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효과] 가나 대통령 방한 선물 '가나 초콜릿', 51년 브랜드의 속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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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효과] 가나 대통령 방한 선물 '가나 초콜릿', 51년 브랜드의 속살

폴리뉴스 2026-03-16 08:32:43 신고

정치의 날갯짓은 산업을 흔들고, 산업의 떨림은 다시 정치를 움직인다. 대통령의 한 마디, 국회의 법안 한 줄, 정상외교의 선물 꾸러미 하나가 기업과 시장의 구조를 바꾸는 나비효과를 만들어낸다. 정치와 경제는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는 하나의 생태계다. 폴리뉴스 '나비효과'는 그 떨림의 진원지를 찾아간다. (편집자주)

청와대가 마하마 가나 대통령 방한에 맞춰 숙소에 비치한 '가나 초콜릿'. 카카오 원두의 80% 이상을 가나산으로 사용한다. [사진=청와대 제공·연합뉴스]
청와대가 마하마 가나 대통령 방한에 맞춰 숙소에 비치한 '가나 초콜릿'. 카카오 원두의 80% 이상을 가나산으로 사용한다. [사진=청와대 제공·연합뉴스]

정상외교의 선물은 단순한 예물이 아니다. 한 나라의 산업과 문화, 때로는 원료 공급망의 구조까지 압축해서 보여주는 외교적 메시지다. 지난 11일 청와대에서 열린 한·가나 정상회담에서 그 역할을 맡은 것은 뜻밖에도 초콜릿 한 상자였다.

 1974년 아프리카 원두 정보에서 탄생한 브랜드, 외교 무대에 서다

이재명 대통령은 가나 존 마하마 대통령의 방한을 맞아 '가나 초콜릿'을 특별 제작해 선물로 준비했다. 청와대는 마하마 대통령 숙소에 한국과 가나의 국기, 대통령 이름을 새긴 가나 초콜릿을 웰컴 선물로 비치했다. 포장 하나에 두 나라의 상징이 함께 담긴 셈이었다.

정상회담장에서도 이 초콜릿이 화제가 됐다. 이 대통령이 "어제 선물해드린 가나 초콜릿이 괜찮으셨는지 모르겠다"고 묻자 마하마 대통령은 "Very much"라고 답하며 웃음을 보였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강유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이 야당 대표 시절 민주주의 수호 단식 투쟁 중 한 어린이가 건넨 가나 초콜릿에서 큰 힘을 얻은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치적 고비의 기억과 외교적 선물이 한 브랜드 안에서 겹쳐진 장면이었다.

가나 초콜릿이 탄생한 배경에는 한국 제과 산업의 도전 정신이 녹아 있다. 우리나라에 초콜릿이 본격적으로 소개된 것은 제2차 세계 대전이 끝난 후 연합군과 미군에게 보급품으로 지급된 물건이 시중에 흘러 나오면서부터였다. 해태제과와 동양제과(현 오리온)가 가장 적극적으로 시장을 공략하던 가운데, 롯데제과가 초콜릿 시장에 본격 진출한 것은 1974년 9월이었다. 아프리카 가나에서 합리적인 가격에 질 좋은 코코아 원료를 수입할 수 있다는 정보를 입수한 롯데제과는 영등포에 초콜릿 공장을 짓기로 결정했다. 원료 산지에서 브랜드 이름까지 탄생한 셈이었다.

기술 개발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롯데는 스위스의 세계적인 초콜릿 기술자인 막스 브락스(Max Bracks)를 초빙해 기술 자문을 받았고, 1975년 3월 가나 초콜릿을 세상에 내놓았다. 출시 행사에 당시 5000여 명이 몰렸고, 수입 초콜릿이 점령하던 시장에서 그해 약 31%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이듬해에는 47%까지 치솟았다. 롯데웰푸드가 시장에 뛰어들기 전인 1974년 국내 초콜릿 시장 규모는 약 18억원에 불과했다. 단일 브랜드가 불과 2년 만에 시장의 절반 가까이를 장악한 것이었다.

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가나 초콜릿은 국내 판형 초콜릿 시장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연간 매출은 약 600억원이며, 출시 이후 지난해까지 누적 판매액은 약 1조3000억원에 달한다. 롯데웰푸드에 따르면 판매량 기준으로는 68억 갑을 넘어섰으며, 이는 대한민국 국민 1인당 123갑 이상을 소비한 양이다. 초당 약 4개씩 팔려온 셈이다. 이미연, 채시라, 전지현, 아이유에 이르기까지 당대 최고의 인기를 끈 연예인을 광고 모델로 써온 것이 세대를 가로질러 브랜드 인지도를 유지해온 원동력 가운데 하나였다.

