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손성은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경남 창원에서 열린 제66주년 3·15의거 기념식에 참석해 민주주의의 가치와 국민주권의 의미를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15일 부인 김혜경 여사와 함께 창원에서 열린 기념식에 참석했다. 행사에 앞서 국립 3·15민주묘지를 찾아 참배단과 함께 헌화하며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3·15의거가 2010년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이후 2011년부터 정부 주관 기념식이 이어졌지만 현직 대통령 참석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3·15의거가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에서 중요한 출발점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66년 전 오늘 이곳 마산에서 시작된 국민주권의 역사를 기억한다”며 “독재정권에 맞선 시민과 학생들이 피와 땀으로 ‘나라의 주인은 국민’이라는 사실을 일깨웠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희생자들의 삶을 언급하며 민주주의를 위한 시민들의 용기를 기렸다.
이 대통령은 “그날 희생된 이들은 우리 곁에서 평범한 삶을 살아가던 이웃들이었다”며 “독재와 불의에 맞선 시민과 학생들의 용기가 있었기에 정의의 함성이 꺼지지 않는 불꽃으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3·15의거는 1960년 3월15일 이승만 정권의 부정선거에 항의하며 마산 시민과 학생들이 중심이 돼 일어난 민주화운동이다. 시위 과정에서 경찰 발포가 이어지며 유혈 사태로 확대됐다.
당시 시위에 참여한 뒤 실종됐던 마산상업고등학교 1학년 김주열 열사는 같은 해 4월11일 마산 앞바다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김 열사의 눈에 최루탄이 박힌 채 발견된 사건은 전국적인 분노를 불러일으켰고 이후 4·19혁명의 도화선이 됐다.
이 대통령은 3·15의거 정신이 이후 민주화 운동으로 이어졌다고 평가했다.
이 대통령은 “마산에서 시작된 3·15의거는 전국으로 확산된 4·19혁명을 촉발했고 결국 독재정권을 무너뜨렸다”며 “부마항쟁과 5·18민주화운동, 6월 민주항쟁, 촛불혁명에 이르기까지 3·15 정신은 우리 민주주의의 뿌리가 됐다”고 말했다.
또 민주주의 수호에는 시민의 참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저절로 오는 민주주의도 없고 저절로 지켜지는 민주주의도 없다”며 “헌정 질서가 흔들리는 순간마다 시민들은 연대와 용기로 위기를 극복해 왔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정치 상황을 언급하며 민주주의의 회복력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2024년 12월3일 밤 국민들은 내란을 단호하게 막아냈다”며 “시민들이 맨몸으로 계엄군을 막아낸 모습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회복력을 세계에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어 “1960년 3월15일이 국민주권의 시작을 알린 날이라면 2024년 12월3일 역시 국민의 힘이 민주주의를 지켜낸 날로 기록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3·15의거 희생자와 유가족에게 사과와 위로의 뜻도 전했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국가 권력으로 인해 큰 고통을 겪은 3·15 의거 희생자 유가족께 진심 어린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여러분의 숭고한 희생을 결코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유공자 예우 확대 의지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3·15의거와 4·19혁명 유공자를 더 많이 찾아 포상하고 기록하며 예우를 강화하겠다”며 “국가와 공동체를 위한 희생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념식에는 3·15의거 유공자와 유가족, 학생, 시민단체 관계자, 지역 인사 등 약 700명이 참석했다.
아래는 기념사 전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창원 시민과 경남 도민 여러분, 그리고, 3·15의거 유공자와 유가족 여러분, 66년 전 오늘, 이곳 마산에서 시작된 ‘국민주권의 역사’를 기억합니다.
독재정권에 맞서 항거한 시민과 학생들이 피땀으로 ‘나라의 주인이 국민’임을 일깨웠습니다.
분연히 떨쳐 일어난 정의의 함성은 진정한 민주공화국을 향한 꺼지지 않는 불꽃으로 피어났습니다.
영구집권이라는 헛된 욕망에 사로잡힌 독재정권은 온갖 부정·불법 행위를 일삼으며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송두리째 무너뜨렸습니다. 불의에 저항한 시민과 학생들을 무자비하게 짓밟고, 국민을 향해 무차별 실탄 사격까지 서슴지 않았습니다.
경제학자가 되고 싶었던 꿈 많은 중학생 아들.
멋진 캠퍼스 생활을 떠올리며 학업에 열중했을 모범생 친구.
사랑하는 어머니와 단란한 일상을 보내던 열아홉 살의 공장 노동자.
매일매일 치열하게 가족의 생계를 책임졌던 외동딸의 아버지.
