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이 중국 일부라는 것도, '혐중'으로 중국과 분리하는 것도 옳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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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이 중국 일부라는 것도, '혐중'으로 중국과 분리하는 것도 옳지 않다

프레시안 2026-03-14 18:37:1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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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를 마치면서, 대만에 대한 가장 무거운 질문에 답해보려 한다. '과연 대만은 중국의 일부인가'라는 질문이다. 어쩌면 대만의 본질을 이해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질문이자, 가장 논쟁적이고, 상당히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기도 하다.

양안(兩岸) 관계는 남북관계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 그런데 나에겐 아주 단순해 보이던 시절이 있었다. 어린 시절에는 당시 '중공'(中共, 중화인민공화국, 현재 표현으로는 '중국')과 '자유중국'(自由中國, 중화민국, 현재 표현으로는 대만)의 관계를 남북관계와 일대일 대응으로 이해했다. 말 그대로 낮은 수준의 일차원적인 이해였다.

공산 진영과 자유 진영으로 갈라진 내전과 그 결과인 분단. 차이가 있다면 우리는 비슷한 크기의 남북으로 갈라졌고, 중국은 영토의 대부분을 차지한 공산 진영을 피해 자유 진영이 작은 섬으로 후퇴한 것뿐이라고 생각했다. '북한이 절대악(惡)이듯 중공은 절대악이고, 그에 맞서는 자유중국은 우리의 친구'라는 시각이 교과서와 언론을 통해 어린 학생의 판단을 명쾌하게 정리해줬다. 그런 시절이었다.

▲ 장제스 총통의 공군 사열 소식을 다룬 '대한늬우스' 기사. 당시 한국 정부는 자유중국 소식을 미국 소식 수준으로 중요하게 다뤘다. ⓒ유튜브 채널 'KTV 아카이브' 캡처

머리가 굵어지면서, 남북과 양안을 절대선과 절대악의 대립으로 바라보던 내 시각도 바뀌었다. 과도한 반공주의, 급속한 산업화와 미국화에 대한 반발심도 컸다. 미성숙한 대한민국 사회가 가진 모든 문제의 근원을 자본주의와 서구화, 그 중심에 있는 미국과 그의 하수인 일본에서 찾기 시작했다. 우방 자유중국에 대한 환상도 그때 깨졌다. 오히려 '대륙에서 인민의 지지를 얻지 못하고 섬으로 쫓겨온 자들'이라고 폄하하기도 했다.

그렇게 관점은 달라졌지만, 대만이 중국의 일부라는 인식은 그대로였다. 국공내전으로 복잡해졌을 뿐, 중국 입장에서 청(淸)나라와 중화민국의 일부였고, 일제에게 빼앗겼다가 되찾은 땅이니 그게 자연스럽게 보였다. 다만, 대만에서 터를 잡고 살아온 대부분 사람들에 대한 이해는 전혀 없었다. 청나라 땅이 되기 전 대만섬의 역사도 전혀 몰랐다. 제주도나 강화도가 당연히 대한민국의 일부이듯, 대만섬도 중국의 일부라는 인식에 나는 오래 머물러 있었다.

이런 생각에 큰 변화가 생긴 건 불과 십 년 전, 대만 역사를 자세히 들여다보기 시작하면서였다. 고작 400년 남짓한 이 작은 섬의 역사가 그리 간단치 않았다. 역사에 등장하고 중국의 영향 아래에 들어간 과정은 미국이 영국의 식민지가 된 과정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뒤늦게 발견하고 이주해온 과정이었다. 차이가 있다면 본토로부터 더 멀리 떨어져 있고 크기도 충분해 스스로의 힘으로 독립을 쟁취한 미국과 달리, 본토에서 가깝고 크기도 작은 대만은 그러지 못했다는 것뿐이었다.

