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뷰]고유가·고환율 ‘이중 충격’… 환율 1500원 재돌파, 유가 통제에도 韓경제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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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뷰]고유가·고환율 ‘이중 충격’… 환율 1500원 재돌파, 유가 통제에도 韓경제 '비상'

뉴스로드 2026-03-16 10:02:0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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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유소 [사진=연합뉴스]
주유소 [사진=연합뉴스]

미국과 이란의 전쟁 장기화 우려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 달러를 넘어선 가운데 원-달러 환율이 장중 다시 1500원을 돌파하며 한국 경제에 비상등이 켜졌다. 정부의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으로 국내 주유소 기름값은 일시적으로 하락하고 있지만, 국제유가와 환율이 동시에 치솟는 ‘이중 충격’이 금융시장과 실물경제 전반을 짓누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13일 서울 외환시장 야간거래에서 원-달러 환율은 1497.5원으로 마감했다. 지난해 7월 야간거래 시행 이후 최고치다. 장중에는 1500.9원까지 오르며 지난 3일 이후 8거래일 만에 다시 1500원선을 넘어섰다. 국제유가 급등과 중동 지정학적 불안이 달러 강세를 자극하면서 원화 가치가 급격히 하락한 것이다.

국제유가는 3년 7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뛰었다. 영국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13일(현지시간) 배럴당 103.14 달러에 마감했고, 미국 뉴욕상품거래소의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도 98.71달러까지 치솟으며 배럴당 100 달러선에 바짝 다가섰다. 미국의 대이란 공세가 강화되고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원유 수송 차질 우려가 확산하면서 시장의 불안 심리를 키운 결과다.

문제는 원화 약세가 다른 주요국 통화보다 더 가파르다는 점이다. 이달 들어 13일까지 주간거래 종가 기준 원-달러 환율 평균은 1476.9원으로, 이달 말까지 비슷한 흐름이 이어질 경우 1998년 3월 외환위기 직후 이후 가장 높은 월평균 환율 수준이 된다. 같은 기간 달러인덱스 상승폭보다 원화 절하 폭이 더 컸고, 유로화·엔화·파운드화 등 주요 통화보다도 원화 가치 하락폭이 두드러졌다.

이는 한국 경제가 대외 충격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구조와 무관치 않다. 한국은 원유 수입의 80%를 중동에 의존하고, 이 가운데 대부분이 호르무즈 해협을 거쳐 들어온다. 제조업 중심의 산업 구조 역시 고유가에 민감하다. 유가가 오르면 생산비와 물류비가 동시에 뛰고, 이는 곧 수출경쟁력 약화와 무역수지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반도체를 제외하면 성장 모멘텀이 약한 경제 구조가 원화 약세를 더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주식시장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중동 전쟁 이후 코스피는 12% 넘게 하락해 미국, 중국, 일본 등 주요국 증시보다 낙폭이 컸다. 이달 들어 다섯 차례나 사이드카가 발동될 정도로 시장 변동성도 극심해졌다. 외국인 자금 이탈 우려와 함께 원자재 가격 급등, 공급망 교란, 인플레이션 재확산 가능성이 겹치면서 투자심리를 빠르게 얼어붙게 하고 있다.

다만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국내 기름값은 정부의 석유 최고가격제 영향으로 다소 진정되는 모습이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16일 오전 9시 기준 전국 주유소 평균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836.5원으로 전날보다 3.6원 내렸고, 경유 가격도 1836.2원으로 4.9원 하락했다. 전쟁 발발 직후 한때 휘발유보다 비쌌던 경유 가격은 10일 만에 다시 휘발유 아래로 내려왔다. 서울 지역 평균 휘발유 가격도 1862.7원, 경유 가격은 1851.4원으로 각각 하락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이런 안정세를 장기 흐름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석유 최고가격제는 국제유가 급등분이 국내 소비자가격에 즉시 전가되는 것을 늦추는 효과는 있지만, 국제유가와 환율 상승이 장기화할 경우 결국 국내 가격 조정 압력이 다시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부가 최고가격을 2주마다 재조정하는 구조여서 국제유가 상승세가 이어지면 국내 유류비도 다시 오를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지금의 상황을 단순한 에너지 가격 상승이 아니라 금융과 실물경제를 동시에 흔드는 복합위기로 보고 있다. 고유가가 기업 비용 부담과 소비 위축을 불러오고, 고환율은 수입물가 상승과 외환시장 불안을 자극하는 악순환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해외 투자 확대에 따른 구조적 달러 수요 증가까지 겹치면서 원화 약세 압력이 쉽게 해소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와 금융당국도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시장 안정 프로그램 확대 방안을 논의하며 필요할 경우 채권시장안정펀드 규모를 현재 20조원 수준에서 최소 10조원 이상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외환시장 안정 조치와 함께 유가·물가·금융 변동성에 대한 종합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결국 관건은 전쟁의 장기화 여부다. 국제유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환율이 1500원 안팎에서 불안한 흐름을 지속할 경우 한국 경제는 수입물가 상승, 소비심리 위축, 기업 수익성 악화,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라는 복합 압력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의 가격 통제로 당장의 충격은 일부 완화할 수 있지만, 중동발 불확실성이 진정되지 않는 한 한국 경제를 짓누르는 고유가·고환율 부담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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