단순히 이름만 빌린 것이 아니다. 롯데웰푸드는 국내 대기업 중 유일하게 카카오 원두 가공부터 초콜릿 완제품까지 만드는 '빈투바(Bean to Bar)' 생산 체계를 갖추고 있다. 아프리카 가나에서 들여온 카카오 원두가 경남 양산공장에서 원료로 가공돼 최종 제품으로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수직 계열화 구조다. 코트디부아르와 가나, 두 나라가 전 세계 카카오 생산량의 약 46%를 차지하고 있으며, 가나에서는 농민 80만 명이 코코아 생산에 생계를 의존하고 연평균 20억 달러를 수출로 벌어들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가나 정상에게 이 초콜릿을 건넨 장면은 브랜드 명칭 · 원료 산지 · 외교 상대국이 반세기의 역사 위에서 정확하게 맞아떨어진, 쉽게 연출할 수 없는 조합이었다.

공급망 위기 속 '착한 카카오'로 반격…외교 무대가 브랜드 재도약의 날개로 부상

그러나 이 공급망은 최근 심각한 위협에 처해 있다. 기후 위기로 인해 2024년에는 코트디부아르 · 가나 등 카카오 생산 지역 중 71%에서 고온이 6주 이상 지속되며 수확량이 급감했고, 국제 카카오빈 선물 가격은 2024년 12월 톤당 1만2500달러라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 여파는 실적에 직격탄이 됐다. 카카오를 사용한 초콜릿 제품 비중이 높은 롯데웰푸드는 카카오 등 주요 원재료 비용 부담으로 2025년 상반기 영업이익이 49.6% 급감했다.

위기 속에서 롯데웰푸드는 정면 돌파에 나섰다. 지난해 10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비롯한 한 · 일 롯데 식품사 경영진이 가나 수훔 지역 카카오 농장을 직접 방문해 현지 공급망을 점검하고 카카오 묘목을 기증하며 '지속가능 카카오 원두 프로젝트'의 시작을 알렸다. 올해부터는 이를 '착한 카카오 프로젝트'로 구체화했다. ESG 기준에 기반한 '지속가능 카카오 원두(Sustainable Cocoa Bean)'를 연간 사용하는 가나산 카카오빈의 약 30% 수준부터 '가나 마일드' · '가나 밀크' · '프리미엄 가나 다크밀크 블렌드' 등 주요 제품에 우선 적용하고, 중장기적으로는 가나 브랜드 전 제품은 물론 전체 카카오 원두 사용량을 지속가능 카카오 원두로 전환할 계획이다.

지원 범위도 단순한 원료 조달을 넘어섰다. 환경 측면에서는 산림 파괴를 줄이고 토양 건강과 수자원을 보호하는 선진 농업기술을 현지에 전파하는 한편 병충해에 강한 코코아 품종 도입도 확대한다. 사회 측면에서는 공정 임금 지급, 아동 노동 근절, 농민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가나 농가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한다. 경제 측면에서는 공정 거래 인증과 시장 접근성 확대, 글로벌 가격 변동성 보호 장치를 통해 농가의 안정적 소득을 보장하는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다. 50년 넘게 원료를 공급해온 가나 농가와의 상생을 단순한 구호가 아닌 공급망 전략으로 공식화한 것이다.

롯데웰푸드 관계자는 "5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국내에 맛있는 가나 초콜릿을 선보일 수 있었던 것은 양질의 원두를 공급한 아프리카 가나 농가 덕분"이라며 "앞으로도 맛있고 행복한 초콜릿을 오래도록 제공할 수 있도록 지속가능성 제고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웰푸드는 지난해 가나 초콜릿 출시 50주년을 맞아 '프리미엄 가나' 라인업 확대와 잠실 롯데뮤지엄 특별 전시 등을 추진하며 브랜드 리포지셔닝에 공을 들여왔는데 이번 정상외교 무대 등장은 그 흐름에 예상치 못한 날개를 달아준 셈이었다.

정치의 날갯짓은 그렇게 산업의 속살을 드러낸다. 정상회담 선물 꾸러미 속 초콜릿 한 상자가 국내 식품 브랜드의 반세기 역사와 글로벌 카카오 공급망의 위기, 그리고 한 · 가나 자원 협력의 맥락을 한꺼번에 펼쳐 보인 나비효과였다.

[폴리뉴스 조자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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