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월 영국 경제가 시장 기대에 못 미치는 성장률을 기록하며 사실상 정체 흐름을 이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비스업 부진과 에너지 가격 상승 우려가 겹치면서 향후 경기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영국 통계국(ONS)은 13일(현지시간) 2025년 11월부터 2026년 1월까지 3개월간 국내총생산(GDP)이 전기 대비 0.2%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시장에서는 0.3% 성장을 예상했지만 실제 수치는 이에 0.1%포인트 미치지 못했다.
1월 한 달 기준으로는 GDP가 전월 대비 0.0%를 기록해 사실상 성장이 멈춘 상태였다. 시장 예상치였던 0.2% 증가에도 못 미친 수치다. 이번 지표는 영국 경제가 지난해 6월 이후 사실상 정체 국면에 머물러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GDP는 최근 6개월 동안 거의 변동 없이 움직였으며 1월 경제 규모 역시 반년 전과 동일한 수준에 머물렀다.
지표 발표 직후 금융시장에서는 파운드화 가치가 달러 대비 하락했다.
부문별로 보면 제조업과 건설업은 소폭 증가했지만 경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서비스업이 제로 성장을 기록하며 전체 경제를 끌어내렸다. 특히 서비스업 내 일부 업종의 부진이 두드러졌다.
고용 서비스 활동은 전월 대비 5.7% 감소했고 행정·지원 서비스는 2.3% 줄었다. 숙박·외식 등 접객업도 1.8% 감소했으며 예술·오락 활동은 0.3% 줄었다. 운송·창고 부문 역시 1.1% 감소했다.
산업 부문 전체로 보면 생산은 두 달 연속 감소했다. 1월 산업생산은 전월 대비 0.1% 줄었으며 광업과 채굴 생산이 3.2% 감소했고 에너지 생산도 0.3%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제조업 생산은 0.1% 증가했다. 이전 3개월 동안 감소했던 건설 활동은 1월에 0.2% 증가하며 소폭 회복세를 보였다.
일부 전문가들은 기상 상황과 인프라 문제도 경제 활동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폭풍 ‘고레티(Goretti)’와 잉글랜드 켄트 지역의 대규모 단수 사태로 일부 기업이 일시적으로 영업을 중단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ONS는 공식 발표에서 이러한 요인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은 지난달 올해 1분기 경제가 0.3% 성장하고 2026년 연간 성장률은 0.9%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이 같은 전망은 중동 지역 긴장과 이란 전쟁으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기 이전에 제시된 것이다.
레이철 리브스 재무장관은 최근 에너지 가격 급등이 영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밝혔지만 투자자들은 영국 경제가 다른 서유럽 국가들보다 에너지 가격 충격에 더 취약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영국은 전력 생산에서 천연가스 의존도가 높고 재정 여력이 제한적인 데다 이미 높은 물가를 겪고 있어 에너지 가격 상승의 영향을 크게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시장에서는 올해 말까지 기준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을 약 86%로 보고 있다. 일반적으로 경제 지표가 부진하면 금리 인하 기대가 커지지만 최근에는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서 시장이 오히려 금리 인상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역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시장 참가자들은 다음 주 예정된 영란은행의 금리 결정과 향후 통화정책 방향에 주목하고 있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경제 성장률을 낮추는 동시에 물가를 높이는 특성이 있어 통화정책 판단을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경제사회연구소(NIESR)는 “이란 전쟁으로 인한 글로벌 불확실성이 영국 경제에 부담을 주고 있으며 연초 나타났던 기업 신뢰도 개선 흐름이 오래 지속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며 “올해는 우려스러운 분기로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연구소는 유가 상승이 1분기 성장률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면서도 에너지 가격이 연말까지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경우 2026년 영국 GDP 성장률을 약 0.2%포인트 낮출 수 있다고 전망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 역시 최근 에너지 가격 상승 위험을 반영해 올해 영국 경제 성장률 전망을 기존 1.0%에서 0.1%~0.6% 범위로 하향 조정했다.
현지 경제학자들은 “유가와 천연가스 가격 상승이 가계의 실질 가처분소득을 줄이면 소비와 투자, 고용 계획까지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며 영국 경제가 당분간 불확실한 환경에 놓일 것으로 내다봤다.
차승민 기자 smcha@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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