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스경제 곽호준 기자 | 넘치는 개성만큼 비범한 면모가 많다. 완전변경(풀체인지)을 거친 푸조 '3008'은 유연한 골격을 밑바탕 삼아 스타일까지 멋진 도심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의 집약체로 돌아왔다.
4000만원대 SUV, 선택지가 정말 다양하다. 국산차는 투싼, 스포티지도 있고 중형급인 쏘렌토도 있다. 욕심만 내려두면 아홉 명까지 앉을 수 있는 팰리세이드도 좋을듯 하다. 그러나 굳이 국산차를 고집할 필요가 없다면 살짝 눈을 돌려도 좋다. 비슷한 가격대로 훨씬 개성 넘치는 차량 선택이 가능하니까. 특히 평범한 도심형 SUV를 거부한다면 푸조 3008이 좋은 예다.
▲ STLA 미디엄 플랫폼…차체 키우고 실내 공간 확장
현행 3008은 3세대 모델이다. 지난 2017년 선보인 2세대 이후 8년 만에 탈바꿈하며 지난해 7월 국내에 상륙한 신형이다. 뼈대는 스텔란티스의 차세대 전동화 플랫폼 'STLA(스텔라) 미디엄'을 밑바탕 삼았다. 이는 차체의 길이와 휠베이스를 각각 최대 4.99m, 2.9m까지 확장할 수 있고 내연기관부터 전기차까지 다양한 파워트레인 적용이 가능할 정도로 호환성이 뛰어나다.
외모는 신선한 프렌치 스타일을 자랑한다. 한국자동차전문기자협회와 한국자동차기자협회의 평가에서 모두 '올해의 디자인' 부문을 수상할 만하다. 맹수의 눈처럼 매서운 헤드램프, 사자 발톱을 형상화한 날카로운 3개의 LED 주간주행등(DRL), 그물망 패턴 그릴 등 볼거리가 가득하다. 게다가 새 플랫폼으로 덩치도 한층 키웠다. 차체 길이·너비·높이는 각각 4545x1895x1650㎜로 2세대보다 무려 90㎜ 길고 50㎜ 넓으며 20㎜ 높다. 전체 길이 대비 넓은 차폭 덕분에 이미지보다 차체가 한층 넓어 보이고 안정감 있는 비율을 뽐낸다.
내부도 감성 충만한 외모처럼 개성 넘친다. 라이벌 티구안의 다소 밋밋한 인테리어와 비교하면 무척 감각적이다. 전반적인 분위기는 마치 콘셉트카의 실내를 보는 듯한 미래지향적인 인테리어를 연출했다.
이른바 '파노라믹 아이-콕핏'이라 불리는 21인치 대형 와이드 커브드 디스플레이가 매력 포인트. 마치 대시보드 위에 떠 있는 듯한 플로팅 타입으로 꾸몄다. 센터패시아에는 총 10가지의 즐겨찾기 기능을 수행하는 터치식 디스플레이가 자리하며 센터콘솔에는 즉각적으로 조작해야 할 물리 버튼을 마련해 구성이 직관적이다.
계기판(클러스터)도 크기만큼 시원시원하다. 대부분의 차는 운전대 사이로 계기판이 보인다. 그러나 푸조는 특유의 아담한 스티어링휠 크기 탓에 위쪽에 보인다. 일단 적응만 하면 헤드업 디스플레이처럼 보기 편하다. 심지어 운전자의 입맛에 맞는 다양한 인터페이스를 제공한다. 개인적으로 좌측에 엔진회전수(RPM), 중앙은 속도계, 우측에는 차량 그래픽이 배치된 정보가 마음에 든다. 주행에 필요한 대부분의 기본 정보는 물론 배터리 잔량과 충전 및 사용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인포그래픽이 직관적이고 시인성이 좋다.
편의 사양도 풍부하다. 나파 가죽으로 뒤덮은 앞좌석은 '어댑티브 볼스터' 기능을 적용, 옆구리와 허벅지 부위를 두툼하게 빚어 탑승자를 포근하게 감싼다. 여기에 통풍·열선은 물론 마사지 기능까지 지원할 정도로 갖출 건 다 갖췄다. 수납 공간인 센터콘솔박스는 고급차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냉장고(쿨링) 기능도 수행한다. 안쪽에 수동식 레버로 조작해야 하고 에어컨을 켜야만 사용 가능하지만 냉장 기능이 준수해 더운 여름철에도 음료나 과일 등을 신선하게 보관할 수 있을 정도다.
