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업계 내 인공지능(AI) 활용 범위가 빠르게 넓어지고 있다. 단순한 상품 추천을 넘어 기획전 제작과 가상 모델 마케팅 등 실무 전반으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기업들은 AI를 앞세워 업무 효율을 높이는 동시에 고객 맞춤형 쇼핑 환경 구축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패션 플랫폼 에이블리는 AI 개인화 추천 기술을 기반으로 이용자 취향에 맞춘 상품 추천 기능을 고도화하고 있다. 상품 가격을 비교하거나 비슷한 제품을 나열하는 게 아니라 유사한 취향을 지닌 다른 이용자들의 행동 데이터를 반영해 교차 추천하는 형태다. 예를 들어 한 이용자가 꽃무늬 원피스를 클릭하면 해당 상품을 선호한 다른 이용자들이 본 트위드 원피스나 블라우스 등을 추천하는 식이다.
이 같은 추천 고도화의 기반은 방대한 데이터다. 에이블리의 월간활성이용자(MAU)는 1000만명에 달한다. 이를 바탕으로 고객 행동 데이터가 하루 평균 4억건씩 쌓이는 셈이다. 지난해 누적 데이터만 1500억건에 달한다. 에이블리는 이를 토대로 패션을 넘어 뷰티와 라이프 분야까지 아우르는 '취향 그래프'형 쇼핑 환경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즉 이용자별 취향을 보다 정교하게 읽어내 상품 탐색부터 구매까지 전 과정을 개인화하겠다는 뜻이다.
카카오스타일이 운영하는 스타일 커머스 플랫폼 지그재그도 AI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상품 클릭과 찜, 장바구니, 결제 등 고객 행동 데이터를 토대로 개인화 추천 기술을 고도화하는 한편, 기획전 제작 과정에도 AI를 도입했다. 초기에는 특정 상품을 장바구니에 담으면 관련 상품을 추천하는 수준에 머물렀지만, 현재는 AI가 기획전용 배너 이미지를 만들고 이용자별 맞춤 상품을 노출하는 자동 생성 기술까지 업무에 적용하고 있다.
카카오스타일 관계자는 "현재 기획전의 70% 이상을 AI 자동화 기획전으로 운영 중인데, 올해는 이 비중을 90%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반복적인 제작 업무를 줄이는 동시에 이용자별 선호를 반영한 기획전을 빠르게 선보일 수 있다는 점에서 활용도가 높다는 설명이다.
LF는 자사 온라인몰 LF몰 상품 설명 영역에 AI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했다. 그간 상품기획자(MD)가 직접 작성하던 설명 문구를 AI가 보조·자동화하면서 상품 설명 작성 속도가 기존보다 10배가량 빨라졌다. 상품 등록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투입되던 시간을 줄이고, 보다 빠르게 상품 정보를 제공할 수 있게 된 셈이다.
마케팅 영역에서는 AI 모델이 전면에 등장했다. 신세계톰보이가 운영하는 브랜드 보브는 AI 기술로 브랜드 캐릭터를 실사화한 가상 모델 '빅토리아'를 공개했다. 그동안 화보나 광고 이미지에 AI 모델을 활용한 사례가 적진 않았으나 브랜드 대표 모델로 전면에 내세운 경우는 많지 않아 드문 시도로 평가된다.
업계에서는 AI 경쟁력이 데이터 확보와 활용 역량에 달려 있다고 보고 있다. 추천 기술 자체는 보편화하고 있지만, 어떤 데이터를 얼마나 쌓고 정교하게 분석하느냐에 따라 성과가 갈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AI 기술이 보편화하는 만큼 완성도를 좌우하는 것은 결국 질 좋은 데이터를 얼마나 축적하느냐"라며 "AI 도입을 계기로 소비자 쇼핑 환경이 강화돼 인공지능 전환(AX)도 앞당겨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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