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김남근 기자]
Epic Fury, 고조되는 복합 리스크의 시대
중동의 공기가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1일(현지 시각),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 이후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사망이 공식 확인되면서, 세계 질서는 새로운 변수를 맞았다. 군사적 충돌 자체보다 더 큰 파장은 이란의 대응 수위, 주변국의 입장,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에너지 물동량, 그리고 국제 금융시장의 변동성에 따라 움직일 전망이다. 동시에 워싱턴에서는 관세 정책을 둘러싼 압박 기조가 재확인되고 있다. 에너지 가격이 흔들리면 물가와 환율이 반응하고, 관세가 확대될 가능성이 커지면 기업은 공급망과 계약 조건을 다시 계산한다. 안보와 통상이 동시에 영향을 주는 복합 환경으로 전개되고 있는 이번 사건은, 이란 공습 이후의 중동 정세와 미국의 통상 기조가 어떤 방향으로 맞물릴지에 따라 세계 경제의 부담 수준도 달라질 수 있으리란 전망이다.
하메네이 사망, 지도자 부재가 정세에 미치는 영향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 이후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사망이 공식 확인되면서, 중동 정세는 단순한 보복 국면을 넘어 권력 재편의 단계로 들어섰다. 하메네이는 1989년 이후 이란의 종교·정치 권력을 통합해 온 인물로, 그의 존재는 이란 대외 전략의 연속성을 상징해 왔다. 그의 사망은 곧 후계 구도와 권력 중심의 이동을 의미한다.
이란 내부에서는 헌법에 따른 권한 승계 절차가 진행되지만, 실제 영향력은 혁명수비대(IRGC)와 성직자 네트워크의 합의 과정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혁명수비대는 군사 조직을 넘어 경제·정보·외교 영역까지 관여해 온 핵심 세력으로, 향후 대응 수위를 조율하는 실질적 주체로 거론된다. 단기간 내 전면전을 선택하기보다는 역내 대리 세력과 비대칭 수단을 활용하는 방식이 유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영수 국립외교원 교수는 “지도자의 부재가 곧 체제 붕괴로 이어지지는 않지만, 권력 재정비 과정에서 외부에 강경한 메시지를 내는 선택이 등장할 수 있다”라며 “이란은 군사적 대응과 외교적 수사를 병행하면서 긴장을 관리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입장도 복합적이다. 워싱턴은 자국 인력과 동맹 안보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강조하지만, 확전이 현실화될 경우 에너지 가격 급등과 동맹국 부담이 동시에 커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존 밀러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이번 공습의 핵심 변수는 즉각적인 보복이 아니라, 이란 내부 권력 재편이 어떤 대외 노선을 선택하느냐에 달려 있다”라고 분석했다.
현재까지 양측은 직접적인 전면 충돌을 피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낮은 강도의 긴장과 간접적 충돌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 중동 정세는 단기적 군사 대응보다 권력 재편 이후의 정책 방향에서 더 큰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군사적 긴장과 에너지 시장의 연결 고리
이란 공습 이후 국제 유가는 즉각 반응했다. 물리적 충돌이 제한적이더라도, 중동에서의 긴장 고조는 원유 공급 차질 가능성을 먼저 가격에 반영했기 때문이다.
한국을 포함한 에너지 수입국은 이러한 변동성에 직접 노출돼 있다. 원유와 LNG 수입 단가가 오르면 전력·제조업 원가가 함께 상승하고, 이는 수출 가격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친다. 한지연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유가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상승하면 기업의 연료비 부담뿐 아니라 환율과 금리까지 연쇄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라며 “문제는 가격 자체보다 변동성의 지속”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시장 역시 같은 반응을 보였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대되면 안전자산 선호가 강해지고, 달러 강세와 신흥국 통화 약세가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 미국 경제 분석가 마이클 로슨은 “군사적 충돌이 확대되지 않더라도 긴장이 장기화되면 투자 심리는 보수적으로 변한다”라며 “기업은 설비투자와 재고 확대를 미루고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경향을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이번 공습의 영향은 유가, 환율, 금리, 물류비용이 동시에 움직이면서 세계 경제 전반에 부담을 준다. 확전 여부와 별개로 긴장이 일정 기간 이어질 가능성 자체가 시장에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관세 확대 가능성과 공급망 재조정
중동에서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는 동안, 워싱턴에서는 관세 정책을 둘러싼 기조도 분명히 유지되고 있다. 지난달 국정연설에서 도날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 산업 보호와 무역 불균형 해소를 이유로 관세 정책의 필요성을 다시 강조했다. 군사 행동과 통상 정책은 서로 다른 영역처럼 보이지만, 미국의 대외 전략이라는 틀 안에서는 맥락을 함께한다.
김형준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는 “군사적 긴장이 높아질수록 미국 내에서는 자국 산업 보호와 공급망 재편 논리가 힘을 얻을 가능성이 있다”라며 “관세는 경제 수단이지만 정치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중동 변수와 통상 압박이 겹치면 기업은 이중의 불확실성을 관리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관세 확대 가능성은 중국뿐 아니라 일부 동맹국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전략 품목이나 첨단 기술 분야는 국가 안보와 직결된 영역으로 분류되면서 통상 규제가 강화될 여지가 있다. 미국 무역정책 분석가인 데이비드 러셀은 “관세는 단순히 세율을 올리는 문제가 아니라, 공급망과 기술 흐름을 재편하는 정책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라고 설명한 바 있다.
