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팩토리와 자동화 공정의 상징인 '산업용 로봇'이 현장 노동자들에게는 오히려 심각한 노동인권 침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국가적 경고등이 켜졌다. 생산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도입된 기술이 노동자들에게는 해고에 대한 공포와 물리적 안전사고라는 이중고를 안겨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 자리는 로봇의 것"… 고용 불안의 구조적 확산
16일 국가인권위원회가 공개한 '산업구조 변화에 따른 노동인권 증진 방안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산업용 로봇 및 2차전지 산업 노동자의 약 90%가 자동화로 인한 고용 불안을 겪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가 지난해 노동자 500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2%가 이미 로봇 공정을 직접 경험하고 있었으며 이 과정에서 심리적 위축이 심화되고 있음이 확인됐다.
구체적으로 '자동화로 인해 일자리가 줄거나 직무가 바뀔 수 있다'는 불안감을 느끼는 비율은 '가끔'(32.0%), '자주'(23.2%), '매우 자주'(10.4%)를 포함해 압도적인 수준이었다. 이는 로봇 도입이 단순한 공정 개선을 넘어, 노동자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구조적 요인으로 자리 잡았음을 시사한다.
안전장치 불신에 끼임 위험까지… '육체적 위협' 노출
로봇은 노동자의 심리뿐 아니라 육체적 안전도 위협하고 있었다. 제조업 현장에서 로봇과 협업하는 노동자 250명 중 88%가 충돌이나 끼임 등 사고 위험을 상시로 체감한다고 답했다. 특히 응답자의 61.2%는 실제 위험 상황을 목격하거나 직접 경험한 것으로 나타나 현장의 안전 불감증이 심각한 수준임을 보여줬다.
물리적 사고 외에도 로봇 가동 시 발생하는 소음과 진동으로 인해 피로도나 근골격계 부담이 늘었다는 응답도 84%에 달했다. 하지만 현장의 비상정지 버튼 등 기본적인 안전장치조차 신뢰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아, 기술 도입 속도를 안전 관리 체계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새로운 인권 침해 양상… "직무 전환 등 사회적 안전망 필요"
연구팀은 이번 조사를 통해 로봇 도입이 노동 조건 악화와 새로운 형태의 노동인권 침해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생산성 향상의 혜택이 자본에 집중되는 사이, 노동자는 고용 불안과 유해 위험 요인이라는 비용을 오롯이 감당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인권위는 보고서를 통해 로봇 기반 공정의 특수성을 반영한 안전 기준의 전면적인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또한 자동화 과정에서 탈락하는 노동자가 없도록 체계적인 직무 전환 교육과 직무 이동을 지원하는 사회적 안전망 구축이 시급하다고 당부했다.
[폴리뉴스 차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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