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0일, 화성시가 동탄2신도시 장지동 일대에 추진되던 초대형 물류센터 건립 사업에 대해 최종 반려 결정을 내렸다. 이는 도시계획건축공동위원회의 재심의 의견에 따른 후속 조치로 사업 시행자가 연면적을 애초 계획 대비 약 45.8% 축소하는 수정안을 제출했음에도 불구하고 “시민 안전과 주거 환경 보호라는 공익적 가치를 충족하기에 미흡하다”고 판단한 결과다. 필자는 지난해부터 해당 부지에 백화점 및 쇼핑몰이 아닌 상품 보관과 풀필먼트가 위주인 물류센터가 들어서는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이번 결과는 인근 주민들이 범시민대책위원회를 구성해 결집하고 지역구 국회의원 등 정치권이 적극적으로 나선 성과다. 애초 아시아 최대 규모의 물류센터를 건립하려던 해당 부지는 대단위 주거 단지와 학교가 바로 인접해 있다. 대형 화물차 통행으로 인한 아이들의 안전 위협, 소음·분진 등 환경 피해는 물론이고 인접한 오산시로 연결되는 도로의 심각한 교통체증 유발까지 충분히 예견된 상황이었다.
행정적 절차를 살펴보면 이번 사업의 모순은 더욱 명확해진다. 필자가 이미 지적했듯 사업 시행자가 공동집배송센터 지정 신청이 불허되자 용도를 ‘창고와 물류터미널’로 임의 변경 신청한 것에 대해 화성시가 이를 수용한 지구단위계획 변경 고시는 법리적으로 큰 결함이 있다. 이러한 변경은 ‘경미한 사항’이 아니라 사업의 근간을 뒤흔드는 ‘본질적 내용의 변경’이기 때문이다. 대법원 판례에 비춰 봐도 이는 명백히 위법한 절차적 하자다.
환경영향평가 역시 마찬가지다. 경기도는 과거 유통부지 지정 당시 평가를 받았으므로 추가 평가가 필요 없다고 주장하나 이는 설득력이 없다. 과거의 평가는 백화점이나 쇼핑몰 등 ‘유통판매시설’을 전제로 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하루 수천대의 대형 화물차가 드나드는 물류시설은 소음, 진동, 미세먼지 등 환경 영향의 차원이 완전히 다르다. 본질적 내용이 바뀐 만큼 환경영향평가 재실시는 필수적이며 이를 생략하는 것은 절차상 중대한 하자가 될 수 있다.
특히 해당 부지 인근에는 대형 저수지와 화성시가 추진 중인 친환경 생태공원이 조성되고 있다. 이 일대는 도심 속 자연 생태 축의 핵심 구간이다. 이러한 생태환경을 보전하고 시민이 온전히 누릴 수 있는 친화적 공간으로 조성해야 할 자리에 혐오시설로 인식되는 초대형 물류센터가 들어서는 것은 도시 계획의 정합성 측면에서도 맞지 않는다.
냉정하게 따져보자. 최근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침체와 이커머스의 급성장을 고려할 때 사업 시행자가 이 거대한 부지에 백화점 등을 운영할 의도는 낮았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해외 직구 및 국내 택배 물량을 처리하기 위한 ‘물류 거점’ 확보가 실제 목적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상업적 요구에 맞춰 지구단위계획을 변경해준 화성시의 과거 행정은 중대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었으나 이제라도 반려를 통해 이를 바로잡은 것은 천만다행이다.
도시는 한번 잘못 설계되면 다시 되돌릴 수 없는 불가역성을 지닌다. 우리는 여러 1기 신도시 사례를 통해 잘못 조성된 인프라가 주민들에게 얼마나 긴 고통을 주는지 확인한 바 있다. 100만 화성특례시의 지위에 걸맞게 향후 모든 행정 행위는 특정 기업의 이익이 아닌 대다수 주민의 관점에서 이뤄져야 한다. 시민의 안전과 편익, 그리고 사회적 비용을 충분히 반영한 책임 있는 행정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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