그날의 희생자들은 우리 곁에서 살아가던 평범하고 소박한 이웃들이었습니다. 집에서 일터에서 학교에서 거리에서, 어제 같은 오늘을 보냈어야 할 소중한 사람들은 끝내 ‘1960년 3월 16일’을 맞이하지 못했습니다.
살아남은 이들 또한 부상과 고문으로 감내하기 어려운 고통을 겪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잔혹한 억압과 탄압 속에서도 주권자의 손으로 나라의 앞날을 지켜내겠다는 굳은 신념은 결코 꺾이지 않았습니다.
빗발치는 총탄보다 불의한 내 나라의 현실을 더 두려워했고, 복부를 관통하는 쇠붙이만큼이나 짓밟힌 자유와 정의에 더 아파했던, 시민과 학생들의 그 뜨겁고 담대한 용기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곳 마산에서 시작한 3·15의거는 전국 곳곳의 4·19혁명을 촉발했고, 마침내 강력해 보였던 독재정권을 무너뜨렸습니다. 부마항쟁, 5·18민주화운동, 6월 민주항쟁을 넘어 촛불혁명과 빛의 혁명까지 면면히 이어진 3·15정신은 위기 때마다 나라를 일으켜 세울 우리의 사표가 되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커다란 고난과 위협 속에서도 결코 물러서지 않았던 3·15의거 유공자분들께 깊은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그리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대통령으로서, 국가권력에 의해 큰 아픔을 겪으신 3·15 의거 희생자 유가족분들께 진심 어린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전합니다. 여러분의 숭고한 희생을 잊지 않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3·15 의거가 우리 역사에 남긴 교훈은 분명합니다. ‘저절로 오는 민주주의도 없고 저절로 지켜지는 민주주의도 없다는 사실’입니다. 민주주의와 국민 주권이 흔들리고, 헌정질서가 유린당하는 고비 고비마다 우리 평범한 민초들, 시민들은 불굴의 저력으로 다시 일어나 단호하고 또 현명하게 국가의 위기를 극복해 왔습니다.
민주주의를 완성하는 힘은 법과 제도 그 자체가 아니라, 주권자의 간절한 열망, 의지와 행동으로부터 나오는 것입니다. 대한민국의 굴곡진 현대사에 깊이 새겨져 있는 수많은 열사들의 발자취가 그 증거입니다.
비록 세월은 무심하게 흘러도 가슴과 뇌리에 새겨진 쓰라린 상처와 기억, ‘그래도 국민을 이기는 권력은 없다’는 확고한 역사적 믿음이 모여 2024년 12월 3일 밤, 위대한 대한국민들은 내란을 단호하게 물리칠 수 있었습니다.
마산의 시민과 학생들이 맨몸으로 용감하게 총칼에 맞섰던 것처럼, 2024년 12월 겨울밤 현재 대한국민 역시 맨몸으로 계엄군을 저지하였던 것입니다. 견고한 연대와 높은 주권 의식으로 세계사에 유례없는 ‘민주주의의 회복력’을 세계 만방에 당당하게 알렸습니다.
‘1960년 3월 15일’이 그랬던 것처럼, ‘2024년 12월 3일’ 역시 일각의 영구집권의 야욕을 국민 주권의 지혜가 물리친 날로, 절망의 겨울을 넘어 희망의 봄을 만들어 낸 날로 기록될 것입니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우리 국민주권정부는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민주주의, 이 공동 번영의 근간에 우리 국민이 보여주신 불굴의 저력이 있음을 항상 명심하겠습니다. 주권자 한 사람 한 사람의 묵묵한 헌신과 희생이 있었기에 대한민국은 세계가 놀랄 눈부신 발전을 이뤄냈고, 민주주의의 빛나는 모범을 당당하게 다시 세울 수 있었습니다.
이 땅의 민주주의를 위해 몸 바친 민주유공자들의 정신이 우리 사회 전반에 단단하게 뿌리내리고, 다음 세대에 더 귀중한 가치로 이어질 수 있도록 죽을 힘을 다하겠습니다.
이를 위해 3·15 의거, 4·19혁명에 참여하신 유공자분들을 한 분이라도 더 찾아 포상하고, 기록하고, 또 예우하겠습니다. 국가와 공동체를 위한 희생에 합당한 대우로 보답하면 할수록,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더욱 굳건해지고, 화합과 상생, 배려의 정신은 더욱 빛나게 될 것입니다.
위대한 대한국민들과 함께, 민주유공자들과 열사들이 그토록 소망했던 ‘국민이 주인인 나라’ ‘함께 행복한 대한민국’을 향해 담대하게 나아가겠습니다. 그것이 모진 고난 앞에서도 새 나라의 꿈을 잃지 않았던 이 땅의 모든 선열들의 헌신에 제대로 보답하는 길이라 믿습니다.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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