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을 총괄하는 인사가 사퇴하고 유력 광역단체장 후보로 거론되던 인사는 경선 등록을 거부하고 있다. 6·3 지방선거가 3개월도 안 남은 상황에서 국민의힘이 지도체제와 공천 작업 모두에서 대혼란에 빠졌다. 재·보궐선거 인물난까지 겹치며 '총체적 난국'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 뉴스1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 13일 "이번 공천 과정에서 변화와 혁신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며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하려 했지만,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 이상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사퇴 발표 직후 이 위원장은 휴대전화를 거의 꺼 놓은 채 잠행에 들어갔다. 공관위가 공식 출범한 지 22일 만의 일이었다. 공천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가 지방선거를 석 달도 채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 사실상 기능을 멈추면서 당내 공천 관리 체계는 공백 상태에 놓이게 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두 차례 공천 신청 거부, 대구시장·부산시장 후보 경선 방식을 둘러싼 지도부와의 이견이 사퇴하는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위원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지금 당은 그야말로 코마 상태"라며 "공관위원장직을 맡은 이상 전기충격기라도 갖다 대 심장을 다시 뛰게 하고 싶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즉흥적인 발상이 아닌 혁신적 구상과 분석, 여론조사 등을 가지고 처방전을 만들어놨는데 이렇게 돼 너무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갈등의 진원지는 장동혁 대표와 오 시장 간의 벼랑 끝 대치다. 오 시장은 공관위가 그를 위해 마련한 두 차례의 추가 공천 접수 기회를 모두 외면했다. 지난 12일에는 "최소한의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는 변화를 추구해달라. 그렇게 되면 한 명의 후보자로서 등록을 하고 열심히 뛰겠다"며 혁신선거대책위원회로의 조기 전환과 당내 강경 인사 정리 등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혁신선대위 구성 요구는 사실상 장 대표의 2선 후퇴를 의미하는 것이어서 지도부로서는 수용하기 어려운 카드였다. 장 대표는 "공천은 공정이 생명"이라는 말로 특혜 불가 입장을 분명히 했고, 지도부 일각에서는 오 시장이 불출마를 위해 명분 쌓기를 하고 있다며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지난 9일 약 3시간 20분에 걸친 비공개 의원총회 난상토론 끝에 '절윤'(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 결의문을 채택하며 갈등 봉합의 실마리를 찾는 듯했다. 그러나 장 대표가 결의문 이후 구체적인 후속 조치를 내놓지 않으면서 친한계(친한동훈계)와 개혁파가 재차 행동을 요구하며 충돌했다. 김재섭 의원은 라디오에서 "혁신선대위를 받지 않겠다면 서울 선거는 그냥 내버려 두는 게 나을 것"이라고 지도부를 직격했다. 그러자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어렵게 도출한 결의문이 제대로 존중받지 못하는 데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맞받았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 뉴스1
내홍은 지지율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장동혁 대표 취임 이후 최저치인 20%로 떨어졌다. 이재명 대통령 지지율이 67%로 취임 후 최고치 동률을 기록한 것과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일부 조사에서는 보수 텃밭으로 불리는 대구·경북(TK)에서조차 더불어민주당에 지지율이 역전된 결과가 나왔다. TK에서 민주당에 지지율을 내준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지방선거와 같은 날 치러지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상황은 더욱 암담하다. '미니 총선급'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이는 재보선 지역 대부분이 민주당 우세 선거구인 데다 인물난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지역구였던 인천 계양을의 경우 여야 대결보다 민주당 내 공천 경쟁이 더 주목받는 실정이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의 지역구인 충남 아산을과 민주당 텃밭인 전북 군산·김제·부안갑도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사실상 쉽지 않은 싸움이다.
그나마 국민의힘이 승부를 걸어볼 만한 지역은 경기 평택을과 부산 북구갑 정도다. 평택을에는 이 지역에서 3선을 지낸 유의동 전 의원이 탈환을 목표로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다. 부산 북구갑에서는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 장관이 부지런히 지역을 누비고 있다. 다만 국민의힘에서 제명된 한동훈 전 대표가 무소속 출마를 검토하고 있다는 점은 변수다. 지난 7일 구포시장을 방문해 "보수 재건의 길을 부산시민과 함께하고 싶다"고 밝힌 한 전 대표가 출마할 경우 보수표가 분산될 수 있다.
당 일각에서는 인물난 해소와 지지율 반등을 위해 결국 조기 혁신선대위 출범 외에는 방법이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당이 중도층까지 끌어들일 수 있는 분명한 정책과 비전을 내놓아야 사람도 모이고 표도 움직인다는 논리다. 한 출마 예정자는 "혁신선대위라도 구성하지 않으면 선거 결과는 더욱 비참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뉴스1 인터뷰에서 "국민들에게 지금의 국민의힘 이미지가 형성되기까지의 시간이 있었던 만큼, 이를 씻어내려면 그만큼의 노력과 변화의 시간이 필요하다"며 "내홍은 지속되고 지방선거는 두 달여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어떤 후속 조치를 내더라도 국민에게 긍정적인 신호를 주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당권파인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은 유튜브 채널 '여의도너머'에 출연해 현재 당 상황을 "어두운 터널 끝자락"이라고 표현하며 위기감을 감추지 못했다.
글에서 언급한 한국갤럽 여론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응답률은 11.9%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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