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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성기노 기자】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전쟁 상황 속에서 한국 등 5개국에 호르무즈 해협 군함 파견을 요구했습니다. 외교가에서는 ‘미국이 독자적으로 전쟁을 끝낼 수 없다’는 시그널을 동맹국에 보냈다는 점에서 이란 전쟁은 더 암흑 속으로 빠져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청와대는 난감한 상황에 빠졌습니다.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군함 파견 요청은 단순한 해외 파병을 넘어 한국이 중동전의 한 축으로 끌려들어가 전쟁 참여 논란으로 번질 수 있는 상당히 민감한 이슈입니다. 청와대는 15일 “트럼프 대통령의 소셜미디어 언급에 주목하고 있다”며 “한미 간에 긴밀히 소통하고 신중히 검토해 판단해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국제 해상교통로의 안전과 항행의 자유가 “모든 국가의 이익에 부합하는 국제법상 보호 대상”이라는 점을 거론하면서도 구체적 파병 여부는 “중동 정세와 관련국 동향, 우리 국민 보호와 에너지 수송로 안전 확보 방안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다각도로 모색하고 있다”며 객관적인 입장을 견지했습니다.
외교가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단 시일 내 파병 결정을 내리지 않을 것이며 파병을 요구하는 국가들의 대응을 최대한 지켜보며 신중하게 대응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재명 정부의 첫 번째 외교 원칙은 국익이 모든 이슈에 우선하는 것입니다. 이는 미국과의 관세 협상 때도 최대한 시간을 끄는 ‘벼랑 끝 전술’을 통해 그나마 실리를 더 챙길 수 있었다는 평가와도 부합합니다.
일단 다른 국가들 가운데 선제적으로 파병을 결정한 곳은 없습니다. 일본은 “일본은 자국의 대응을 스스로 결정한다, 독자적 판단이 기본 원칙”이라며 트럼프 요구에 따른 즉각적인 파병 가능성에 선을 긋고 나섰습니다. 프랑스와 영국 역시 호르무즈 직접 투입에는 조심스러운 입장입니다. 에드 밀리밴드 영국 에너지안보 장관은 “호르무즈를 다시 여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이 분쟁을 끝내는 것”이라고 강조하면서도 미국 등과 자율형 기뢰 탐지장비 제공 등 비정면 지원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한국이 끝까지 미국의 요구에 응하지 않고 버티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한국이 파병할 경우 현실적으로는 아덴만에서 해적 퇴치와 선박 호위를 맡고 있는 청해부대 투입이 유력하게 거론됩니다. 4천400톤급 구축함과 260여 명의 병력으로 구성된 청해부대는 2009년 이후 4만여 척 이상의 선박 안전을 지원해 온 상시 파병 부대입니다. 현재도 오만 동방 해상에서 우리 선박 위치·통항 정보를 공유받으며 호르무즈 해협과 아라비아·페르시아만 상황을 예의주시 중입니다.
문제는 참전의 강도와 임무의 성격입니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 물동량의 20%가 지나는 핵심 수송로지만 가장 좁은 곳이 39㎞에 불과한 병목 지대입니다. 이런 좁은 해역에서 작전을 펼치다 최근 위력을 보이고 있는 이란의 기뢰·드론·단거리 미사일·소형 보트 등의 공격을 받을 경우 우리측 피해가 커질 것이라는 우려는 명약관화입니다.