문제는 이러한 통상 압박이 중동 긴장과 같은 지정학적 변수와 동시에 움직인다는 점이다. 에너지 가격 상승과 관세 확대 가능성이 겹치면 기업은 원가 계산을 다시 해야 하고, 투자 계획은 보수적으로 바뀐다. 군사적 리스크와 통상 리스크가 분리되지 않은 채 시장에 반영되는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미·중 충돌, 중국은 어떤 방식으로 맞설까
관세 국면에서 중국에 대한 세계의 시선도 집중되고 있다. 미국이 관세를 꺼내면 중국도 관세를 올릴 수 있다고 예상되기 때문이다. 다만 중국이 실제로 노리는 건 관세율 그 자체가 아니라, 미국 내부의 비용과 정치적 부담이 커지는 지점이다.
중국이 가장 먼저 계산하는 건 미국 전체가 아니라, 미국 안에서도 정치적으로 민감한 산업과 지역을 표적으로 두는 것이다. 농축산물과 일부 제조업은 그런 조건이 겹친다. 단가가 민감하고, 대체 공급처가 존재하며, 선거에서 상징성이 큰 업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세보다 더 까다로운 방식은 비관세다. 통관 절차가 느려지거나, 검사·인증이 까다로워지거나, 특정 품목의 인허가가 지연되는 식의 조치가 붙으면 기업은 비용을 예측하기 어렵다. 납기와 재고가 불안정하고, 계약서에는 페널티 조항이 늘어난다. 이 지점에서 기업은 세율표보다 현장 대응 매뉴얼에 먼저 신경을 쓰게 된다.
기술과 자원 쪽으로 전선이 옮겨갈 가능성도 크다. 중국은 이미 여러 차례 전략 품목을 ‘관리’하는 방식으로 신호를 준 적이 있다. 핵심 광물이나 소재처럼 대체가 쉽지 않은 품목은 관세보다 훨씬 직접적으로 공급망을 흔든다. 이 경우 관세 전쟁이 무역 분쟁을 넘어 산업 전쟁으로 바뀌고, 기업은 생산지 이전이 아니라 제품 설계와 소재 조달부터 모든 것을 조정해야 한다.
외교·법적 전술도 함께 간다. 공개적으로는 다자 규범을 내세우고, 실무에서는 양자 협상과 연계를 만든다. 상황이 이렇게 될수록 실제로는 동맹과 비동맹을 가르는 협상 구도가 형성된다. 그때부터 관세는 한·미·중의 삼각 문제로 확장되고, 특정 국가의 선택이 다른 국가의 비용에도 영향을 주는 일이 잦아진다.
중국의 대응은 단일 카드가 아니다. 관세, 비관세, 기술·자원, 외교 전술이 섞이는 방식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기업과 시장이 보는 핵심은 “관세가 오르나”보다 “대응이 어느 축으로 옮겨가나”에 있다.
한국이 마주한 리스크, 비용을 줄이는 실무가 파훼법
이란 공습 이후의 중동 긴장과 미국의 관세 기조가 동시에 움직이는 상황에서 한국이 직면한 리스크는 단일 변수로 설명하기 어렵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구조, 대미·대중 수출 비중이 모두 큰 무역 구조, 그리고 환율 변동에 민감한 금융 환경이 한꺼번에 영향을 받는다. 군사적 긴장이 유가를 자극하고, 통상 정책이 수출 조건을 바꾸면 기업의 원가와 매출 계산은 동시에 수정된다.
외교적으로는 한·미 동맹을 기반으로 안보 협력을 유지해야 하지만, 통상 실무에서는 대중 교역 비중을 고려한 현실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외교적 메시지와 무역 정책을 동일 선상에서 움직이면 협상 여지가 좁아질 수 있다. 이정훈 고려대학교 교수는 “안보 사안과 통상 사안을 분리해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에너지와 무역 계약은 정치적 수사보다 조건과 조항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라고 말했다.
에너지 측면에서는 중동산 원유 의존도를 점진적으로 낮추고, 장기 계약의 유연성을 높이는 방안이 검토될 수 있다. 환율 변동에 대비한 금융 헤지 전략도 병행돼야 한다. 수출 기업의 경우 관세 변동 가능성을 계약서에 반영해 가격 조정 조항을 명확히 두는 것이 필요하다. 한지연 선임연구위원은 “유가 상승이 장기화될 경우 제조업 원가 구조에 누적 부담이 생긴다. 정부와 기업이 함께 수급 관리와 비용 분산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산업 정책 차원에서는 특정 국가에 집중된 공급망을 점검하고, 전략 품목의 조달선을 다변화하는 작업이 요구된다. 다만 생산지 이전이나 조달처 변경은 단기간에 완료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정부의 외교적 조율과 기업의 계약 재정비가 동시에 이뤄져야 실질적인 효과가 나타난다.
이란 공습과 최고지도자 사망이라는 변수는 중동의 긴장을 다시 높였고, 그 여파는 에너지 시장과 금융시장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한국을 포함한 각국의 과제는 사건의 크기를 단정하는 것이 아니라, 동시에 움직이는 변수들을 관리하는 데 있다. 외교적 판단과 통상 실무를 구분해 대응하고, 에너지 수급과 무역 조건을 점검하며, 변동성에 대비한 금융 전략을 마련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군사적 긴장이 언제 완화될지 단정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준비의 속도가 향후 충격의 크기를 가를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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