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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동아 장은지 기자] “사계절을 넘어 Our Season, 어떤 계절보다 더 찬란하게 빛날 Our Stories”
제로베이스원이 2023년 내놓은 노래 ‘아워 시즌’의 한 소절. 제로베이스원이 한 계절을 갈무리하고, 새로운 이야기의 첫 장을 열기 전, 어느 때보다 눈부신 ‘지금 이 순간’을 기념했다.
제로베이스원이 13~15일 사흘간 케이스포돔(KSPO DOME)에서 지난해 전 세계 15만 관객을 열광시킨 월드투어의 피날레 격인 ‘히얼&나우’(HERE&NOW) 앙코르 공연을 열었다.
제로베이스원은 2024년 엠넷 오디션 서바이벌 ‘보이즈 플래닛’으로 결성된 프로젝트 그룹으로 예정된 9인 체제 활동을 마무리하는 수순에 접어들고 있다. 이번 콘서트를 끝으로 리더 성한빈을 주축으로 김지웅, 석매튜, 김태래, 박건욱은 ‘제로베이스원’이라는 이름 아래 5인으로 활동을 이어간다. 장하오, 리키, 김규빈, 한유진 4명의 멤버는 원 소속사로 돌아간다.
제로베이스원은 현존하는 케이(K)팝 그룹 중 ‘데뷔 앨범 초동(앨범 발매 후 일주일간) 판매량 1위’라는 대기록을 보유한 5세대 대표 그룹이다. 데뷔 앨범부터 6연속 밀리언셀러 달성, 5세대 그룹 최초 누적 판매량 900만 장 돌파라는 기염을 토하며 프로젝트 그룹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9인 체제의 마지막 콘서트 ‘히어 앤 나우’는 무명의 ‘제로’(0)에서 시작해 비로소 하나 ‘원’(1)이 된 ’아홉 멤버의 여정‘을 복기하는 상징적인 무대로 꾸며졌다. 공연은 티켓 오픈과 함께 3회 전석 매진된 데 이어, 시야제한석까지 빠른 속도로 완판되며 이들의 글로벌 파급력을 증명해냈다.
공연의 포문을 연 첫 곡은 ‘난 빛나’. ‘보이즈 플래닛’의 시그니처 송인 이 곡은 이는 그룹의 시작점이나 마찬가지다. 뫼비우스의 띠처럼 순환하는 우주의 형상을 담은 무대 위로 블랙 슈트를 입은 제로베이스원 멤버들이 등장해 카리스마 있는 무대를 펼쳤다. ‘난 빛나’의 막바지에는 장하오가 바이올린 연주를 더해 특별함을 더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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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인체제의 마지막 공연인으로 일찌감치 눈물과 감동이 예고된 공연인큼, 멤버들의 비장한 ‘자기 다짐’도 이어졌다. 멤버들은 공연 전부터 ‘무대의 완성도를 위해 울지 말고 무대에 집중하자’고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보였다. 장하오는 “지금 첫무대부터 (멤버들 중) 누군가 울컥한 것 같다”며 범인을 색출하는 듯한 장면을 연출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리키가 “이번 공연을 하며 새삼 느낀 건데, 우리 곡들이 왜이리 슬픈 곡이 많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다른 멤버들도 공연 마지막까지 좋은 무대를 꾸미기 위해 분위기를 환기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박건욱은 다음 무대를 시작하기 전 객석에 있는 팬들의 함성을 이끌었다. 뒤이어 장하오는 “(함성이) 이정도 밖에 안나오면 땀보다 눈물이 더 나올 것”이라며 더욱 뜨거운 호응을 유도하기도 했다.
다음으로는 노래는 물론 퍼포먼스까지 극악의 난이도를 자랑하며 제로베이스원의 ‘근본’이자 ‘독기’를 상징하는 곡인 ‘킬 더 로미오’가 펼쳐졌다. 우주와 은하수를 모티브로한 듯 내내 푸르던 무대에는 이윽고 붉은색 조명이 번졌다. 치명적인 퍼포먼스와 극강의 고음 라이브가 쏟아진 무대는 멤버들의 퇴폐적인 매력을 강조하며 객석의 열기를 끌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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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인 3색으로 구성된 유닛 무대는 제로베이스원의 다채로운 음악 스펙트럼을 확인시켰다. 장하오, 김지웅, 김규빈은 ‘아웃 오브 러브’로 밝고 유쾌한 감성을 전했고 박건욱, 리키, 한유진은 ‘스텝백’ 유닛 무대를 통해 섹시하면서도 성숙한 매력을 선보였다. 마지막으로 이어진 성한빈, 김태래, 석매튜 조합의 ‘크룰’은 경쾌한 록 감성으로 팬들을 열광시켰다.
