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권신영 기자】스토킹 범죄가 살인 등 강력범죄로 이어지는 사례가 반복되면서 잠재적 가해자에 대한 선제적 관리와 통제 수단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입법을 통해 고위험군 가해자에 대한 접근 제한과 감시, 보호유치 등 보다 강력한 사전 조치가 가능하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16일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25년 여성폭력통계’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스토킹 범죄 사건은 약 28% 증가했다. 스토킹은 반복적 위협과 감시를 넘어 살인 등 강력범죄로 이어질 위험이 큰 만큼 피해자 보호를 넘어 잠재적 가해자에 대한 선제적 통제 수단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우려는 지난 14일 경기 남양주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으로 현실화됐다. 이날 오전 8시 58분쯤 남양주시 오남읍 한 길거리에서 40대 남성이 20대 여성을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범행 후 도주한 남성은 약 1시간여 만에 검거됐다.
가해자는 피해자에 대해 전화·문자·SNS 등 전기통신을 이용한 연락이 금지된 상태였고 주거지와 직장 등 100m 이내 접근도 제한받고 있었다. 피해자는 경찰 신변보호 대상자로 스마트워치를 지급받은 상태였다.
하지만 스마트워치도 범행을 막지 못했다. 피해자는 숨지기 직전인 14일 오전 8시 57분경 스마트워치의 ‘긴급 신고’ 버튼을 눌렀지만 경찰이 도착하기 전에 숨을 거뒀다. 가해자는 당시 전자발찌를 착용하고 있었지만 이는 이번 스토킹 사건이 아니라 별도의 성범죄 사건에 따른 조치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A씨의 전자발찌는 과거 다른 성범죄로 인한 것이어서 피해 여성의 휴대전화와는 연동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사건 이후 일각에서는 가해자가 전자발찌를 착용한 상태였음에도 경찰이 범행을 막지 못했다는 점을 들어 경찰의 안이한 대응을 지적하며 전자발찌와 피해자 보호 장치 간 연계 부재를 제도적 허점으로 꼽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전자발찌와 경찰의 대응은 전혀 관계가 없으며, 전자발찌와 스마트워치를 단순히 연계하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시각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짚는다. 현재 전자발찌는 법무부 산하 보호관찰소가, 스마트워치 등 신변보호 조치는 경찰이 각각 운영하는 등 관리 주체와 목적, 운용 방식이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오윤성 교수는 “전자발찌와 스마트워치를 통합하거나 운영 체계를 바꾸려면 관련 법적 근거와 예산, 관리 주체 설정 등 제도 전반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며 “단순히 장비를 연결하는 수준의 문제가 아니라 행정 체계와 권한 구조가 얽혀 있어 쉽게 추진하기 어려운 사안”이라고 했다.
즉 전자발찌를 경찰이 직접 관리하는 구조가 아닌 만큼 이번 사건을 두고 ‘왜 전자발찌 착용자를 경찰이 제대로 통제하지 못했느냐’는 식의 접근은 행정 체계를 고려하지 않은 비판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가해자에게 부착한 감시 장치와 피해자에게 지급된 보호 장치만으로는 돌발적인 강력범죄를 막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을 문제의 본질로 지적했다.
스마트워치는 위급 상황에서 경찰에 신고하고 위치를 전달하는 데 효과가 있을지라도 갑작스러운 흉기 공격처럼 짧은 시간 안에 벌어지는 범행을 물리적으로 차단하기는 어렵다. 실제로 이번 사건에서도 피해자가 스마트워치를 지니고 있었으나 참극을 피하지 못했다.
결국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피해자 보호 장치 보강에만 머물 것이 아니라 고위험군으로 판단되는 잠재적 가해자에 대한 선제 조치를 강화하는 방향의 입법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오 교수는 “스마트워치든 전자발찌든 현재 제도만으로는 접근 자체를 원천 차단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보호 유치나 접근 시 즉각 제지할 수 있는 보다 강한 조치가 가능하도록 제도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이 과정에서 인권 문제와 법적 근거, 관리 주체 설정 등도 함께 풀어야 할 과제”라고 덧붙였다.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곽대경 교수 역시 “잠재적으로 범죄를 저지를 우려가 있는 사람을 조기에 파악하고 대응하려면 개인정보 접근이나 행동 감시에 대한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며 “개인의 인권 보호와 사회 안전 사이에서 균형을 맞출 수 있는 입법 논의가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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