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문무대왕면 봉길리 앞바다, 해변에서 약 200m 떨어진 수평선 위로 바위섬 하나가 솟아 시선을 붙잡는다. 신라 제30대 문무왕이 잠든 수중릉, 문무대왕릉이다. 삼국통일의 대업을 완수하며 신라의 기틀을 다진 문무왕은 죽어서도 용이 되어 왜구로부터 나라를 지키겠다는 유언을 남겼다고 전해진다. 그 염원을 품은 듯, 차가운 바닷속이 아니라 햇살이 부서지는 동해 위 바위섬은 지금도 묵묵히 파도를 맞는다.
경주 문무대왕릉 일출 / 연합뉴스
문무대왕릉은 ‘대왕암’으로도 불린다. 이 수중릉에는 신라인들의 지혜와 예술적 감각이 함께 스며 있다. 자연 암반을 그대로 활용하면서도 내부에는 동서남북 방향으로 인공 수로를 내 바닷물이 드나들게 했다. 동쪽에서 들어온 물이 서쪽으로 흘러 나가도록 설계한 덕분에, 무덤 내부의 수면은 비교적 잔잔하게 유지된다고 알려져 있다. 겉으로는 자연 그대로의 바위섬이지만, 그 속에는 치밀한 구조와 상징이 겹겹이 자리한 셈이다. 자연 암초를 정교하게 가공하여 조성한 이러한 형태의 수중릉은 전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사례로 평가받는다.
경주 문무대왕릉 / 경주시 문화관광 홈페이지
경주시는 2027년까지 문무대왕릉의 역사적 가치를 높이고 관람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350억 원을 투입해 ‘문무대왕릉 성역화 사업’을 추진한다. 문무대왕릉 일대에는 넓은 공원과 해안 탐방로가 새롭게 조성되고, 방문객 편의를 위한 각종 시설과 경관 조명도 확충될 예정이다. 역사 교육과 관광이 어우러진 복합 문화 공간으로의 변화를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공간의 성격 자체가 한층 뚜렷해질 전망이다.
문무대왕릉은 별도의 입장료가 없고 관람 시간제한도 없어 언제든 찾아갈 수 있다. 다만 해안가에 자리한 만큼 기상 상황에 따라 관람 여건이 달라질 수 있어 방문 전 날씨를 확인하는 편이 좋다. 인근에는 문무왕을 기리기 위해 아들 신문왕이 세운 감은사지도 있어 함께 둘러보기에도 적합하다.
경주 문무대왕릉 / 경주시 문화관광 홈페이지
천년의 시간을 품고 동해를 마주한 문무대왕릉은 성역화 사업을 통해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찾아온다. 파도 소리를 들으며 해안 탐방로를 걷는 동안 신라의 웅대한 기상과 한 왕의 나라 사랑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그 순간들이 특별한 여정을 완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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