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 만드는 법을 잊지 마라'…제조업의 세계 들여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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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 만드는 법을 잊지 마라'…제조업의 세계 들여다보기

연합뉴스 2026-03-15 08:22:0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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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민셜 케임브리지대 교수가 쓴 '우리의 삶은 제조된다'

코로나19 시기 영국 슈퍼마켓의 텅 빈 화장지 진열대 코로나19 시기 영국 슈퍼마켓의 텅 빈 화장지 진열대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중동전쟁으로 국제유가가 치솟자 일본에선 때아닌 '화장지 사재기' 움직임이 일었다. '제2의 오일쇼크가 오기 전에 화장지를 쟁여둬야 한다'는 글이 소셜미디어에서 확산하자 제지업계가 나서서 재고가 충분하다며 사람들을 진정시켜야 했다.

화장지는 위기의 전조를 느낀 사람들이 사들이는 대표적인 품목이다. 코로나19 초기 전 세계 슈퍼마켓에서 갓 입고된 화장지를 앞다퉈 챙기는 모습이나 텅 빈 화장지 진열대 모습 등이 자주 언론에 등장했다.

대체로 과도한 불안 심리가 만들어낸 풍경으로 여겨졌지만, 제조공학자인 팀 민셜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책 '우리의 삶은 제조된다'(원제 'Your Life is Manufactured'·알에이치코리아)에서 코로나19 시기 화장지 대란이 "완벽하게 합리적인 사재기의 결과"라고 말한다.

모든 사람이 집에 머물면 필수품인 화장지 수요가 늘어나는 것은 당연하고, 화장지 제조업체들이 예상 밖 수요 급증에 빠르게 대응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물건 만드는 법을 잊지 마라'…제조업의 세계 들여다보기 - 2

화장지는 우리 주변의 공산품 중에서도 가장 단순해 보이는 물건 중 하나지만 제조 과정은 간단치 않다. 숲의 나무가 한 장의 화장지가 되기까지 "수천 명에 달하는 노동자의 지식과 체력, 수백만 달러 규모의 투자, 수천 킬로미터에 걸친 원자재 및 반제품의 이동"이 필요하다. 서로 긴밀히 맞물리는 수많은 활동을 조율하는 건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하나의 상품이 소비자에게 오기까지의 여정이 얼마나 길고 복잡한지, 상품과 소비자를 연결하는 시스템은 얼마나 취약한지를 안다면, 사재기를 비윤리적이라고 비판할 순 있어도 비이성적인 행위로 치부하긴 어렵다.

상품의 여정이 갈수록 길고 복잡해지는 것은 기업이 저비용 고효율을 추구한 결과이기도 하다. 자동차업체는 수많은 부품을 직접 생산하는 대신 아웃소싱을 택하고, 의류업체는 인건비가 싼 지역에 공장을 세운다.

제조업은 저임금 국가에 맡기고 고부가 서비스에 집중하는 '탈산업화'가 선진국의 바람직한 선택지처럼 여겨진 때도 있었으나, 저자는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의 말을 빌려 "공산품을 경쟁력 있게 생산하는 능력은 여전히 한 나라의 생활 수준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말한다. '지식 경제'만 지향하다 물건 만드는 법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금속가공업 근로자 (PG) 금속가공업 근로자 (PG)

[홍소영 제작] 일러스트

저자는 이 책에서 화장지부터 의약품, 비행기까지 다양한 일상 속 상품들의 사례를 들어 제조업의 세계로 안내한다. 경제경영 이론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개인의 일화와 세계 곳곳 제조현장의 생생한 풍경을 섞어 제조, 배송, 소비 과정을 흥미롭게 보여준다.

책 제목이 과장이 아닐 정도로 일상의 거의 모든 것이 제조업의 산물이지만, 제조업은 낡은 산업이라는 이미지에 더해 환경을 파괴하는 나쁜 산업이라는 오명도 쓰고 있다. 저자는 그러나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답도 결국 제조업에 있다고 말한다.

"제조업은 단순히 수정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우리의 장기적인 생존을 보장할 제품의 공급원이기도 하다. 제로 배출 운송 및 에너지 시스템을 원한다면, 누군가는 모든 부분을 설계하고 구축해야 한다. 보다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식품 및 의료 공급 시스템을 전환하고자 한다면, 수많은 새로운 것들을 고안하고 대규모로 생산해야 한다."

김태훈 옮김. 396쪽.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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