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현대카드 본사 교육장. 노트북을 앞에 둔 팀장급 이상 리더들이 생성형 인공지능(AI)에 명령어를 입력하자 방대한 소논문이 몇 초 만에 요약됐다. 이어 간단한 프롬프트를 입력하자 게임 프로그램의 기본 구조가 1분도 채 되지 않아 화면에 구현됐다. 금융회사 관리자들이 코딩 기반 AI 도구를 직접 다루는 모습은 전통적인 금융사 연수원이 아니라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의 개발 교육장을 떠올리게 했다.
해당 교육을 직접 받은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현대카드·커머셜 리더 수백 명은 이달까지 4시간짜리 '바이브 코딩' 수업을 의무적으로 이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리더들이 직접 코딩을 수행할 일은 많지 않겠지만 관리자가 기본 원리를 이해해야 실무진과 원활히 소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바이브 코딩은 전문적인 프로그래밍 지식 없이도 자연어 명령어(프롬프트)만으로 AI가 코드를 작성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교육장에서는 참석자들이 직접 프롬프트를 입력하며 문서 요약, 데이터 정리, 간단한 프로그램 구현 등을 실습하는 방식으로 수업이 진행됐다.
비개발 직군도 소프트웨어를 직접 구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최근 기업 현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정 부회장의 구상은 단순한 기술 체험을 넘어 금융사 리더의 핵심 역량을 '직관' 중심 의사결정에서 '데이터 설계 능력' 중심 의사결정으로 전환하겠다는 데 있다.
이 같은 AI 문해력(AI Literacy) 강화는 글로벌 기업들 사이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흐름이다. 인공지능이 보고서 작성, 정보 검색, 데이터 분석, 상품 기획 등 기업 업무 전반에 빠르게 스며들면서 임직원들이 AI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활용하느냐가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글로벌 기업들은 임직원 대상 AI 교육을 조직 차원에서 확대하고 있다. 미국 유통 기업 월마트는 올해 초 전 임직원 약 160만명을 대상으로 오픈AI 인증 프로그램 교육을 시작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 역시 올해 초 경영진을 대상으로 한 AI 교육 프로그램 CxO 에지(Edge)를 출시하며 리더들을 대상으로 AI 기반 의사결정 역량 강화를 강조하고 있다.
이는 글로벌 금융사들 움직임과도 유사하다. JP모건은 2025년 기술 투자 예산 180억 달러 가운데 상당 부분을 AI 업스킬링(Upskilling)에 배정하고 임직원 성과 평가에도 AI 활용도를 반영하기 시작했다.
업계에서는 현대카드의 이번 교육을 카드사를 넘어 '데이터 기반 플랫폼 기업'으로 전환하기 위한 전략적 포석으로 보고 있다. 현대카드는 자체 개발한 AI 플랫폼 '유니버스'를 일본 SMCC에 수출하기도 했다. 리더들의 AI 역량 강화는 데이터 기반 마케팅과 금융 서비스 고도화를 위한 내부 인프라 구축 작업이라는 평가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전까지 금융사 관리자 교육이 리스크 관리나 영업 전략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AI 활용 능력이 핵심 리더십 역량으로 부상하고 있다"며 "현대카드의 시도는 금융권에서도 비교적 빠른 움직임에 속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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