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어코리아=조성란 기자] 미국-이란 전쟁 장기화 우려에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넘어섰다. 국제유가도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며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전쟁과 유가, 환율까지 겹치면서 한국 관광 산업에도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는 ‘방한 관광객 3천만 명 시대’를 앞당기겠다는 목표를 내세우며 관광 산업을 국가 성장 전략의 핵심 분야로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 변수들이 동시에 등장하면서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2025년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약 1,893만 명으로 전년보다 15.7% 증가했다. 코로나19 이후 관광 시장이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는 평가다. K-팝과 K-드라마 등 한류 콘텐츠의 영향도 방한 수요 증가에 힘을 보탰다.
하지만 관광업계 분위기는 마냥 낙관적이지 않다. 최근 중동 지역 전쟁과 국제유가 상승, 환율 급등 등 글로벌 변수들이 관광 시장의 새로운 위험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관광 산업은 경제와 정치 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산업이다. 팬데믹 이후 회복 흐름이 이어지고 있지만 지정학적 긴장이 확대되면서 국제 관광 시장의 불확실성이 다시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동 전쟁… 항공 네트워크 흔든다
가장 큰 변수는 중동 전쟁 지속이다. 미국과 이스라엘, 이란 간 갈등이 이어지면서 중동 지역 항공 운항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부 공항 운영이 제한되거나 항공편이 취소되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여행 일정이 지연되는 상황도 나타났다.
중동은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글로벌 항공 허브다. 두바이와 도하, 아부다비 등은 장거리 국제선 환승 거점 역할을 해왔다.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항공편 우회 운항이 늘어나고 운항 시간이 길어질 수 있다. 항공료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이는 장거리 여행 수요 감소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관광업계가 주목하고 있는 부분이다.
한국과 중동을 연결하는 항공 노선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일부 항공사는 운항을 중단하거나 스케줄을 조정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항공 연결성이 흔들리면 글로벌 관광 이동 흐름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인바운드뿐 아니라 아웃바운드 시장도 영향을 받고 있다. 전쟁 여파로 여행 수요가 위축되면서 여행업계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는 분위기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이미 중동 상품 운영을 중단한 상태고 유럽 여행 상품 취소율도 절반에 가까운 수준”이라며 “기존 예약 취소뿐 아니라 신규 예약 감소도 나타나고 있어 대체 여행지 발굴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쟁 이슈로 여행 심리가 위축되는 것이 가장 큰 변수”라고 덧붙였다.
중동 관광객 유치도 변수… 라마단 이후 여행 특수 ‘불확실’
중동 갈등 장기화는 방한 관광 시장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특히 관광업계가 기대했던 중동 관광객 유입 시기에도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이슬람권에서는 라마단 종료 이후 약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 이어지는 장기 휴가 기간에 해외여행 수요가 크게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올해는 항공 노선 축소와 지역 정세 불안이 겹치면서 해당 시기의 여행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중동 관광객 규모는 아직 크지 않다. 한국관광공사 통계에 따르면 2025년 걸프협력회의(GCC) 6개 국가에서 한국을 찾은 관광객은 약 4만 명 수준이다. 전체 방한객의 0.2% 정도다.
그러나 이 시장은 소비 규모가 크고 성장 속도가 빠른 고부가가치 시장으로 평가된다. 의료관광이나 프리미엄 관광 수요가 많아 관광업계에서는 전략적으로 중요한 시장으로 보고 있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중동 지역 정세가 불안정해지면서 항공 스케줄 변동이 잦아 예약 진행 자체가 조심스러운 상황”이라며 “라마단 이후 휴가 기간에 맞춰 계획된 일부 방한 여행도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유가 상승… 여행 비용 부담 커진다
국제유가 상승도 관광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다. 중동 지역 긴장이 확대되면서 국제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
유가 상승은 항공사의 연료 비용 증가로 이어진다. 결국 유류할증료 인상과 항공권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항공료가 오르면 장거리 여행 수요가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특히 유럽과 미주 등 장거리 시장 비중이 적지 않은 한국 관광 산업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
환율 1500원… 17년 만의 고점
환율도 중요한 변수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장중 1500원을 넘어서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약 17년 만에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중동 전쟁 장기화 가능성과 글로벌 금융 불안이 겹치면서 안전자산 선호가 강화된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는 한 환율 변동성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나온다.
환율 변화는 관광 산업에 상반된 영향을 미친다.
원화 가치가 낮아지면 외국인 관광객 입장에서는 한국 여행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해지는 효과가 있다. 반면 환율 변동성이 커지면 글로벌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서 여행 수요 자체가 줄어들 수 있다.
“연평균 16% 성장 필요”… 목표 쉽지 않다
정부는 2027년까지 방한 관광객 3천만 명 달성을 목표로 제시했지만, 이를 위해서는 향후 몇 년간 연평균 약 16% 이상의 방문객 증가세가 지속돼야 한다. 문제는 관광 산업이 글로벌 경제와 정치 상황에 크게 영향을 받는 산업이라는 점이다.
전쟁과 항공 네트워크 변화, 국제유가 상승, 환율 변동, 글로벌 경기 둔화 등 외부 변수들이 동시에 발생할 경우 관광 수요는 크게 흔들릴 수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