그런데 한국이 호르무즈 해협 작전에 참여한 적은 있습니다. 지난 2020년 미국의 ‘호르무즈 공동방위(IMSC)’ 요구가 있었지만 한국은 연합군에 정식 편입되지 않고 청해부대 작전구역을 아덴만(약 1,130㎞)에서 오만만·아라비아만·호르무즈 일대(약 3,966㎞)까지 넓히는 방식의 독자 작전을 택한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형식상 임무는 ‘우리 국민과 선박 보호, 자유항행 보장’이었고 전면전 상황도 아니어서 유사시 호위와 보호에 방점이 찍힌 작전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작전은 완전히 그 성격이 다릅니다. 국회 국방 분야에 정통한 한 보좌관은 이에 대해 “한국이 최단거리가 40km에 불과한 좁은 해협에 군사자산을 밀어 넣는 것은 매우 큰 위협요소”라며 “만약 파병을 하게 되면 단순히 군함 한척을 보내는 수준이 아닐 것이다. 군함을 보호하기 위해 공군과 지상군까지 백업 전력으로서 파병이 필요할 수도 있다. 더구나 이번에 참전한다면 과거의 후방 지원 개념이 아니라 이란과 좁은 해역에서 직접 전투를 벌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인명피해 등의 돌발변수도 많이 발생할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지금은 이란이 어떤 공격적 대응을 할지도 알 수 없는 실제 전쟁 상황이기 때문에 한국군의 독자적 안전망 확보는 매우 취약하다는 게 중론입니다. 더구나 이란이 한국의 참전과 작전을 인지해 그에 상응하는 반격을 가할 경우 그 타격 대상이 파견부대뿐 아니라 국내 테러가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참전은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한국이 다국적 선박 호위작전에 참여할 경우 명분은 ‘국민과 에너지 수송로 보호’라 하더라도 실질적으로는 이란의 공격 위협을 전제로 한 전시 작전에 발을 들이는 셈입니다. 지난 2020년에는 독자 작전과 비(非)연합군, 상선 보호라는 한정되고 수동적인 작전이었지만 이번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노골적으로 “군함을 보내라”며 다국적 호위와 개전 작전에 편입시키려는 요구라는 점에서 한국은 이란 전쟁에 자동으로 개입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한국군의 전쟁 참여는 대통령 혼자 독단적으로 결정할 문제가 아닙니다. 과거 청해부대는 국회 파병 동의안에서 파견지역을 아덴만 해역 일대로 규정했지만 2020년에는 ‘유사시 우리 국민 보호 활동 시 지시되는 해역 포함’ 조항을 근거로 별도 국회 동의 없이 호르무즈까지 작전구역을 넓힌 전례가 있습니다. 당시에는 미국의 ‘호르무즈 공동방위’에 형식상 참여하지 않는 대신 독자 작전 형태로 선박 호위를 수행하며 미국과 이란 사이에서 외교적 균형을 꾀했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미국과 이란 간 전면전이 진행 중인 만큼 국회 동의가 필수적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전쟁이건 ‘평화유지’건 가리지 않고 군인을 외국에 보내는 모든 파병은 원칙적으로 국회 동의가 필요하다”는 게 법조계의 다수 의견입니다. 헌법 제60조 2항은 ‘국회는 국군의 외국에의 파견 또는 외국 군대의 대한민국 영역 안에서의 주류(駐留)에 대한 동의권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조문에는 ‘전쟁 중일 때만’ ‘중요한 파병만’ 같은 제한이 없어서 규모와 성격을 불문하고 전체 파병이 동의 대상이라는 해석이 자연스럽습니다. 과거 걸프전·아프간·이라크·레바논·남수단, 청해부대 등 주요 파병은 모두 국회 동의를 거쳤습니다. 그리고 이라크 파병 때 위헌소송이 제기됐지만 ‘청구인 적격(자기관련성) 없음’으로 각하된 적이 있었습니다.
지금으로선 군인 한 명이라도 전쟁터 성격의 지역에 보내려면 헌법 60조 2항에 따라 국회 동의가 필요하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사안입니다. 하지만 국회 동의를 받더라도 국내에서는 갈등과 혼란이 노정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 이란 파병은 과거 노무현 정부 때의 이라크 파병과 유사한 측면이 있습니다. 2003년 노무현 정부는 미국 주도의 이라크 전쟁에 비전투병력을 보내는 동의안을 국회에서 통과시키며 미국과의 동맹 관리와 북한 핵위기 돌파구를 맞바꾸는 정치적 결단을 선택했습니다.
국가안전보장회의 자문과 국무회의 심의·의결, 국회 동의를 거친 절차적 정당성 확보에도 불구하고 당시 대규모 반전 시위와 정권 지지층 이탈 등 후폭풍이 심각했습니다. 이번 호르무즈 파견 논의는 위험도와 정치적 파장이 이라크 때 못지않거나 그 이상이라는 점에서 이재명 정부는 단순한 ‘청해부대 임무 조정’이 아닌 국회와 여론을 정면으로 설득해야 하는 고난도 정치력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앞서의 한 보좌관은 이에 대해 “한미동맹과 국익 수호를 위해 호르무즈 해협에 제한적이더라도 군대를 파견하는 것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지금 이란 전쟁을 보는 국민들의 시각은 매우 좋지 않다”면서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국의 에너지 공동 확보라는 대의명분에 숨어 자기 마음대로 독단적이고 비상식적인 결정을 내리는 것에 대해 여론이 매우 부정적이다. 자칫 이재명 정부가 명분도 없는 트럼프의 이란 침략을 지지하고 미국을 수호하는 듯한 모양새를 보인다면 여론은 더 부정적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 이란 파병은 해외 국방 이슈이지만 그 본질은 국내 정치와 직결돼 있다는 점에서 지지율 고공행진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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