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 독점 중계가 빚은 ‘보편적 시청권’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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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 독점 중계가 빚은 ‘보편적 시청권’ 논쟁

이슈메이커 2026-03-16 09:29: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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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독점 중계가 빚은 ‘보편적 시청권’ 논쟁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이 17일간의 열전을 뒤로 하고 막을 내렸다. 굵은 땀방울을 흘렸던 대한민국 선수단은 금메달 3개, 은메달 4개, 동메달 3개를 따내 종합순위 13위에 올랐다.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이번 대회는 과거에 비해 국민적 관심도가 떨어진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시차 때문에 많은 경기가 심야·새벽 시간대에 중계된다는 시간적 제약도 있었으나 사상 초유의 ‘올림픽 독점 중계’로 인한 시청 접근성 하락이 주요 원인으로 거론된다.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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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년만 지상파 중계 없었던 올림픽
JTBC는 올림픽·월드컵 국제 스포츠 중계권을 구매하는 방식의 하나인 지상파 3사(KBS·MBC·SBS)의 ‘코리아 풀’ 틀을 깨고, 지난 2019년 국제올림픽위원회(IOC)로부터 독점 중계권을 따냈다. 2032년까지 동·하계올림픽과 2026년과 2030년 월드컵 단독 중계권을 확보한 JTBC는 지상파 3사에 중계권 재판매를 제안했으나 가격과 조건에서 합의에 이르지 못해 결국 동계올림픽은 독점으로 중계했다. 지상파에서 올림픽이 중계되지 않는 것은 62년 만에 처음이다.


  네이버 인터넷 방송 플랫폼 ‘치지직’에서 대부분의 경기 생중계와 다시 보기 서비스를 제공했지만, 지상파 중계가 없다 보니 개막 초기 “올림픽을 하는 줄도 몰랐다”는 반응마저 나왔다. 그동안 올림픽과 같은 대형 스포츠 행사는 개막식부터 뜨거운 중계 경쟁이 벌어져 방송사들의 해설위원 섭외 경쟁부터 예능 프로그램까지 올림픽 관련 콘텐츠로 채워졌다. 각사들이 시청률 끌어올리기에 힘을 쏟으며 자연스레 올림픽 소식이 널리 알려졌던 셈이다.

 

JTBC가 동계올림픽을 독점으로 중계하면서 62년 만에 처음으로 지상파에서 올림픽이 중계되지 않았다. ⓒJTBC
JTBC가 동계올림픽을 독점으로 중계하면서 62년 만에 처음으로 지상파에서 올림픽이 중계되지 않았다. ⓒJTBC

 


  결국 올해 올림픽 개막식 시청률은 닐슨코리아 전국가구 기준 1.8%에 머물렀다. 직전 대회인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시청률 지상파 3사 합계 시청률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이탈리아와 중국의 시차에 따른 이유도 크지만, 화제성이 적었던 건 부인할 수 없는 부분이다.


  메달 소식과 함께 인기 종목인 쇼트트랙과 컬링 시청률은 10% 안팎까지 오르기도 했으나 시청자 불만은 여전했다. 채널 선택권이 없다는 비판이 많았고, 특히 최가온의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결선 3차 시기 금메달 확정 순간은 JTBC 본 채널에서 생중계되지 못하는 촌극도 빚어졌다. JTBC 계열사 채널인 JTBC 스포츠에서 중계됐지만 정작 본 채널을 시청하던 사람들은 금메달 소식을 자막으로 접할 수밖에 없었다.

 

네이버 인터넷 방송 플랫폼 ‘치지직’에서 올림픽 주요 경기 생중계를 제공했지만, 지상파 중계가 없어 관심이 과거에 비해 적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네이버
네이버 인터넷 방송 플랫폼 ‘치지직’에서 올림픽 주요 경기 생중계를 제공했지만, 지상파 중계가 없어 관심이 과거에 비해 적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네이버

 

JTBC와 지상파 갈등 이어져
4년마다 열리는 올림픽은 여전히 국민적인 관심이 매우 큰 행사다. 방송법과 하위법령에서도 보편적 시청권 조항에서 올림픽은 월드컵, 아시안게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과 함께 ‘국민관심행사’로 분류된다. 관련 조항에 따라 올림픽은 시청 가구 90%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물론 이 점만 따지고 보면 JTBC의 단독 중계가 법을 위반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유료 방송에 가입해야만 하는 조건으로 일부 계층의 시청권이 보장되지 않는 점은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이는 한국보다 먼저 보편적 시청권을 도입한 영국 등 유럽에서 무료 지상파가 올림픽과 월드컵을 중계해야 한다는 것과 큰 차이가 있다.