제로베이스원의 메가히트 곡 ‘닥터! 닥터!’는 새로운 콘셉트로 선보여 특별함을 더했다. 백의를 입고 나타난 멤버들은 차가운 연구실(Lab) 콘셉트로 치명적인 매력을 전하며 도파민을 자극했다. 미니5집 수록곡 ‘닥터! 닥터!’는 지난해 1월 선공개 이후 장기 흥행을 이어가며 케이팝의 새 지평을 연 곡이다. 발매 9개월이 지난 시점 오리콘 주간 스트리밍 1위를권하고 스포티파이에서도 누적 재생수 5000만 회 이상을 돌파하는 등 매서운 글로벌 흥행 저력을 과시했다. 뒤이은 ‘러브식 게임’, ‘데블 게임’ 역시 멤버들의 섹시하면서도 관능적인 매력을 극대화하며 객석을 전율시켰다.
앙코르 콘서트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무대도 마련됐다. 지난달 발매된 스페셜 싱글 ‘러브포칼립스’ 무대가 최초 공개된 것. ‘러브포칼립스’는 9인 활동을 얼마 남겨두고 있지 않은 가장 최근 발매된 곡으로 “내 세상이 끝나 버린대도, 내 심장은 너로 뛰는 걸”, “무너진 세상 속에서 너와 난 운명이니까”란 가삿말이 현상황과 맞물리며 더욱 깊은 여운을 남겼다. 공식적으로 준비된 마지막 무대는 정규 1집 타이틀곡 ‘아이코닉’이 차지했다. 무명의 연습생으로 시작해, 장장 2년 6개월이란 여정 끝에 그야말로 케이팝의 ‘아이콘’이 된 오늘날 제로베이스원의 위상을 느낄 수 있는 무대였다.
앙코르 공연은 ‘블루’와 ‘인 블룸’, ‘낫 얼론’이 꾸몄다. ‘인 블룸’은 제로베이스원의 데뷔곡. 이로써 ‘끝’에서 열리는 새로운 ‘시작’을 암시하는 듯 했다. 공연의 끝을 향해가는 ‘낫 얼론’에서는 멤버들이 이윽고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특히 박건욱은 무대 중 오열하는 모습을 보여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이를 촉매로 제로즈가 가득 채운 객석은 곧장 눈물바다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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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많은 눈물을 보인 박건욱은 “시간이 너무 빠른 것 같다”며 힘겹게 입을 뗏다. 오늘 공연을 하며 이 무대들을 준비했던 시간, 멤버들과 주고 받은 대화들이 너무 어제 일처럼 생생해서 버티기 힘들었는데, 그래도 꾹 참고 무대를 했다. 멤버들과 눈을 마주치면 노래를 못 할 정도로 울까봐 땅만 보고 했는데, 지금 드는 생각은 그래도 한번이라도 더 (멤버들의 눈을) 쳐다 볼 걸, 이젠 못 보니까, 그래도 한번 더 쳐다보고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좀 후회된다“고 말했다. 이어 ”저를 끌어주는 다른 여덟명 멤버들의 등을 보고 따를 수 있어서 고마웠다“며 멤버들에게 감사함을 전했다.
리키는 “진짜 이 시간이 왔다. 제로즈한테 이날 어떤 말을 해야할지 생각을 많이 했는데, 너무너무 많아서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말하며 멤버 한명 한명과 뜨거운 포옹을 나눴다. 끝으로 “제가 어디에 있건 ‘제로베이스원의 리키’란 사실을 달라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리더 성한빈은 “진짜 시간이 야속하다”는 말로 이별의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우리 가족 같은 8명 멤버들과 제로즈(팬덤명)가 있어서 항상 든든하게 하루하루 이 팀을 이끌고, 뒤에서 멤버들을 받쳐주며 잘 올 수 있었다”며 지난 활동의 모든 공을 멤버와 팬들에게 돌렸다.
또한 전날 밤부터 잠을 이루지 못하고 계속 눈물이 흘렀다는 그는 “우리 멤버들과 제로즈, 같이 공감하고 지낸 시간이 얼마나 깊은지 너무 잘 알게 됐다”며 “두 번 다시 만나지 못할 사랑하는 멤버들과 제로즈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고 울먹이며 진심 어린 감사를 전했다. 마지막으로 제로즈를 향한 편지뿐 아니라, 직접 멤버들을 생각하면 쓴 편지를 현장에서 낭독해 가슴을 먹먹하게 하기도 했다.
9인 체제 활동의 종료를 아쉬워하는 팬들의 울음과 훌쩍이는 소리는 멤버들이 퇴장하는 그 순간까지 이어졌지만, 멤버들은 이것이 결코 끝이 아님을 거듭 강조하며 팬들을 다독였다.
이번 공연은 제로베이스원의 한 계절에 찍힌 찬란한 ‘마침표’를, 새로운 여정의 신호탄인 ‘느낌표’로 바꾸는 공연이었다. 프로젝트 그룹이 남길 수 있는 가장 품격 있는 ‘안녕’이자, 새로운 여정에 고하는 ‘안녕’이기도 했다.
장은지 기자 eun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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