사냥꾼(데몬 헌터스)인 걸그룹 헌트릭스가 사람들의 영혼을 노리는 악령 보이그룹 사자보이즈에 맞서는 이야기를 그린 애니메이션으로, 지난해 6월 공개된 이후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다.
작품 속 OST도 인기를 끌어 '골든'(Golden)은 K팝 장르 최초로 빌보드 싱글 차트 '핫 100'과 영국 오피셜 싱글 차트 '톱 100' 1위를 차지했다.
작품과 주제가는 지난 1월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애니메이션상과 주제가상을 받았고, 지난달 그래미 시상식에선 K-팝 장르 최초로 '베스트 송 리튼 포 비주얼 미디어' 부문을 수상하며 K-팝의 저력을 과시했다.
이 대통령 "우리 문화 가능성 세계 무대서 증명"
이재명 대통령은 16일 '케데헌'의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2관왕을 축하하며 "우리 문화의 지평을 한층 넓혔다"고 평가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엑스(X·구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김구 선생께서 꿈꾸셨던 '높고 새로운 문화의 근원이 되고, 목표가 되고, 모범이 되는 나라'가 어느덧 현실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케데헌은 문화가 국경과 언어를 넘어 세계인의 마음을 연결할 수 있음을 보여준 작품"이라며 "케이팝의 역동적 에너지와 한국적 감성, 그리고 독창적 상상력이 어우러져 새로운 즐거움을 전했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 문화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세계 무대에서 당당히 증명해 주신 메기 강 감독과 모든 제작진, 그리고 '골든'의 작곡가, 프로듀서 여러분께 깊은 감사를 전한다"며 "대한민국과 전 세계의 한국인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큰 자부심을 안겼다"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메기 강 감독의 수상 소감처럼 우리가 주인공인 이야기가 세계의 중심에서 빛나기까지 참 오랜 시간이 걸렸다"며 "그러나 오늘의 성과를 토대로 이제 다음 세대의 창작자들은 더 큰 꿈을, 더 넓은 무대에서, 더 빠르게 펼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골든' 공연서 판소리·전통무용 등장…객석 응원봉 물결
시상식에선 본격적인 수상에 앞서 'Golden(골든)' 무대가 펼쳐지기도 했다. 영화 속 한 장면을 떠오르게 하는 저승사자들의 퍼포먼스로 시작해 한국 전통악기 연주, 판소리, 한복을 입은 무용수들이 선보이는 무용 공연으로 이어지며 시상식 현장을 한국 문화의 화려함으로 채웠다.
한복을 입은 여성 소리꾼이 '케데헌' OST '헌터스 만트라'의 판소리 대목인 "어둠을 밝히려 우리 노래 부르리라, 굳건한 이 소리로 이 세상을 고치리라"를 노래하며 시작했다.
한국어 소감이 나오지 않는 견고한 벽이 있는 미국 영화계의 벽을 넘어 가장 한국적인 공연이 그들 문화의 중심에 선 셈이다. 전통 의상을 갖추 입은 무용수와 북, 사물놀이 악사 등으로 인해 아카데미 시상식이 아닌 한국의 문화 행사라는 착각이 들 정도의 한국적인 무대였다.
곧이어 '케데헌' 주인공인 헌트릭스의 보컬을 맡은 이재, 오드리 누나, 레이 아미가 등장해 '골든'을 열창했다.
극중 헌트릭스의 공연에 수많은 팬이 응원봉을 흔들었던 것처럼 할리우드의 유명 배우들도 응원봉을 밝히며 무대에 호응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엠마스톤 등이 응원봉을 쥐고 있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이 모습을 본 시상식의 한국 중계를 맡은 진행자 안현모는 "헌트릭스가 돌비 극장의 혼문(극 중 악령을 막는 방패)을 봉인한 것 같다"고 말했다.
매기 강 "K-컬쳐가 다른 문화권에서 사랑 받는 점 뜻 깊다"
시상식 이후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케이팝 데몬 헌터스' 팀의 백스테이지 질의응답에서 매기 강 감독은 케데선의 수상이 상징하는 것을 묻는 질문에 "한국 영화와 한국에 관한 영화들이 정말 자랑스럽다. 제작자로서 가장 감격스러웠던 순간 중 하나가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으로 오스카상을 수상하시는 것을 지켜봤을 때"라며 "우리가 한국 문화를 담은 영화로 장편 애니메이션상을 받았다는 사실이 마치 두 분야에서 모두 트로피를 거머쥔 기분이다"라고 말했다.
