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부천] 김정용 기자= “보기보다 따뜻한” 김현석 울산HD 감독이 308일 만에 맛보는 원정 승리와 리그 1위 등극을 이끌었다. 몸은 전보다 더 힘들게 만들지만 마음은 편하게 해 주려는 것이 김 감독의 방향성이다.
15일 경기도 부천시의 부천종합운동장에서 하나은행 K리그1 2026 3라운드를 가진 울산HD가 부천FC에 2-1 승리를 거뒀다. 관중은 8,558명이었는데 상당수가 울산 응원석의 원정 관중이었다.
2라운드 경기를 연기한 울산은 시즌 두 번째 경기에서 승리하며 2전 전승 행진을 달렸다. 부천은 승격 직후 K리그1 최고 수준 연봉규모 세 팀을 연달아 만나는 힘든 일정 속에서 전북현대를 잡고 대전하나시티즌과 비기는 성과를 낸 바 있으나, 승격 후 무패 행진이 2경기 만에 끝났다.
울산은 다른 팀들보다 한 경기 덜 치르고도 선두에 올랐다. 현재까지 K리그1은 전체 경기 중 무승부가 절반을 넘길 정도로 승부를 가리기 힘든 분위기다. 울산과 FC서울 두 팀만 연승을 달렸는데, 울산이 다득점에서 더 앞서며 1위에 올라 있다.
원정 승리는 무려 308일 만이다. 지난해 5월 11일 제주SK 원정에서 이긴 뒤, 즉 울산의 본격적인 부진이 시작되기 전에 이긴 뒤 한 번도 원정 경기를 잡아내지 못했다. 선수들도 이 점을 의식하고 있었다. 경기 후 이동경은 “원정에서 작년 5월에 이기고 처음 이겼다고 들었다. 그럼에도 정말 많은 분들이 와 주셔서 응원을 크게 해 주셨다. 올해는 어느 경기장에 오시더라도 승리를 만끽하실 수 있게 선수들이 준비하겠다”라며 팬들이 더 많은 “잘 있어요” 노래를 부를 수 있도록 만들어 주겠다고 다짐했다.
김 감독은 선수들이 경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편한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각별히 신경 쓰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성적 부진뿐 아니라 내분 논란으로 시끄러웠던 울산은 그 충격에서 벗어나기 위해 구단 ‘레전드’ 김 감독을 선임했다. 이동경은 “만나 본 여러 감독 중에서 특히 친근한 분이다. 어릴 때 수석코치로 만났는데 그땐 어렵고 큰 분이었다. 프로에서 만나보니 보기보다는 좀 따뜻한 면이 많다. 선수들이 마음 편하게 경기할 수 있도록 해 주신다”라고 말했다.
그 최대 수혜자가 야고다. 강원FC에서 탁월한 역량을 발휘하는 걸 보고 울산이 영입했는데, 그동안 울산에서는 부진하고 중국 저장FC로 임대 보내자 또 득점력이 향상되는 등 구단과 맞지 않는 선수처럼 보였다. 김 감독은 야고와 미팅에서 전폭적인 신뢰를 보내며 마음껏 뛸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려 했다. 김 감독은 전반전에 골을 넣은 야고에 대해 “하프타임에 안아줬다. 옷이 젖어 있어서 안아주긴 싫었는데 그래도 안아줬다”라며 웃었다.
지난해 김천상무 소속으로 주로 활약하며 리그 MVP까지 수상했지만 울산 복귀 후 별 활약이 없었던 이동경도 기를 살려줘야 했다. 이동경은 페널티킥으로 이번 시즌 첫 골을 넣었다. 그런데 전담 키커 야고를 제치고 이동경이 킥을 맡은 이유에 대해 김 감독과 이동경 본인의 증언이 엇갈렸다. 이동경은 “내가 킥을 하겠다고 자처했다. 야고가 흔쾌히 양보해 줬다”라고 말했는데 김 감독은 “내가 야고에게 동경이를 위해 좀 양보해 달라고 했다. 야고가 흔쾌히 수락했다”라고 말했다. 별것도 아닌데 ‘내 탓이오’를 할 정도로 서로 배려하는 분위기다.
이처럼 긍정적인 분위기를 강조하는 건 선수 구성에서도 보인다. 울산은 테크니션 보야니치와 이규성을 동시에 기용하고 전문 수비형 미드필더를 두지 않는다. 트로야크를 수비형 미드필더로 쓸 수도 있고, 중원을 공격적으로 구성하는 대신 센터백을 늘려 스리백을 쓸 수도 있다. 김 감독은 센터백으로 왼발잡이 김영권 이재익을 조합하고 중원에는 빌드업 능력이 좋은 미드필더 두 명을 동시에 세웠다. 움츠러들기보다 선수들의 공격적 재능을 발휘할 수 있게 하겠다는 메시지다.
부천 상대로 경기 초반에는 활동량이 밀리고 상대를 제대로 공략하지 못해 위기를 맞았지만, 몸이 풀리자 주도권을 확실히 잡았다. 이때 공격적인 수비형 미드필더 조합이 좋은 효과를 냈다. 이규성은 K리그1 미드필더 중 최고 수준의 공 운반과 키핑 능력을 가졌고, 보야니치는 패스를 찔러넣는 능력이 탁월하다. 두 선수가 다른 방식으로 공을 순환시키면서 더 전방에 있는 선수들을 살려줬다. 보야니치가 공격에 가담하면 이규성이 많은 활동량으로 중원의 수비 공백을 최소화했다.
경기 후 만난 이규성은 “다리(보야니치)가 공격적으로 뛰어난 선수다. 나는 다리를 도와주는 데 많은 신경을 쓴다. 다리도 저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주고 잘 하는 걸 살려주기 위해 많은 신경을 쓰고 있을 것이다. 전문 수비형 미드필더를 우리 팀은 너무 의식하지 않는다. 팀 전체적인 밸런스가 중요하다. 야고, 동경이, 모든 공격자원들이 수비를 다 도와준다”라고 말했다.
이규성도 김 감독이 선수단의 편한 분위기를 위해 각별히 노력한다며 “전 작년에 울산에 없었는데, 다들 작년 일은 묻어두고 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 준비했다. 감독님도 코칭 스태프도 새로 시작하는 분위기였다. 우리 팀이 하나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많이 노력하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동계훈련 강도는 울산에서 치른 다섯 차례의 겨울 중 올해가 가장 힘들었다고 말했다. “동계훈련에서 힘들다는 건 오랜만에 느꼈다. 다른 팀과 비교할 땐 어떤지 모르겠지만 우리 팀이 해 오던 강도에 비해 조금 더 많은 훈련을 했다”고 했다. 훈련뿐 아니라 경기 중에도 김 감독은 선수들을 다그칠 때가 있다. 마음만 편하게 먹고 몸은 힘들게 만드는 것이 김 감독의 선수단 조련법이다.
사진=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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