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쇼크로 납사 품귀…美동맹 韓·日 석유화학 위기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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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쇼크로 납사 품귀…美동맹 韓·日 석유화학 위기 심화

연합뉴스 2026-03-15 14:40:4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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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에 밀려 시설가동 줄이는 중에 더 힘든 상황

美동맹이라 中과 달리 대체공급처로 러 선택 어려워

연기 피어오르는 여수 석유화학단지 연기 피어오르는 여수 석유화학단지

(여수=연합뉴스) 조남수 기자 =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한 9일 전남 여수시 석유화학단지 공장에서 수증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2026.3.9 iso64@yna.co.kr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중동 전쟁으로 유가가 폭등하고 아시아로 가는 중동산 원유의 호르무즈해협 운송로가 막히면서 플라스틱 원료인 납사(naphtha·나프타)의 품귀 사태가 벌어져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의 석유화학업계의 위기가 심화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5일 보도했다.

FT는 지난달 28일 전쟁 개시 전에도 한국과 일본의 석유화학업체들이 중국 경쟁업체들의 만성적 설비 과잉 탓에 시설 가동을 줄이고 있었으며 이번에 납사 품귀까지 겹쳐 더욱 힘든 상황이 됐다고 전했다.

FT가 인용한 유류 관련 정보업체 '스파르타 커모디티스'의 데이터에 따르면 양국 모두 납사 사용량 중 약 3분의 2씩을 수입으로 충당하며, 수입 납사 중 페르시아만에서 오는 물량의 비중이 한국은 60%, 일본은 70%다.

납사는 원유를 증류하는 과정에서 추출되는 탄화수소 혼합물로, 플라스틱 등의 핵심 원료다.

김정관 한국 산업통상부 장관은 납사 수급 차질 사태에 대처하기 위해 국내 생산 납사의 수출을 제한하고 필요시 정부 비축유 방출 때 납사도 함께 공급할 방침이라고 13일 밝혔다.

스파르타 커모디티스의 납사 담당 수석분석가 호르헤 몰리네로는 "이미 뒤집히고 있던 배에 빙산이 부딪치는 것과 같다"며 "이란 사태 악화는 이미 위태로운 상황에 의미있는 수준의 부담을 더 얹고 있다"고 설명했다.

S&P 글로벌 에너지에 따르면 지난달 이래 납사 가격이 50% 급등해 톤당 875달러에 이르렀지만, 이란의 보복 공격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선박 통행이 사실상 차단되면서 공급 확보 자체까지 어려워졌다

아시아 전역의 석유화학 시설들이 생산량 감축에 들어갔다.

한국 최대의 단일 에틸렌 생산 업체인 여천NCC는 지난주 "불가항력"(force majeure) 상황을 선언하고 최소 가동 수준으로 생산량을 줄였다고 밝혔다.

최근 사흘간 롯데케미칼과 LG화학 역시 고객사들에게 불가항력으로 계약상 의무를 이행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고객들에게 통보했다.

아직 불가항력을 선언하지 않은 생산업체들도 가동률을 기존 80∼90%대에서 약 60% 수준으로 낮추고 있다.

일본에서는 미쓰비시(三菱)케미칼과 미쓰이(三井)화학이 생산량을 줄였으며, 이데미츠코산(出光興産)은 공급 부족이 지속될 경우 시설 두 곳의 가동을 중단할 수 있다고 고객들에게 경고했다.

씨티그룹의 일본 소재 애널리스트들은 4월 중순까지 시장 상황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복수의 에틸렌 시설이 생산 감축이나 가동 중단 위험에 처할 것"이며 에틸렌, 프로필렌, 부탄 등 제품들이 타격을 받기 시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FT는 훨씬 더 경쟁력 있는 통합 정유-석유화학 단지를 구축한 중국과의 경쟁에서 한국과 일본이 고전해 왔으며 원료 및 전력 비용 상승, 내수 시장 축소, 통화 약세 등 요인으로도 압박을 받아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국내 원유 정제 능력과 러시아를 대체 공급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여건 덕택에 현재의 위기에서 어느 정도 보호받고 있으나,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은 제재를 준수해야 해 러시아에서 자원을 조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선원이 촬영한 중동 사태 현장 선원이 촬영한 중동 사태 현장

[전국해상선원노동조합연맹 제공]

미국 정부는 치솟는 에너지 가격을 억제하기 위해 각국이 해상에서 발이 묶인 러시아산 원유를 구매할 수 있도록 허용하겠다고 지난 12일 밝혔다.

조사업체 ICIS의 분석가 아자이 파르마르는 제트기 연료, 디젤유, 난방유 등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을 우선시해온 정유업체들의 입장에서 납사는 주요 제품군에 속하지 않았기 때문에 저장시설 가용성이 낮은 품목이었다고 설명했다.

한국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국의 납사 재고는 2주분이었다.

씨티그룹은 일본의 납사 재고를 20일분으로 추산했다. 이는 석유화학 생산업체들이 일반적으로 보유하는 재고 수준과 비슷하다.

한국과 일본은 국방과 공급망 회복탄력성 측면에서 석유화학의 중요성을 고려해 이미 실적이 저조한 공장들을 폐쇄하고 통합을 추진해 왔다.

작년 8월부터 한국 정부는 생산 능력을 약 4분의 1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석유화학 기업들의 구조조정을 추진해 왔다.

올해 1월 미쓰비시케미칼, 미쓰이화학, 아사히카세이(旭化成)는 서일본 지역의 에틸렌 생산을 통합해 새로운 회사를 설립하기로 합의했다.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는 한국 산업계가 석유화학제품에서 중국에 대한 의존을 피할 수 있도록 한국 정부가 규제 완화나 보조금 지원 등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수요를 충당할 석유화학산업을 포기하는 것은 한국 경제와 국가 안보에 재앙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limhwaso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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