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란 ‘역린’ 하르그섬 때렸다…국제유가·증시 또 요동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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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이란 ‘역린’ 하르그섬 때렸다…국제유가·증시 또 요동치나

뉴스로드 2026-03-15 09:05: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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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하르그섬의 원유 터미널을 찍은 플래닛랩스의 위성사진/연합뉴스
이란 하르그섬의 원유 터미널을 찍은 플래닛랩스의 위성사진/연합뉴스

[뉴스로드] 이란을 둘러싼 중동 정세가 다시 격랑으로 치닫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원유 수출의 핵심 거점인 하르그섬을 공습했다고 밝히면서 국제유가와 글로벌 증시가 또 한 번 거센 변동성에 노출될 조짐이다. 이미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파로 치솟은 유가에 ‘급소’인 하르그섬까지 타격을 받은 만큼, 이란이 항전을 포기할지, 미국이 석유 인프라까지 공격에 나설지에 따라 금융시장의 충격 강도도 달라질 전망이다.

지난주 국내 증시는 이란발 유가 급등이라는 먹구름 아래서 급등락을 반복했다. 15일 연합인포맥스와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13일 전주 대비 97.63포인트(1.75%) 떨어진 5,487.24로 한 주를 마감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선제공격으로 전면전에 돌입한 이란이 전 세계 에너지 수송의 관문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면서 시장 전반의 불안이 급격히 높아졌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이 장중 배럴당 119.48달러까지 치솟자, 지난 9일 코스피는 한때 9% 가까이 폭락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매매거래를 20분간 중단하는 서킷브레이커가 이달 4일에 이어 불과 3거래일 만에 다시 발동됐다. 한 달 새 두 차례 서킷브레이커가 작동한 것은 2020년 3월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이후 처음이다.

다만 개인 투자자의 대규모 순매수에 힘입어 코스피는 9일 낙폭을 -5.96%까지 줄이며 장을 마쳤고, 다음 날인 10일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이란 전쟁이 곧 끝날 것”이라고 말한 뒤 5.35% 급등, 5,500선을 회복했다. 그러나 시장이 기대한 해법은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이란의 새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취임 후 첫 성명에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 지속을 공언하자 국제유가는 다시 배럴당 100달러 선을 넘어섰다.

13일 기준 5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은 배럴당 103.14달러, 4월 인도분 WTI는 98.71달러에 마감했다. 유가 급등에 세계 주요국 증시는 일제히 하락했지만, 주초에 나타났던 ‘패닉’ 수준의 충격은 다소 완화됐다. 코스피 역시 13일 장 초반 3% 넘게 밀렸다가 낙폭을 줄여 1.72% 하락으로 마감했다. 변동성은 여전히 크지만, 극단적인 투매 국면에서는 한 발 물러난 모습이다.

대표적 공포지수인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는 전주 29.49에서 27.19로 소폭 하락했고, 한국형 공포지수인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도 같은 기간 62.71에서 60.76으로 3.11% 낮아졌다. 반면 CNN이 집계하는 ‘공포와 탐욕(Fear & Greed) 지수’는 1주일 전보다 5포인트 떨어진 20을 기록, ‘극심한 공포’ 구간에 머물러 있다. 수급과 심리 지표가 엇갈리며 시장 불안이 완전히 가라앉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뉴욕증시 마감 이후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란의 ‘역린’으로 여겨져 온 페르시아만 하르그섬을 공격했다고 공개했다. 일본에 배치돼 있던 강습상륙함과 해병 원정 부대를 중동으로 증파한다는 소식까지 더해지면서, 국제유가의 추가 급등과 증시 충격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하르그섬은 이란 원유 수출의 약 90%를 처리하는 핵심 터미널로, 이곳이 마비되면 이란 경제는 직격탄을 피하기 어렵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르그섬의 모든 군사 목표물을 파괴했으나 석유 인프라는 파괴하지 않았다”고 밝히면서도 “이란이나 다른 누구라도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선박의 자유롭고 안전한 통과를 방해하기 위해 무언가를 한다면, 나는 이 결정(석유 인프라를 파괴하지 않기로 한 결정)을 즉시 재고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호르무즈 봉쇄를 계속할 경우 하르그섬 석유시설까지 타격하겠다는 ‘최후통첩’으로, 이란 경제의 목줄을 쥔 채 사실상 항복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이란 지도부가 이런 압박에 굴복해 항전을 접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미국 뉴욕증시는 13일(현지시간) 3대 지수가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0.26% 내렸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나스닥종합지수는 각각 0.61%, 0.93% 떨어졌다. 미 상무부가 발표한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 잠정치가 연율 0.7% 증가에 그쳐 시장 예상치(1.4%)를 밑돈 점도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한국 증시 관련 투자심리지표는 혼조세를 보였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한국 증시 상장지수펀드(ETF)는 0.74% 올랐지만, MSCI 신흥지수 ETF는 0.26% 하락했다.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0.05% 소폭 상승했고, 러셀2000지수는 0.36% 내렸다. 다우 운송지수는 0.12% 올랐고, 코스피200 야간선물은 하락 마감했다.