중국에 대한 현재 대만인들의 인식 역시 영국에 대한 미국인의 인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수천 년의 역사를 공유하고 천년 넘게 한 나라의 구성원으로 살아온 같은 민족이라는 인식을 가진 남북한과는 전혀 다르다. 청나라에서 제국주의 일본으로, 다시 대륙에서 건너온 국민당 정부로 지배자가 바뀌었을 뿐, 대만인들은 한 번도 자신들의 나라를 가져보지 못했다. 중국은 내 조상이 살던 곳일 뿐이다. 마치 미국인들이 스스로를 유럽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렇게 대만의 복잡한 역사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정체성을 중심으로 보면 대만은 중국에 뿌리를 둔 이주민들의 나라로 보였다.

대만에 정착해 대만 사회를 좀 더 가까이 보면서 이런 생각은 다시 바뀌었다. 대만이 중국으로부터의 독자성을 이야기하기에는 지금까지 대만의 생존과 성장에 중국이 끼친 영향이 너무 컸다. 물론 이때 중국은 현재 국제사회에서 중국(中國, China)으로 인정받는 중화인민공화국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국공내전을 피해 대만으로 건너온 국민당 정부, 그리고 넓은 의미에서 중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진 화교(華僑), 화인(華人)들을 포함하는 넓은 의미에서의 중국이다. 대만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의 경제 발전을 이룬 배경에는 중화인민공화국에 맞선 중화권의 구심점으로서 중화민국이라는 정체성이 큰 역할을 했다. 전 세계 각국에 살고있는 중화권 인구는 6~7천만으로 대한민국 인구보다 규모가 크다. 중국이 소위 죽(竹)의 장막에 갇혀있는 동안, 대만은 이들 중국 밖 중화 공동체의 구심으로서 지위를 누렸다. 요컨대 '우리는 우리일 뿐, 중국은 남이다'라고 하기엔 중화권 전체에 진 빚이 너무 커 보인다.

대만 내부의 여론은 어떨까? 대만의 인구 구성은 복잡하지만, 크게는 대만에서 대대로 살아온 본성인(本省人), 그리고 장제스 국민당과 함께 1940년대 본토에서 건너온 10%가량의 외성인(外省人)으로 나눌 수 있다. 국민당 계엄이 지속된 40년 가까운 세월 동안, 대만은 중화민국의 임시 정부였다. 국민당은 대륙을 다시 되찾아야 한다는 국가적 목표를 교육과 체제를 통해 대만인에게 주입해왔다. 당연히 그 시기에는 대만인으로서의 독자적인 정체성을 표면적으로 드러낼 수 없었다. 그러나 분단이 길어지고 본토에서 건너온 외성인들도 세대가 바뀌었다. 이런 변화는 장기적인 여론조사 결과에 그대로 나타난다.

가장 잘 알려진 것은 국립정치대학 선거연구센터(國立政治大學選舉研究中心)의 장기 여론조사 결과다. 1992년 기준 대만인의 약 25%가 스스로를 중국인이라고 답했고, 중국인인 동시에 대만인이라는 답변도 45%에 달했다. 대만인이라고 스스로를 인식하는 비율은 약 17%에 불과했다. 대체로 중국의 일부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었다. 이런 대만인의 정체성 인식은 30년이 지난 지금 전혀 다르게 나타난다. 2024년의 조사 결과는 이렇다. 과반을 훨씬 넘는 대만 인구의 약 60~65%가 스스로를 대만인이라고 인식했고, 중국인이라고 생각하는 비율은 5%가 채 되지 않았다. 대만인이면서 중국인이라고 생각하는 인구 역시 약 25~30%에 머물렀다.

어쩌면 이런 변화는 너무도 당연하다. 중국과 대만은 너무나 다른 나라가 됐다. 내가 만난 대부분의 대만인들은 스스로를 중국과 별개의 정체성을 가진 나라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심지어 누가 봐도 분명히 분단된 하나의 나라인 남한과 북한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적대적인 나라로 갈라져 대립하는 상황에서 태어나 자란 세대에게 같은 민족이라는 동질 의식은 옅어질 수밖에 없다. 거대 담론에 무관심하고, 공동체가 덜 중요한 젊은 세대에게 통일은 그저 많은 비용이 드는 변화로 보일 뿐이다.