  이에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지난해부터 방송사 공동 중계를 위한 중재에 나섰으나 합의를 이끌기 어려웠다. 보편적시청권보장위원회가 꾸려져 중계방송권 공동계약 권고를 할 수 있지만, 2024년 말 보장위원회의 임기가 종료된 이후 방송통신위원회의 파행 운영으로 새로 위원회를 꾸리지 못한 점이 문제가 됐다. 법으로 보장할 수 있는 보편적 시청권이 행정 공백과 방송사 간 갈등으로 지켜지지 못한 것이다.


  JTBC와 지상파 간 갈등은 대회 내내 이어졌다. 지상파 3사가 한국방송협회 세미나에서 중계권료 인상과 독점 문제를 지적하자 JTBC는 당일 ‘뉴스룸’에서 “지상파 방송사들이 중계권 확보에 실패하자 고의로 올림픽 관련 보도량을 줄이고 있다”며 ‘소극 보도’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방송법과 하위법령에의 보편적 시청권 조항에서 올림픽은 월드컵, 아시안게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과 함께 ‘국민관심행사’로 분류된다. ⓒPixabay중계권
방송법과 하위법령에의 보편적 시청권 조항에서 올림픽은 월드컵, 아시안게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과 함께 ‘국민관심행사’로 분류된다. ⓒPixabay


  논란이 커지면서 보편적 시청권을 위한 관련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김종철 방송미디어통신위원장은 국회 업무보고에서 “동계올림픽이라는 국민적 관심도가 높은 사안에 대해 국민 시청권이 아주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부분은 매우 유감”이라며 “방송사 간 중계권 협상을 강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제한적이라 이를 해소하기 위한 법 개정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방미통위는 학계와 함께 해외의 보편적 시청권을 살피면서 새로운 제도 틀을 마련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다만 법 개정이 이뤄지더라도 6월에 개막하는 북중미 월드컵의 독점 중계를 제도적으로 풀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시간이 촉박할 뿐 아니라 지방선거를 앞둔 터라 법 개정이 빠르게 이뤄지기 어려운 상황이어서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월드컵 공동 중계 협상만큼은 이번 동계올림픽보다는 수월하게 진행될 것으로 전망하는 분위기다. 월드컵이 동계올림픽보다 관심도가 훨씬 높기 때문이다. 지상파 역시 동계올림픽에 비해 기대 광고 수익이 높은 편이라 적극적인 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시청자들이 대형 이벤트에 등을 돌리면 그 피해는 묵묵히 땀 흘리는 선수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Pixabay
시청자들이 대형 이벤트에 등을 돌리면 그 피해는 묵묵히 땀 흘리는 선수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Pixabay

 

코리아 풀 확대 불가피
보편적 시청권을 보장하는 제도개선 논의가 이뤄져야 하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단순히 전국가구의 일정 비율 이상 시청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구체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여기에 유료 구독 모델 기반인 OTT를 가입해야 국민관심행사 시청이 가능한 상황을 피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도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야구 인기가 높은 일본에서 WBC 중계권을 넷플릭스가 독점으로 차지한 일이 한국에서도 벌어질 수 있어서다.


  단독 중계의 문제로 꼽힌 인기 종목에 편성된 방송이 이뤄지는 점도 검토할 부분이다. 단일 채널에서 중계될 시 여러 경기를 동시에 중계하는 게 어렵다고는 하나, 과거 지상파 3사가 중계할 때도 시청률에 따라 한국 선수가 출전하는 인기 종목 위주로 편성이 이뤄졌다는 비판은 꾸준히 제기된 바 있다. 파리올림픽 당시 방통위는 순차 편성을 권고했으나 방송사들은 광고가 붙을 만한 경기 중계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이밖에 날로 치솟는 중계권 비용을 두고 국가 차원의 지원 방안이나 여러 국가와 권역을 통한 단체 협상에 대한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방송사가 경영 수지를 맞추면서 보편적 시청권을 지킬 수 있느냐는 문제 때문이다. JTBC는 올림픽 4개 대회 중계권료로 약 2억 3,000만 달러를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를 광고 매출로 상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대체적 평가다. 2년 전 파리올림픽을 공동으로 중계했던 지상파 3사도 적자를 면치 못했다.


  이번 올림픽은 방송사들의 중계권 대응 방식 재점검 필요성을 남겼다. 전문가들은 방송사와 시청자, 관심이 필요한 선수들 모두 피해를 보지 않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천문학적 수준으로 뛰어오른 TV 중계권료를 개별 방송사가 홀로 감당하기 어려워지고 있는 만큼, 지상파 3사가 주도했던 ‘코리아 풀’의 확대도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를 통해 시청자는 다양한 경기를 볼 수 있도록 경로를 확보하고, 방송사는 IOC의 중계권료 인상 시도에 공동 대응하면서 분담을 통해 중계권료 부담을 줄여야 한다. 지금의 분위기가 이어진다면 시청자들은 더더욱 대형 이벤트에 등을 돌릴 것이고, 그 피해는 묵묵히 땀 흘리는 선수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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