수급 측면에선 개인 투자자의 ‘저가 매수’가 두드러졌다. 지난주(9∼13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6조2천690억원을 순매도하며 매도 우위를 이어갔고, 기관도 8천114억원을 순매도했다. 반면 개인은 증시 조정을 매수 기회로 인식한 듯 홀로 6조9천620억원을 순매수했다.

외국인 주간 순매수 상위 종목으로는 두산에너빌리티(2천876억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2천255억원), 삼성중공업(2천125억원), 한화오션(992억원), 에이피알(661억원) 등이 꼽혔다. 반대로 외국인이 가장 많이 팔아치운 종목은 삼성전자(2조1천941억원), SK하이닉스(1조868억원), 현대차(7천574억원), 기아(2천641억원), 삼성SDI(2천41억원)였다. 반도체·자동차·2차전지 대형주에서 차익실현성 매도가 집중된 셈이다.

코스닥지수는 전주보다 1.71포인트(0.15%) 내린 1,152.96에 한 주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에서도 개인(1조1천483억원)과 기관(8천536억원)은 순매수에 나선 반면, 외국인은 1조7천929억원을 순매도했다. 중소형 성장주 중심의 코스닥 시장 역시 외국인 이탈과 내국인 저가 매수라는 수급 구도가 뚜렷하다.

이번 주 국내외 증시는 이란 사태의 향방과 함께 굵직한 이벤트에 촉각을 곤두세울 전망이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기준금리 결정, 엔비디아의 연례 기술 콘퍼런스 GTC 2026(16∼19일), 국내 주주총회 시즌 개막 등이 줄줄이 예정돼 있다. 이와 함께 18일 발표되는 미국 반도체 업체 마이크론의 실적은 글로벌 메모리 수요와 AI 인프라 투자 흐름을 가늠할 핵심 변수로 꼽힌다.

이상준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정학 리스크로 인한 고변동성에 노출돼 있으나, 차주 예정된 이벤트들을 통해 AI 인프라 투자 수혜, 거버넌스 개선 등 한국 시장 상승 모멘텀이 재확인될 전망”이라며 “18일 예정된 마이크론 실적 발표에서 강한 메모리 수요가 확인된다면, 조정 국면은 반도체·전력·증권·지주 등 주도주의 비중을 확대할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주 주요 경제지표 발표 일정도 촘촘하다. 16일에는 미국 3월 뉴욕 연은 제조업지수, 2월 산업생산, 3월 NAHB 주택시장지수와 함께 중국의 2월 소매판매·산업생산·고정자산투자가 공개된다. 17일에는 미국 2월 컨퍼런스보드 경기선행지수가, 18일에는 한국 2월 실업률과 미국 2월 생산자물가지수가 발표된다. 19일에는 미국 3월 FOMC 기준금리 결정과 미국 1월 신규주택매매,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회의, 일본은행(BOJ) 금융정책회의가 잇달아 열리고, 20일에는 유로존 1월 경상수지가 예정돼 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하르그섬 공습이라는 이란 사태의 ‘고조 국면’이 FOMC, AI 관련 이벤트와 맞물리면서, 이번 주 글로벌 금융시장은 지정학·통화정책·기술 모멘텀이라는 세 갈래 변수가 뒤엉킨 고변동성 장세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들로서는 유가와 중동 뉴스 흐름을 예의주시하면서도, 반도체와 AI 인프라 등 구조적 성장 산업에서의 조정이 ‘기회’로 바뀔 수 있는지 냉정하게 가늠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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