다만 기본 탑재된 톰톰(TomTom) 내비게이션은 개선이 필요하다. 가령 과속카메라(이동식 포함)를 인식하지 못하거나 안내 경로로 주행하다 보면 진입 불가한 도로를 안내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결국 미러링(안드로이드 오토, 애플 카플레이 등) 기능으로 스마트폰 내비게이션을 필수로 사용해야 하기에 사실상 장식에 불과하다. 국내 도로 환경에 걸맞은 성능 업그레이드를 하거나 스텔란티스코리아의 일부 모델에서 사용하는 티맵을 내장한다면 차량 완성도가 한층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차체가 커진 덕분에 실내 공간감도 넉넉하다. 새 플랫폼의 효과로 휠베이스는 2730㎜, 이전 세대 대비 55㎜나 늘었다. 덕분에 뒷좌석은 덩치 큰 남성이 앉아도 무릎·머리 공간 모두 부족함이 없다. 아울러 폭신한 쿠션을 자랑해 착좌감이 기대 이상으로 편안하다. 트렁크 기본 용량은 VDA 기준 588ℓ로 라이벌 티구안(615ℓ)보다 소폭 작지만 2열 시트를 모두 폴딩하면 1663ℓ까지 확보된다. 2열 시트가 4:2:4로 나뉜 독립식이기에 하나씩 나눠 폴딩이 가능하고 바닥처럼 평평하게 접을 수 있어 쓰임새도 좋다.
▲ 스마트 하이브리드…도심 중심 효율성 돋보여
3008의 핵심은 파워트레인이다. 이 차에는 직렬 3기통 1.2ℓ 가솔린 퓨어테크 엔진과 48V 리튬이온배터리, 전기모터가 결합된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MHEV)'이 탑재된다. 일명 '스마트 하이브리드'라 불리는 시스템으로 하이브리드 전용 6단 듀얼클러치미션(DCT)과 맞물려 앞바퀴를 굴린다. 합산 시스템 최고 출력은 145마력. 참고로 엔진의 최고 출력은 136마력, 최대 토크는 23.5kg·m이며 전기 모터의 최고 출력은 21마력, 최대 토크는 5.2kg·m다.
수치가 말해주듯 가속 성능은 느긋하다. 시종일관 힘차게 밀어붙이는 타입이 아닌 출발부터 전기 모터의 도움을 받아 묵직하게 속도를 붙인다. 비교적 출력과 토크 반응이 경쾌한 국산차에 익숙하다면 속도를 올릴수록 출력에 대한 갈증을 느낄 수 있다. 주행 모드는 에코, 노멀, 스포츠 3가지. 이따금 고속도로에서 스포츠로 변경해 추월해야 할 때도 있다. 효율에 초점을 맞춘 에코는 출력과 힘을 다소 제한하기 때문에 정체가 심한 도심 주행 등에 어울린다.
그래서 스마트 하이브리드는 에코 모드와 잘 맞는다. 이 시스템은 고속보단 저속 주행에 최적화돼 있기 때문인데 핵심은 효율의 극대화다. 저속에서는 전기 모터 구동과 회생 제동으로 에너지 회수를 적극 수행한다. 특히 '꽉꽉' 막히는 도심 정체구간에서 전기 모터의 활용이 돋보인다. 별도의 조작 없이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는 것만으로도 다양한 전기 주행 모드(e-크리핑, e-론치, e-큐잉, e-파킹 등)가 작동돼 시동·출발·정차 시 마치 전기차처럼 모터만으로 구동한다.
동시에 체력 회복 속도가 빠르다. 3008에 탑재된 0.89kWh의 배터리는 용량이 작은 대신 강도 높은 회생제동으로 거둬들이는 에너지양이 많다. 덕분에 관성 주행이나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정체구간에서 배터리의 충전 속도가 눈에 띌 정도로 빠르다. 이것이 이 차가 복잡한 도심 환경에서 진가를 발휘하는 이유다. 이는 효율과도 직결된다. 이 특성을 활용해 발 컨트롤만 잘해도 효율 좋기로 소문난 하이브리드차 못지않은 연비를 맛볼 수 있다.
제원상 공인 복합 연비는 리터당 14.6km로 준수하다. 실제 시승하는 동안 591km를 주행하며 얻은 최종 복합 연비는 리터당 14.5km였다. 차가운 기온에 특별히 효율을 의식하지 않고 도로 흐름에 맞춰 달렸음에도 공인 수치에 근접한 수준을 보였다. 만약 전기모터의 구동 특성을 이용한 경제 운전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보다 훨씬 높은 수치를 기록했을 것으로 보인다.
서스펜션은 앞 맥퍼슨 스트럿, 뒤 트위스트 빔(토션빔) 구조로 이뤄졌다. 쓰인 재료는 여느 제조사의 동급 차량과 큰 차이 없지만 느껴지는 감칠맛은 전혀 다르다. 무엇보다 타이어 공기압에 관계없이 뒤쪽 승차감이 다소 통통 튀던 2세대와 차원이 다르다. 묵직한 하체 성향 탓에 노면에서 전해지는 진동이나 충격이 클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커다란 방지턱도 유연하게 넘어간다. 불규칙한 노면이나 도로의 이음새에서 전해지는 자잘한 진동조차 상쇄하는 능력이 기대 이상이다.
매력적인 스타일과 파워트레인을 갖춘 3008의 가격은 꽤 합리적이다. 스텔란티스코리아는 3008의 국내 책정 가격을 글로벌 주요 시장 대비 최저가 수준으로 제시했다. 트림별로 개별소비세 인하 혜택 적용 기준 알뤼르 4425만1000원, GT 4916만3000원이다. 방실 스텔란티스코리아 대표는 "본사와 치열한 협의 끝에 이뤄낸 글로벌에서 가장 저렴한 가격으로 2세대 모델과 동일한 가격대에 책정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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