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수송기 타고 중동 교민 204명 귀국…"애국심 충만해져 돌아와"
(서울=연합뉴스) 국방·외교부 공동취재단 이정현 민선희 기자 =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 여파로 중동 지역에 고립됐다 군 수송기를 타고 귀국한 국민들 얼굴에는 안도와 걱정이 뒤섞여있었다.
"처음에는 그렇게까지 위력적이지 않았는데, 하루 이틀 사이 드론도 많이 오고, 요격해서 나는 소리가 잦아졌어요. 남편은 직장 때문에 귀국하지 못했는데, 부디 전쟁이 빨리 끝났으면 좋겠어요."
남편, 2세 딸과 함께 사우디아라비아 라스타누라 지역에 거주하던 이선아(41)씨는 15일 오후 정부 군 수송기를 통해 성남 서울공항으로 귀국한 뒤 취재진을 만나 이같이 말했다.
중동 정세가 날로 악화하는 가운데 마침 아들 가족을 만나기 위해 사우디에 왔던 이씨의 시부모까지 함께 발이 묶였다가 이번에 같이 귀국했다.
이씨는 "현지 상황이 안 좋아지니까 그 지역에 사는 분들은 거의 다 나왔는데, 직업이 있다 보니 남편분들은 다 못 나오고 아기들이나 엄마들만 (나왔다)"고 전했다.
이어 사우디에 남은 남편을 떠올리며 울먹이던 그는 "안전하게 잘 먹고, 힘든 일 있으면 빨리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정부가 그때도 저희를 데려왔던 것처럼 빠르고 신속하게 대응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바레인에서 아이 2명과 함께 귀국한 박모(43) 씨도 "미사일 공격을 워낙 많이 봐서 비행 중에도 혹시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비행기를 탄 순간 편하고 마음이 놓였다"고 했다.
정서은(10) 양도 "바레인 집에서 미사일이 날아가는 모습이 보여서 너무 무서웠다"며 "공항에서 우리 비행기를 보니 신기한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수송기 탑승객 중에는 일본인도 있었다. 토마루 유이 씨는 "바레인에 있을 때 주변에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한국 도움으로 돌아오게 돼 안심된다"며 "중동 정세가 날로 안 좋아져서 매일 안전한 곳으로 가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수송객들은 공항에서 내린 뒤 서울공항 밖 배뫼산 축구장 인근에서 애타게 기다리던 가족들과 만났다.
아이들과 함께 귀국한 장윤정 씨는 버스에서 내려 아버지를 보자마자 부둥켜안았다. 매일 전쟁이 끝나기를 기도했다는 어머니 남은숙 씨 눈에도 눈물이 맺혔다.
장씨는 "부모님이 너무 걱정하셨는데, 무사히 돌아올 수 있게 돼 다행"이라며 "군 수송기 안에서도 지원을 잘 해주셔서 애국심이 충만해져서 돌아왔다"고 말했다.
외교부와 국방부에 따르면 한국인 204명과 외국 국적 가족 5명, 일본 국민 2명 등 총 211명을 태운 공군 다목적 공중급유 수송기 KC-330 '시그너스' 1대가 이날 오후 5시 59분께 성남 서울공항에 착륙했다.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해 쿠웨이트, 바레인, 레바논에 체류하던 한국인들은 수송기 탑승을 위해 리야드로 집결했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공항에 나가 귀국한 재외국민을 맞았다. 또 이번 작전에 투입된 국방부·공군 등 요원과 정부합동 신속대응팀을 격려했다.
안 장관은 "33시간에 걸친 빈틈없는 작전을 통해 우리 국민 204명을 안전하게 조국의 품으로 모셨다"며 "이번 작전 성공은 공군과 합참, 국방부, 외교부가 원팀이 돼 긴밀하게 협력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밝혔다.
정부합동 신속대응팀 단장으로 파견됐던 이재웅 전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귀국이 예정보다 몇시간 늦어진 이유에 대해 "탑승객 모집 등에도 시간이 걸렸고, 탑승 직전 사우디 항공 당국에서 영공 통제를 하면서 탑승 직전에 출발이 40분 정도 지연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부분 탑승객이 24시간 이상 이동했음에도 정부의 노력을 잘 이해해주시고 적극적으로 협력해주셨다"고 덧붙였다.
ss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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