이후 미래에 대해선 "케이팝이 처음 생겨나기 시작한 90년대부터 팬이었고, 그때부터 케이팝에 대한 내 사랑도 시작됐다. 내가 사랑하는 우리 문화의 모든 면면을 영화에 담아낼 수 있어 영광이고, 그것이 전 세계 다른 문화권에서도 받아들여지고 사랑 받는다는 점이 한국인 제작자로서 매우 뜻 깊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도 애니메이션 분야에서 다양한 문화를 다루는 영화들이 더 많이 나오길 바라며, 특히 애니메이션에서 그런 시도들이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케데헌' 수상소감 중 '뚝' 오스카 강제 중단에 '인종차별' 논란...CNN "참 부끄러운 일"
케데헌이 장편 애니메이션상과 주제가상 2관왕을 차지했지만 주제가상 수상소감이 도중에 끊기며 인종 차별 논란이 일고 있다 .
케데헌의 OST '골든(Golden)'이 주제가상을 수상하자 수상자들이 소감을 이어가던 중 갑자기 퇴장을 알리는 음악이 흘러나오며 발언이 중단됐다.
'골든'을 부른 가수이자 공동 작사·작곡가 이재는 "이 노래는 성공이 아니라 회복에 관한 이야기"라며 "어릴 때 K-팝을 좋아한다고 놀림을 받기도 했지만 지금은 모두가 우리의 노래를 부른다. 정말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이재는 이어 공동 수상자들에게 마이크를 넘겼지만 그 순간 퇴장 음악이 시작됐다. 공동 작사인 마크 소넨블릭과 작곡가 곽중규·이유한·남희동·서정훈 등은 소감을 적은 종이를 들고 말하려 했지만 퇴장 음악은 멈추지 않았고 카메라가 무대 전체를 비추며 다음 순서로 넘어갔다.
한국 진행을 맡은 방송인 안현모는 "수상자가 이렇게 많은데"라며 수상 소감을 준비했던 상황을 언급하며 "앞서 단편영화상 수상소감은 꽤 길게 진행됐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외신도 수상 논란을 문제로 짚었다.
미국 CNN은 "오스카 시상식에서 K-팝 팬들을 분노하게 할 장면이 연출됐다. 이재가 눈시울을 붉히며 마이크를 넘겼지만 곧바로 퇴장 음악이 흘러나왔다"고 보도했다. 이어 "충분한 시간이 주어졌다면 더 위대한 의미있는 순간이 됐을 것이다.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국내 네티즌들은 "수상자가 저렇게 많은데 소감도 못 하게 하는 건 너무하다", "대놓고 인종 차별인가", "너무 무례하다", "앞의 수상소감은 길게 들으면서 왜 여기서 끊느냐" 등 아쉬움을 남겼다.
시상식서 나온 말말말 "모든 전쟁 끝내야" 트럼프 겨냥
미국과 이란이 전쟁 중에 열린 시상식에서는 전쟁 종식과 평화, 표현의 자유에 대한 발언들이 쏟아져 나왔으며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배우 하비에르 바르뎀은 최고의 국제영화 부문 시상자로 나서면서 "전쟁 반대, 팔레스타인에 자유를"이라고 짧게 외쳤다. 가슴에는 스페인어로 '전쟁 반대'(No a la Guerra)라는 문구가 적힌 배지까지 달고 등장해 전쟁을 반대한다는 분명한 뜻을 밝혔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교육 현장의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 부문 상을 받은 '푸틴에 반대하는 모든 사람'의 주인공이자 공동 감독인 파벨 탈라킨도 러시아어로 "별똥별 대신에 폭탄과 드런이 떨어지는 나라들이 있다"며 "모든 아이의 이름을 걸고 지금 당장 모든 전쟁을 중단하라"고 강조했다.
유명 방송인이자 시상자인 지미 키멀은 "아시다시피 어떤 국가의 지도자는 언론의 자유를 지지하지 않는다. 어느 나라인지는 말할 수 없다. 북한과 (미국)CBS만 언급하겠다며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했다.
미 CBS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을 농담 소재로 삼은 토크쇼 '더 레이트 쇼 위드 스티븐 콜베어'의 종영을 결정해 논란이 된 방송사다.
[폴리뉴스 김성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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