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재판정부 만장일치 韓정부 손들어줘…국제법적 의무 이행 확인
중재 본안 '전부 승소' 역대 두번째…"8년 간 공방 끝 일군 승리"
(서울=연합뉴스) 정윤주 기자 = 정부가 스위스에 본사를 둔 승강기업체 쉰들러 홀딩 아게(Schindler Holding AG)와 장기간 이어온 국제투자분쟁(ISDS)에서 완승했다.
법무부는 15일 보도자료를 내어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의 중재판정부가 전날 새벽 2시 3분께 쉰들러가 제기한 모든 청구를 기각했다면서 "8년간의 치열한 법적 공방 끝에 일궈낸 승리"라고 밝혔다.
이번 판정으로 쉰들러가 주장한 3천250억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는 모두 기각됐다. 또한 '소송비용 패소자 부담 원칙'에 따라 한국 정부가 쓴 소송비용(약 96억원+이자)도 전액 돌려받을 수 있게 됐다.
앞서 쉰들러는 2013∼2015년 진행된 현대엘리베이터 유상증자와 콜옵션 양도 과정에서 정부가 조사·감독 의무를 소홀히 해 손해를 입었다며 한국-유럽자유무역연합(EFTA) 투자협정에 근거해 2018년 ISDS를 제기했다.
당시 현대엘리베이터의 2대 주주였던 쉰들러는 유상증자가 경영상 필요와 무관하게 현대상선 등 계열사 지배권 유지 및 경영권 방어를 목적으로 자금을 확보하려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한국 규제 당국에 여러 차례 신고했음에도 당국이 적절한 조사를 하지 않아 투자 협정상 의무를 위반했다고도 했다.
한국 정부가 현대그룹 회장의 정치적 영향력을 고려해 경영권을 보호하고 쉰들러가 외국인 투자자라는 이유로 차별했다고도 주장했다.
쉰들러는 이로 인해 보유 주식 가치 하락, 파생상품 계약 유지 비용 증가, 콜옵션 저가 양도에 따른 주주 이익 침해 등의 손해를 봤다며 약 2억5천900만스위스프랑(약 5천억원)의 배상을 요구했다. 이후 공방 과정에서 최종 청구액은 약 3천250억원으로 줄었다.
반면 한국 정부는 이번 분쟁이 쉰들러와 현대그룹 회장 간 경영권 분쟁에 불과하며 이를 국제법상 국가 책임으로 돌리려는 시도라고 반박했다.
공정위, 금융위, 금감원이 현대엘리베이터 유상증자 심사와 콜옵션 양도 조사 과정에서 국내 법령과 절차를 충실히 준수했다는 점도 입증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대기업 편을 들고 외국인 투자자를 한다는 쉰들러 측 주장이 추측에 불과하다고도 강조했다.
중재판정부는 한국 정부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여 투자협정상 어떠한 국제법적 의무도 위반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한국 규제당국의 조치가 자의적이거나 차별적이라고 볼 근거가 없고, 현대그룹을 부당하게 비호했다는 주장 역시 객관적 증거가 없다고 봤다.
중재판정부는 아울러 투자협정상 '충분한 보호 및 안전 의무'는 투자에 대한 물리적 보호에 국한되는 것이며 법적 보호까지 확대되지 않는다고 전제했다.
설사 법적 보호까지 포함한다고 가정해도 쉰들러는 이미 한국의 사법체제 내에서 주주대표소송 등을 통해 충분한 법적 보호를 받았기 때문에 한국 정부가 투자자 보호 의무를 이행했다는 판단이다.
중재판정부는 결과적으로 한국 정부의 투자협정 위반이 없었으므로 쉰들러가 주장한 손해에 대해선 나아가 판단할 필요가 없다며 모두 기각했다.
법무부는 이번 승소에 대해 "향후 유사 사건에서 정부 규제 권한 행사의 정당성을 밝힐 수 있는 선례를 확립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아울러 금융·공정거래당국의 외국 기업에 대한 공정한 법집행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것은 물론 기업 간의 경영권 분쟁을 국가책임으로 전가하려는 시도를 차단했다고 평가했다.
정부가 ISDS 중재절차 본안 심리에서 전부 승소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앞서 2024년 6월 중국인 투자자가 우리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ISDS 사건에서도 전부 승소했다.
정부는 이번 승소로 최근 ISDS 소송에서 '3연승'을 기록하는 성과를 냈다.
앞서 작년 11월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 관련 중재판정 취소 사건에서 잇따라 이긴 데 이어 지난달에는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제기한 ISDS 중재판정 취소 소송도 이겼다.
법무부는 "앞으로도 관계부처, 전문가 및 국내외 정부 대리 로펌 등과 긴밀히 협업해 관련 후속 조치에 철저히 대응함으로써 국익을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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