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근금지·전자발찌도 무용지물…경찰 잠정조치 적정성 논란도
(의정부=연합뉴스) 최재훈 심민규 기자 = 경기 남양주시에서 스토킹 보호 대상인 20대 여성이 살해돼 당국 조치의 적정성 논란이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는 경찰의 보호조치 대상으로 스마트워치를 차고 있었고, 범인은 전자발찌 착용 대상자라 법무부의 감시 아래 있었지만, 살인을 막지는 못했다.
14일 관계 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58분께 남양주시 오남읍의 한 길거리에서 20대 여성 B씨가 40대 남성 A씨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졌다.
B씨는 범행 직전인 이날 오전 8시 56분께 경찰이 지급한 스마트워치를 이용해 112에 신고한 것으로 파악됐다.
전자발찌 착용 대상자인 A씨는 범행 후 도주했으며, 이날 오전 10시 10분께 경기 양평군에서 경찰에 의해 검거됐다.
A씨와 B씨는 과거 사실혼 관계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가정폭력처벌법상 임시조치 2·3호와 스토킹처벌법상 잠정조치 1·2·3호 적용 대상자였다.
이에 따라 A씨는 B씨에게 전화·문자·SNS 등 전기통신을 이용한 연락이 금지됐고, 주거·직장 등 100m 이내 접근도 할 수 없는 상태였다.
B씨는 이전에도 가정폭력과 스토킹 등으로 A씨를 여러 차례 신고하고 경찰서를 찾아 상담까지 했지만, A씨의 잔혹한 범행을 피하지 못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5월 11일 B씨의 가정폭력 신고로 A씨는 특수상해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고, 법원은 임시조치를 결정했다.
이후에도 A씨의 접근이 이어지자 B씨는 지난 1월 22일 경찰서를 찾아 상담했고, 경찰은 스마트워치를 지급하고 맞춤형 순찰 등 피해자 보호 조치를 실시했다.
그러던 중 같은 달 28일 B씨는 자신의 차량에서 A씨가 설치한 것으로 추정되는 위치추적 의심 장치가 발견됐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이후 B씨는 스토킹 및 위치정보법 위반 혐의로 A씨를 고소했고, 법원은 A씨에 대해 잠정조치 1∼3호를 결정했다.
경기북부경찰청 여성청소년수사계도 사건을 구리경찰서를 책임관서로 지정하고 지난 2월 27일 구속영장 신청과 잠정조치 4호 신청을 검토하도록 지휘했다.
다만 실제 구속영장 신청과 유치장 또는 구치소에 유치하는 잠정조치 4호 신청은 이뤄지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해당 경찰서에서 장치에 대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을 의뢰해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고, 결과가 나오는 대로 영장 신청 등을 검토할 방침이었다"고 말했다.
결국 A씨 관련 사건 수사가 진행 중이던 가운데 경찰이 구속영장 신청 등 구인 조치를 하지 않고 국과수 감정 결과를 기다리는 사이 범행이 발생했다.
A씨는 과거 성범죄 전력으로 인해 전자발찌를 착용하고 있었고 범행 직후 발찌를 훼손한 후 달아났다.
전자발찌 자체는 실시간 위치 추적이 가능하다.
하지만, 해당 전자발찌는 B씨와 관계 없는 과거 다른 성범죄로 인해 부착된 것이고, 최근 B씨와 관련된 범죄나 보호조치 상황은 전자발찌 위치 추적과 운영 등에 반영되지 않았다.
결국 이번 사건에서 전자발찌는 A씨가 B씨에게 접근하고 범행을 저지르는 과정에서 아무런 경보 역할을 하지 못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전자발찌가 훼손된 전후 상황 등에 대해 경위를 파악하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처럼 가정폭력이나 스토킹 피해자를 위한 보호 조치의 실효성에 대한 지적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7월 의정부시에서 50대 여성이 스토킹 피해를 당하다 결국 살해되는 사건이 있었다.
이때도 피해자는 경찰의 긴급응급조치 대상자였고, 스마트워치도 지급됐지만 피해를 막지는 못했다.
같은 해 4월 대구에서도 스토킹 피해 여성의 신고에도 피의자가 피해자 주거지에 침입해 살해한 사건이 있었으며 울산과 대전 등지에서도 비슷한 유형의 스토킹, 교제 살인 혹은 살인 미수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들은 당국의 보호조치 대상이었으나 이러한 보호조치가 살해 의도를 가지고 접근한 피의자들을 막지는 못했다.
한편, 검거 전 A씨는 차 안에서 불상의 약을 먹었으며 병원으로 이송돼 중환자실 치료를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치료를 마치는 대로 범행 동기 등을 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다.
또 경기북부경찰청은 피해자의 신고 이력과 경찰의 대응 과정이 적절했는지에 대해서도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jhch793@yna.co.kr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