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한민하 기자] 화장품 성분 분석 앱의 평가 등급을 의식한 ‘성분표 관리’ 경쟁이 확산하며 플랫폼 기준이 제품 효능보다 앞서는 주객전도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일부 뷰티 브랜드가 특정 성분을 배제하거나 추가하는 방식으로 등급을 관리하면서 화장품의 본질인 제품 처방 완성도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화장품 성분 분석 플랫폼은 전성분 정보와 사용자 리뷰를 기반으로 제품 성분을 평가하고 등급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영향력을 키워왔다. 소비자들이 제품 구매 전 성분표와 플랫폼 평가 결과를 먼저 확인하는 사례가 늘면서 성분 평가는 사실상 새로운 쇼핑 기준으로 자리 잡은 모습이다.
실제 플랫폼 영향력도 커지는 추세다. 뷰티 플랫폼 화해의 누적 리뷰 수는 지난 9일 기준 1000만건을 넘어섰으며, 약 1250만명의 사용자 행동 데이터가 축적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화해쇼핑 누적 거래액도 지난해 11월 기준 2000억원을 돌파했다.
확대된 플랫폼 영향력에 따라 성분 평가 결과가 참고 지표를 넘어 마케팅 요소로 활용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일부 브랜드는 온라인 쇼핑몰과 광고에서 ‘화해 랭킹 1위’, ‘그린 등급’, ‘추천 제품’ 등의 문구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플랫폼 평가가 일종의 신뢰 지표처럼 받아들여지면서 효능이나 사용감보다 성분 점수를 강조하는 홍보 경쟁이 확산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성분 분석 플랫폼이 전성분 공개 문화를 확산시키고 정보 접근성을 높이며 소비자 선택권을 넓혔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평가한다. 특히 시장의 정보 비대칭을 줄이면서 인지도와 마케팅 여력이 부족한 중소·인디 브랜드도 성분 구성과 사용자 리뷰를 기반으로 소비자에게 노출될 기회를 얻었다는 분석이다. 실제 일부 브랜드는 플랫폼 내 평가와 입소문을 통해 인지도를 높이며 성장하기도 했다.
다만 플랫폼 영향력이 커지면서 성분 평가 결과가 제품 경쟁력의 주요 기준으로 활용되는 점은 문제로 지목된다. 일부 브랜드가 플랫폼에서 부정적으로 인식되는 성분을 배제하거나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성분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제품을 설계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성분표에서 특정 원료를 제외하거나 추가하는 방식이 제품 기획 단계에서 고려되는 경우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익명을 요청한 ODM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성분 정보를 확인하는 것은 긍정적인 변화지만 일부 원료가 맥락 없이 위험 요소로 인식되는 경우도 있다”며 “화장품은 성분의 종류뿐 아니라 사용 농도와 배합 방식이 함께 고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업계와 전문가들은 특정 성분의 포함 여부만으로 화장품 품질을 평가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화장품이 효능 성분뿐 아니라 안정성과 보존성을 유지하기 위한 다양한 성분이 함께 설계되는 제품이라는 이유에서다. 사용 농도와 배합 방식, 제형 등 전체 포뮬러가 제품 완성도를 좌우한다는 것이다.
특히 특정 원료를 단순히 ‘좋다’ 또는 ‘나쁘다’로 구분하는 소비 방식이 확산하면서 제품 전체 포뮬러보다 개별 성분이 강조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분위기가 지속될 경우 화장품 개발 과정에서도 효능과 안정성보다 성분표를 ‘깨끗하게’ 만드는 데 초점이 맞춰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일부에서는 특정 성분을 둘러싼 부정적 이미지가 과도하게 확산하면서 소비자 불안을 자극하는 ‘공포 마케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뷰티 업계 안팎에서는 성분 분석 플랫폼이 소비자 정보 접근성을 높였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지만, 영향력이 커진 만큼 성분 점수 중심의 경쟁이 과열될 경우 화장품의 효능과 기술력보다 ‘성분표 이미지’가 더 중요한 평가 기준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김주덕 서울사이버대학교 뷰티산업학과 석좌교수는 “성분 분석 플랫폼은 원료의 안전성 정보를 제공하는 측면에서는 의미가 있지만 화장품 효능은 단일 성분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며 “화장품은 어떤 성분을 어떤 비율로 배합하고 어떤 제형으로 설계하느냐에 따라 효과가 달라지기 때문에 특정 성분 유무만으로 제품을 평가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꼬집었다.
Copyright ⓒ 이뉴스투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