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가 전장이 됐다... '한국판 스페이스X' 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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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가 전장이 됐다... '한국판 스페이스X' 전실

위키트리 2026-03-16 11:22: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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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시스템 제공

한화시스템이 지난해 11월 조용히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주식 56만 6635주를 599억 원에 사들였다. 전체 지분의 0.58%에 불과하지만 방산·우주 업계는 이 거래에 주목한다. 숫자 너머의 의미가 크기 때문이다. 우주가 새로운 전장으로 부상하고,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가 민간 우주산업과 방산 솔루션을 동시에 장악하는 시대에 한국도 더 이상 관망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이 작은 지분 취득에 겹쳐 읽히고 있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한화시스템은 지난 13일 제출한 사업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지분 취득 사실을 처음 공개했다. 5% 미만 지분은 대량 보유 공시 의무 대상이 아니어서 수개월이 지나서야 알려진 것이다. 13일 종가 기준으로 해당 지분의 평가액은 1035억 원에 이른다. 한화 계열사가 KAI 지분을 보유하는 것은 2018년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KAI 지분 5.99%를 전량 매각한 후 7년여 만의 일이다.

KAI 한국항공우주산업 제공

KAI는 국내 항공우주산업의 핵심 축을 담당하는 기업이다. 1999년 삼성항공·대우중공업·현대우주항공의 항공 부문이 통합되며 설립됐다. 현재는 경남 사천에 본사를 두고 있다. T-50 고등훈련기, 수리온 헬기, 한국형 전투기 KF-21 보라매 등 국내 핵심 군용기 개발을 주도해왔으며 차세대 중형위성 개발·양산과 정지궤도복합위성, 다목적실용위성 본체·시스템 개발을 이끌며 중대형급 위성 기술도 갖추고 있다. 단순한 항공기 제조사를 넘어 위성·우주 분야까지 역량을 확장해온 방산·우주 복합 기업이다. 현재 최대주주는 지분 26.41%를 보유한 한국수출입은행이다. 국민연금공단이 8.20%를 보유하고 있어 정부 지분이 사실상 30%를 넘는 준공공 기업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한화시스템은 이번 주식 취득에 대해 '일반 투자'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업계의 시각은 다르다. 단기적 수익을 노린 재무적 투자가 아니라 KAI와의 전략적 협력 관계를 제도적으로 공고히 하려는 포석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KAI는 지난달 방산·우주항공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첨단 엔진 국산화, 수출용 무인기 공동 개발 등을 협력 과제로 확정했다. 지분 참여와 MOU가 연달아 이뤄지면서 양사의 결속이 단순한 프로젝트 협력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이 모든 흐름의 배경에는 전장 환경의 근본적 변화가 있다. 미국은 2018년부터 육해공은 물론 우주·사이버 공간을 통합해 작전을 수행하는 전 영역 작전 개념을 강조했고 2019년 우주군을 창설했다. 통신위성·정찰위성·조기경보위성 등 핵심 정보의 취득과 유통이 모두 우주 기반으로 재편됐고 우주군은 미군 내 핵심 전력으로 자리매김했다. 독일·캐나다 등 주요국들도 군용 위성통신 서비스 구축에 나서며 전장 영역을 우주로 확대하는 추세다. 이 흐름의 정점에 있는 것이 스페이스X다. 2002년 설립된 스페이스X는 위성 발사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추며 민간 우주산업의 판도를 바꿨고, 지금은 위성 인터넷에서 방산 솔루션까지 아우르는 복합 안보 기업으로 성장했다.

한국에서도 이에 대응할 '한국판 스페이스X'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화와 KAI가 '최적의 조합'으로 거론되는 이유는 두 기업의 역량이 상호 보완적으로 맞물리기 때문이다. 한화는 2021년 '스페이스 허브'를 출범시키며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발사체, 한화시스템의 위성 제조, 위성 영상 판매로 이어지는 수직 계열화를 구축해왔다. 여기에 KAI의 위성 개발 역량과 관련 데이터 분석 기술이 더해지면 '발사-위성-데이터-서비스'로 이어지는 우주 밸류체인을 국내 민간기업이 처음으로 완성하게 된다. 업계는 설계·운영 전반을 통합적으로 주도하며 반복 발사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구조를 얼마나 신속하게 구축하느냐가 우주산업 경쟁력의 핵심이라고 본다. 한국판 스페이스X가 완성돼야 비로소 산업 생태계 형성과 해외 진출의 발판이 마련된다는 것이다.

KAI 한국항공우주산업 제공

한화와 KAI는 협력과 경쟁을 동시에 이어온 관계이기도 하다. KF-21 사업 등에서는 긴밀한 파트너로 협력해왔지만 초소형위성 체계 개발 분야에서는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이번 지분 취득이 경쟁 요소를 협력 구도로 흡수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여기에 KAI의 민영화 논의까지 겹치며 지분 취득의 의미는 더욱 복잡하게 읽힌다. KAI는 현재 리더십 공백이 장기화한 데다 부채비율이 450%에 달하는 등 재무적 우려가 커지고 있어 경쟁력 강화를 위한 민영화 필요성이 대두하고 있다. 실제로 2023년 한화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추진 당시에도 KAI 인수설이 제기된 바 있다. 이번 지분 취득이 KAI 인수를 향한 포석으로도 읽힐 수 있는 이유다.

한화는 2015년 삼성테크윈·삼성탈레스, 2016년 두산DST, 2023년 대우조선해양을 잇달아 인수하며 육해공을 아우르는 방산 포트폴리오를 구축해왔다. 한화와 KAI의 사업 영역이 대부분 보완 관계에 있어 중복·독과점 이슈에서 자유롭다는 점을 고려하면, 우주 부문이 한화 방산 포트폴리오의 '마지막 조각'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KAI 민영화 시 한화가 최적의 시너지를 발휘할 파트너로 부상할 것이란 전망이 일각에서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0.58%의 지분이 던진 질문이 작지 않다. 한국이 우주 전장 시대에 독자적인 산업 생태계를 갖출 수 있느냐의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KAI 센터의 모습 / KAI 한국항공우주산업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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