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한·중·일을 비롯한 5개국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세계 에너지 수송의 길목인 호르무즈 해협으로의 군함 파견을 요구했다.
세계 원유 수송의 20%를 차지하는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이 기뢰를 설치하고 미국이 공습을 이어가는 등 이번 전쟁의 최전선이 된 상황이다.
보름째 이어진 미국·이스라엘 대 이란 간 전쟁 와중에 이란이 사실상 봉쇄하고 있는 호르무즈 해협의 유조선 선박 통행 정상화를 위해 파병을 요구한 것이어서 이를 두고 확전 조짐이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목한 5개국은 한국과 중국, 일본, 영국과 프랑스 총 5개국으로 이 중 중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는 미국의 동맹국이다. 특히 비동맹국인 중국을 특정해 이란을 겨냥한 군사 작전을 요구한 것이 이례적이다.
이란전이 발발한 후 다른 나라에 군사 작전 동참을 직접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무엇보다 실제 전력 투입을 요구한 것으로, 중동 전쟁에 직접 관여한다는 위험과 국회 승인 여부 등 국내 정치적 논란도 잇따를 수 있어 아직 공식 요청이 온 것은 아니지만 한국 정부의 결정이 주목된다.
5개국 콕 집어 '안전' 구실로 사실상 파병·참전 요구
"호르무즈 해협 개방과 안전 유지 위해 해군 함정 보내라"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이란에 대한 전격공격으로 시작된 전쟁이 보름째로 접어든 14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트루스소셜을 통해 한국, 중국, 일본, 영국, 프랑스 등 5개국을 콕 집어 거론하며 호르무즈 해협으로 함정 파견을 요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 국가, 특히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시도로 영향을 받는 국가들은 미국과 함께, 해협을 개방되고 안전하게 유지하기 위해 군함을 보내라((will be sending War Ships)"고 파병을 압박했다.
이어 "바라건대((jopeful) 지도부가 완전히 제거된 국가(이란)에 의해 호르무즈 해협이 더는 위협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이 인위적인 제약의 영향을 받는 중국, 프랑스, 일본, 한국, 영국, 그리고 다른 국가들도 이곳으로 함정을 보낼 것"이라고 적었다.
한국 등 5개국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원유 조달에 타격이 큰 만큼 군함을 보내주길 희망한다는 뜻으로 해석되다. 사실상 이란 전쟁에 해당 국가들의 파병을 요구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해안선을 폭격할 것이며 이란의 보트와 함선을 계속해서 바다에 격침시킬 것"이라며 "어떤 방식이든 간에 우리는 곧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되고 안전하며 자유로운 상태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약 5시간 뒤 다시 글을 올린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글에서도 군함 파견을 요청했다.
그는 "미국은 군사적·경제적으로 그리고 그 밖의 모든 면에서 이란을 이기고 완전히 초토화시켰다"면서도 "그러나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석유를 받는 세계의 국가들은 그 통로를 관리해야 하며 우리는 그것을 도울 것입니다. 아주 많이"라고 적었다.
한국을 포함한 국가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명하는 대신 '석유를 받는 국가'라고 썼지만 이전에 올린 글과 내용이 같이 5개국을 다시 거명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동맹국의 군함 파견을 거론하며 미국은 '돕겠다'며 지원 역할을 하겠다고 언급해 위험 부담이 큰 유조선 호위 작전을 다른 국가들과 분담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로 한국과 중국, 일본 등 아시아 국가들의 중동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반면 미국의 의존도는 상대적으로 낮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또한 모든 일이 빠르고 원활하며 잘 진행되도록 그 국가들과 협력할 것"이라며 "이것은 항상 팀의 노력이어야 했으며 이제 그렇게 될 것이다. 그것은 세계를 화합과 안보, 그리고 영원한 평화를 향해 하나로 모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식 요청은 아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주요 사안에 대한 의견을 자신의 트루스소셜을 통해 밝혀왔다는 점에서 간접적으로 호르무즈 해협에서 군사 작전의 위험성을 인정함과 동시에 전쟁 장기화의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지난 11일까지만 해도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이겼다. (전쟁) 시작 1시간 만에 끝났다"며 조기 종전을 시사했지만 이란이 결사 항전에 나서자 다른 국가들에게 공동 작전을 제안하며 '전쟁 리스크 분담' 의도를 내비쳤다.
호르무즈 해협 '청해부대' 보내기 위해선 '국회 동의' 필요
트럼프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한·중·일을 비롯한 5개국을 향해 호르무즈 해협으로의 군함 파견을 요구하면서 아덴만에서 활동하는 청해부대가 투입될지 주목된다.
미국의 동맹국으로 직접 요청이 온다면 거절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과 호르무즈 해협의 안정은 당장 우리나라 경제 안정에도 중요한 요소다. 하지만 전쟁 중인 상황에서 군함을 파견해 작전을 돕는 것은 위험성이 커 국회의 통과는 물론이고 국민적 반대의 목소리가 나온다면 이를 잠재우기 어려울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아직 미국으로부터 공식적인 파병 요청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함 파견에 대한 공식 요청이 온다면 정부는 청해부대의 파견을 위해 국회 동의가 필요하다.
