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로공사 이미지=클립아트코리아
장기화된 부동산 경기 침체와 고금리·PF 부실 우려 등으로 안 그래도 꽁꽁 얼어붙은 건설업계에 ‘국제 유가 급등’이라는 악재가 덮치면서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 국제유가 50% 급등 시 국내 건설 생산 비용 상승률이 1%를 넘는다는 분석 결과가 나오면서다. 국제 원유 가격의 기준인 브렌트유는 이미 미국·이란 전쟁 개전 이후 40% 넘게 상승한 상황. 아파트 등 건축물 공사보다 중장비 의존도가 높고 레미콘, 아스콘 등이 주요 건설자재로 사용되는 토목공사 현장의 체감 온도가 훨씬 차가운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발간한 ‘원유 가격 상승이 건설 생산비용에 미치는 영향 분석’에 따르면, 국제 유가 50% 상승 시 국내 건설 생산 비용은 1.06%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용 상승을 부추기는 핵심 요인은 단연 ‘경유’다. 유가 10% 상승 시 발생하는 전체 파급효과의 35.2%가 경유 단일 품목에서 비롯된다. 굴착기, 크레인, 지게차 등 건설 현장을 누비는 중장비의 90% 이상이 경유를 동력원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경유를 대량으로 소비하며 채취·가공·운반되는 레미콘(8.5%)과 아스콘(8.4%)의 가격 상승분이 더해지면서 공사비 인상의 연쇄 반응이 일어나는 구조다.
유가가 10% 오를 시 주거용 건물(아파트 등)의 생산비용은 0.18% 오르는 데 그치지만, 도로시설 공사는 0.59%나 상승한다. 만약 유가가 50% 급등한다면 주거용 건물의 비용 상승률은 0.9%에 머무는 반면, 도로시설 공사는 무려 2.93%까지 치솟는다. 도시토목(2.76%), 하천사방(2.19%) 공사 등 ‘건축’보다 ‘토목’ 현장이 겪는 유가 압박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당시 만큼의 충격이 상대적으로 적을 것이라는 점이다.
지난해 누적 주택 착공물량은 총 27만 3000가구로 러·우 전쟁이 발발한 2022년(38만 6000가구) 대비 약 11만 가구 감소했으며, 2025년 건설투자 역시 9.5% 감소한 상황이다.
당시는 자재 수급 불균형이 극심해 가격이 폭등했지만, 지금은 건설경기 침체로 철근, 시멘트 등 주요 자재의 재고가 있어 단기적인 공사비 급등 압력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일 것으로 관측된다.
문제는 ‘장기화’다.
박철한 건산연 연구위원은 “지난해 부진했던 수주와 착공 등 건설지표가 올해 회복될 것으로 기대했으나, 중동발 시장 불확실성이 장기간 이어질 경우 원가 상승 불안감으로 인해 본 PF 전환이나 착공을 앞둔 사업장들이 일정을 미루게 돼 결국 전체적인 건설경기 회복도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파급력 핵심 자재인 경유·아스콘 중심의 수급 안정화 대책을 우선적으로 가동할 필요가 있다”며 “건설기계·화물운송 업계 지원책을 연계하고, 타격이 큰 토목 현장 중심의 물가변동계약금액조정(ESC) 지침 등에 대한 선제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형중 기자 kimhj@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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