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이란 원유 수출의 핵심 거점인 하르그섬(Kharg Island)이 국제 에너지 시장의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이 섬은 이란 원유 수출의 대부분이 이뤄지는 전략적 터미널로, 공격을 받을 경우 글로벌 원유 공급망에 상당한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4일 외신 등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미군이 이란 석유 수출의 중심지인 하르그섬을 겨냥해 대규모 공습을 감행했다고 밝혔다.
하르그섬은 이란 남부 부셰르주 해안에서 약 25km 떨어진 페르시아만에 위치한 작은 섬이다. 면적은 약 20㎢에 불과하지만 원유 저장시설과 송유관, 하역 터미널이 밀집해 있는 이란 석유 산업의 핵심 거점으로 평가된다.
이곳에는 하루 약 700만 배럴 규모의 원유 하역 능력이 구축돼 있으며, 이란 원유 수출의 약 90%가 이 섬을 통해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닐 퀼리엄 미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 중동 에너지 전문가는 “페르시아만은 수심이 얕아 대형 유조선이 내륙 근처에 접안하기 어렵다”며 “대형 유조선이 이용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항구가 하르그섬”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지리적 특성 때문에 이란의 원유 수출은 하르그섬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며, 해당 시설이 타격을 받을 경우 수출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번 공습에서 섬의 석유 기반 시설은 직접적인 공격 대상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그는 “도의적 이유로 이 섬의 석유 기반 시설을 파괴하지 않기로 선택했다”면서도 “이란이나 그 누구든 호르무즈 해협에서 자유롭고 안전한 선박 통행을 방해한다면 즉시 이 결정을 재고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하르그섬이 실제로 공격받을 경우 이란 경제뿐 아니라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도 큰 파장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안드레아스 크리그 영국 킹스칼리지 런던 선임 강사는 “하르그섬은 타격 시 즉각적인 전략적·경제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장소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하르그섬이 공격을 받으면서 이란 석유 산업이 큰 타격을 입은 사례도 있다.
여기에 이란이 대응 카드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을 거론하면서 에너지 시장의 긴장도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란은 기뢰 부설과 소형 고속정 등을 활용해 해협 통행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미국에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핵심 항로로, 봉쇄될 경우 글로벌 원유 공급망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 전문가들은 해협 통행이 제한될 경우 국제 유가 급등과 해운 시장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스콧 루카스 더블린대 국제정치학과 교수는 “하르그섬 공격은 갈등의 중대한 격화를 의미한다”며 “이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중동 전역 정유시설 공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원유를 수입하는 비중이 높은 아시아 국가들은 공급 충격에 취약한 구조다.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역시 중동 긴장이 장기화될 경우 에너지 가격 상승과 물가 압력 확대 등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편 정부는 중동 전쟁으로 인한 유가 상승과 민생 부담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추가경정예산 편성 작업에 착수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국무회의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중동 지역 긴장 심화에 따른 외부 충격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국가 역량을 총동원해야 한다”며 신속한 추경 추진을 지시했다.
이에 따라 기획예산처는 고유가로 인한 경제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재정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추경안을 조속히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차승민 기자 smcha@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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