군에서 군함이 파견될 경우 아덴만에서 활동 중인 청해부대가 가장 유력한 가운데 청해부대는 2020년년 1월 미군이 이란의 가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사령관을 제거하면서 미국-이란 간 긴장이 고조되자 작전임무 구역을 확장해 호르무즈 해협에서 한국 상선을 호위하는 임무를 수행한 바 있다.
국회에 제출된 청해부대 파병 동의안에 따르면 청해부대의 파견지역은 아덴만으로 한정된다. 다만 '유사시 우리 국민 보호 활동 시에는 지시되는 해역 포함'이라는 문구가 있어 당시 작전에 투입될 수 있었다.
이번 미국과 이란 전쟁의 경우 다국적군으로 작전에 투입될 가능성이 있고, 그렇게 된다면 충해부대의 임무가 달라지는 것이어서 파병에 대한 국회 비준 동의가 필요하다. 2020년 당시엔 '독자 작전'이었기에 국회 비준 동의는 진행하지 않았다.
청와대 "한미 간 긴밀히 소통해 신중히 검토 후 판단"
청와대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콕 집어 호르무즈 해협에 군함 파견을 요구한 데 대해 신중히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는 15일 입장문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소셜미디어 언급에 주목하고 있다"며 "한미 간 긴밀하게 소통하고 신중히 검토해 판단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청와대는 "국제 해상교통로의 안전과 항행의 자유는 모든 국가의 이익에 부합하며 국제법의 보호 대상으로, 이에 기반해 글로벌 해상 물류망이 조속히 정상화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정부는 중동 정세와 관련국 동향을 면밀히 주시하며 국민 보호와 에너지 수송로 안전 확보를 위한 방안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다각적으로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中대사관 "적대 행위 즉각 중단해야"…佛·英 "안전 위해 논의"
트럼프 대통령의 5개국을 언급한 이후 각 나라는 파병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미국의 비동맹국인 중국은 즉답은 피한 채 상호 적대 행위 중단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주미 중국대사관 대변인은 15일 호르무즈 해협에 해군 전력을 배치할 계획이 있느냐는 CNN 질의에 "중국은 즉각적 적대 행위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며 "모든 당사국은 안정적이고 방해받지 않는 에너지 공급을 보장할 책임이 있다"고 전했다.
이어 "중국은 중동 국가들의 진정한 친구이자 전략적인 파트너로서 분쟁 당사국을 포함한 관련국들과 소통을 계속 강화하고, 긴장 완화와 평화 회복에 건설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영국 국방부 대변인은 로이터 측에 "우리는 현재 이 지역의 선박 운항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다양한 선택지들을 우리의 동맹국 및 파트너들과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고, 프랑스는 로이터통신에 "안보 상황이 안정되면 호르무즈 해협 안정을 확보하기 위한 연합 구성 노력을 자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다"전했다.
파병에 대한 입장을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해협의 안정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시민단체 "정부, 호르무즈 군함 파견 요청 단호히 거절해야"
시민단체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호르무즈 군함 파견' 요청을 단호히 거절해야 한다며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
참여연대는 15일 성명을 통해 "대 이란 군사작전에 동맹국을 끌어들이려는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한국군 파견 요청을 단호히 거절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한국이 대이란 군사 행동에 동참하는 것은 침략전쟁을 부인하는 우리 헌법과 정면으로 배치된다"며 "무력 행사의 요건을 엄격히 제한한 유엔 헌장에도 반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이 군함 파견을 결정한다면 미국의 불법적 선제공격을 지원하는 것으로 한미 상호방위조약을 위반하게 된다"며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군사행동 참여는 이란의 한국 군함 및 대사관 등에 대한 공격을 부채질하는 결과를 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민평화포럼도 이날 성명을 통해 "청해부대 이동은 검토대상이 될 수 없다. 아덴만 이외의 분쟁지역 파견, 특히 미군 등과의 연합작전 수행을 위한 호르무즈 해협 파견은 국회가 동의한 청해부대 임무범위를 벗어난다"며 "국회는 군대의 파견 또는 임무변경에 단호히 반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역시 성명을 내고 "미국이 진정으로 항로의 안전을 말한다면 중동에서 벌이고 있는 불법적이고 침략적인 군사행동부터 중단해야 한다"며 "미국의 요구에 따라 군대를 파견하는 것은 국제 분쟁을 확대하고 한국을 또 다른 전쟁의 당사자로 만드는 위험한 선택"이라고 짚었다.
이어 "미국의 하수인 역할을 자처하며 침략 전쟁에 가담하는 일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 자주국가로서 명분 없는 미국의 압박과 협박을 단호히 거부하고, 침략전쟁에 가담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폴리뉴스 김성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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