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중앙화 구조, 화폐 시스템을 파편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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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중앙화 구조, 화폐 시스템을 파편화 한다"

한스경제 2026-03-16 11: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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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한스경제 전시현 기자 | 가상자산 시장이 '탈중앙화'를 미래 금융의 핵심 가치로 내세우는 가운데 국제 금융의 본산이 그 논리에 제동을 걸었다. 16일 국제결제은행(BIS)이 공개한 '토크노믹스와 블록체인 파편화' 보고서에 따르면 탈중앙화 구조가 오히려 화폐 시스템을 수십 조각으로 쪼갠다는 사실을 수학적으로 증명해 업계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 검증인 늘수록 수수료도 덩달아 올라

BIS 수석 경제고문 현송신 프린스턴대 교수는 이번 보고서에서 블록체인의 구조적 결함을 "우리가 은행에서 돈을 보낼 때 수수료가 저렴한 건 국가가 인정한 믿을 수 있는 기관, 즉 은행이 거래를 보증해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비트코인·이더리움 같은 블록체인은 "어떤 기관도 믿지 말고 모두가 함께 확인하자"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문제는 이 검증인(거래를 확인해주는 사람)들이 공짜로 일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네트워크가 분산될수록 즉 검증인이 많아질수록 이들에게 줘야 할 보상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현 고문은 이를 수식으로 증명했다. 합의에 참여하는 검증인 비율이 100%에 가까워질수록 보상 비용은 무한대로 치솟는다. "완전한 탈중앙화는 수학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결론이다.

▲ NFT 살 때 수수료 왜 그렇게 비쌌나

이 막대한 비용은 결국 사용자 수수료로 고스란히 돌아온다. 이더리움에서 돈을 보낼 때 내야 하는 '가스비'가 바로 그것이다. NFT 열풍이나 디파이(DeFi·탈중앙화 금융) 붐이 일 때마다 이더리움 수수료가 건당 10만~20만원까지 치솟은 건 우연이 아니다.

현 고문은 "블록체인의 혼잡은 설계상 결함이 아니라 의도된 특징"이라고 단언했다. 수수료가 폭등하자 사람들은 더 싼 곳을 찾아 솔라나·트론·BNB 체인으로 옮겨갔고 그러자 이번엔 그곳이 붐비며 또다시 수수료가 오르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지난해 말 기준 이더리움·솔라나·트론 세 곳이 각각 연간 5000억~6000억원의 수수료 수익을 거둘 만큼 시장은 이미 잘게 쪼개져 있다. BIS는 이를 '블록체인 파편화'라고 부른다.

▲ 이름은 같아도 서로 못 쓰는 코인… "서울 돈, 부산선 환전해야"

파편화의 폐해는 스테이블코인에서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스테이블코인이란 달러처럼 실물 자산에 연동된 가상자산으로 해외 송금이나 디지털 결제에 폭넓게 쓰인다. 미국 핀테크 기업 서클(Circle)이 발행하는 USDC는 이더리움과 솔라나 두 곳 모두에 존재한다. 그러나 이 둘은 사실상 다른 돈이다. 각 블록체인의 장부(원장)가 따로따로여서 서로 직접 주고받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현 고문은 "서울에서 쓰이는 원화를 부산에서는 다른 환율로 바꿔야 쓸 수 있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두 체인을 연결해주는 '브릿지' 서비스가 있긴 하지만 추가 수수료와 긴 처리 시간을 감수해야 하고 해커들의 집중 표적이 돼 수조원대 피해가 발생한 전례도 있다. 돈의 가장 기본 조건인 '단일성', 즉 어디서나 똑같이 쓸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 자체가 무너진 셈이다.

▲ BIS "결국 국가가 관리해야 진짜 돈"

BIS의 해법은 명확하다. 이 문제는 기술이 부족해서 생긴 게 아니라 탈중앙화 구조 자체에 박힌 경제적 모순이기 때문에 기술 개선만으로는 절대 풀 수 없다는 것이다. BIS가 내놓은 대안은 중앙은행 주도의 '통합 원장(Unified Ledger)'이다.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 시중은행 디지털 예금, 각종 디지털 자산을 하나의 공용 플랫폼 위에 올려놓자는 구상이다. 

서울 시내 모든 쇼핑몰이 하나의 통합 결제 시스템을 쓰듯 어느 서비스를 이용하든 같은 돈으로 자유롭게 쓸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핵심은 신뢰를 누가 제공하느냐다. 블록체인은 불특정 다수의 합의로 신뢰를 만들려 하지만 그 비용은 파편화로 돌아온다.

반면 중앙은행은 수백 년의 역사와 국가 신용을 바탕으로 별도 비용 없이 신뢰를 제공한다. 현 고문은 "잘 작동하는 화폐 시스템엔 반드시 '신뢰의 닻(Trust Anchor)'이 필요하다"며 "그 역할을 해온 것이 중앙은행이고 디지털 시대에도 이 원칙은 변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 가상자산 업계 "BIS 분석, 현실 모른다" 반발

이에 대해 가상자산 업계는 즉각 반발하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BIS의 분석은 레이어2 기술 발전을 반영하지 못한 구시대적 시각"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중앙은행 주도 통합 원장은 결국 금융 감시와 개인정보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며 "탈중앙화의 가치를 단순히 비용 문제로만 환원하는 것은 무리"라고 반박했다.

이번 보고서의 파장은 국내에도 직접 미친다. 한국은행도 CBDC, 즉 디지털 원화 도입을 검토 중이어서 BIS의 '통합 원장' 구상과 정책 방향이 맞닿아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번 BIS 보고서는 디지털 원화 도입 필요성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다"며 "탈중앙화의 비용 구조를 수학적으로 증명한 것은 의미 있는 연구"라면서 "CBDC 도입 논의를 가속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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