여전히 중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세대가 있다. 2024년 기준으로 스스로를 '중국인' 또는 '중국인인 동시에 대만인'이라고 생각하는 30~35%가 그들이다. 그들은 스스로를 중국의 일부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크지만, 대체로 중장년 세대로 그 숫자가 줄어들고 있다. 또, 그중에는 중국이 성장하면서 꾸기 시작한 패권국의 꿈, 소위 '중국몽(中國夢)'에 동참하는 친중(親 중화인민공화국)도 있겠지만, 철저한 '반공(反共)', '반중(反 중화인민공화국)'인 경우도 있다. 요컨대 스스로를 중국인이라고 생각하는 대만인들도 서로 그 생각은 전혀 다를 수 있다.

역사적인 맥락을 살펴봐도, 대만 내부의 여론 흐름을 봐도 양안관계는 복잡하기 그지없다. 칼로 자르듯이 대만이 중국의 일부라거나, 중국으로부터 독립적인 별개의 국가라고 말하기 어렵다. 다만 역사적으로 보면 중국이 자신의 일부라고 주장할 정당성이 조금이나마 더 우세해 보이고, 대만인들의 바람은 중국과 다른 독자적인 국가로 남길 바라는 쪽이 점점 더 강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역사적 정당성이나 국민들이 바라는 방향이 모든 것을 결정할 수 없는 것이 냉혹한 현실이다. 명분 하나 없이 다른 나라를 침공해 정권을 바꾸고 땅을 빼앗는 일도 얼마든지 벌어지는 것이 지금의 국제사회가 아닌가? 명분과 바람만큼 중요한 것이 실질적인 힘, 특히 군사, 외교, 경제의 힘이다. 이런 점에서도 대만을 중국의 일부로 편입하려는 힘과 그를 막으려는 힘은 팽팽하다.

물론 중화인민공화국과 중화민국을 놓고 보면 힘의 기울기는 크게 기운다. 대만의 TSMC가 아무리 잘 나가도 대만의 경제규모를 중국과 비교하는 건 무리다. 그 차이를 메우는 것은 중국의 확장, 특히 대양을 통한 세계적 규모의 군사적 진출을 허용할 수 없는 미국의 존재다. 가까이는 미국의 이해에 충실하려는 일본도 있다. 그렇게 놓고 보면 강력한 힘으로 대만을 차지하려는 중국의 바람이 당장 현실이 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현재로서는 분명히 그렇다. 중국과 대만 정부가 극한 대립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복잡하고 애매한 현 상태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 현실적인 이유다. 중국이 대만을 병합하려 하거나, 대만이 독립된 국가를 선언하는 일은 한동안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중국과 대만의 관계에 대한 한 사람의 인식이 어떻게 바뀌어왔는지만 봐도 양안관계는 복잡하다. 중국이 자신의 땅이라고 주장할 근거도, 대만이 그에 반대할 근거도 충분하다. 지금 상황에서 명쾌하게 하나의 주장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어느 한쪽 편을 드는 것이거나 어느 한쪽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론적으로는 분명한 답이 있지만, 현실에는 정답이 없는 경우도 많다. 대만이 중국의 일부인가라는 문제에 명쾌한 답을 내놓을 수는 없지만, 이 세 가지는 분명하게 말하고 싶다. 첫째, 남한과 북한 관계와는 전혀 다른 대만의 역사를 모르면서 '대만은 당연히 중국의 일부'라고 생각하는 건 맞지 않다. 둘째, '혐중(嫌中) 정서'를 근거로 대만을 중국과 분리해 생각하는 것도 옳지 않다. 마지막으로 어쩔 수 없이 우리가 양안관계를 바라볼 때는 대한민국의 국익을 중심으로 고민해야 한다.

대만은 생각보다 우리와 가깝다. 양안관계는 대한민국의 운명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앞으로 어떤 변화가 펼쳐져 우리 안보와 경제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모른다. 보다 균형잡힌 시각으로 냉철하게 중국과 대만 사이의 관계를 바라보려는 노력이 필요할 때다. 그리고 그런 노력 속에서 세계를 바라보는 우리 시각도 조금 더 넓어지길 바라며 연재를 마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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