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진영 기자] 국회가 공공의료 인력 양성과 필수의료 분야 사법 리스크 완화를 골자로 한 의료 관련 법안을 처리하며 의료개혁 입법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의료계와 환자단체, 정치권 간 입장 차이가 뚜렷해 향후 논쟁도 이어질 전망이다.
1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고 국립의학전문대학원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국립의전원법)과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의결했다.
국립의전원법은 국가가 국립 의학전문대학원을 설립해 공공의료 분야에서 근무할 의사를 양성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해당 학교 졸업생은 의사 면허 취득 이후 15년 동안 공공의료기관 등 공공의료 분야에서 의무적으로 복무해야 한다.
정부는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2030년 개교를 목표로 매년 100명의 학생을 선발할 계획이다. 학생 정원과 입학 자격, 선발 방식 등은 대통령령으로 정하고 총장이 결정하되 보건복지부 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했다.
다만 정치권에서는 절차 문제를 두고 반발도 제기됐다. 국민의힘은 법안이 충분한 논의 없이 처리됐다고 비판했다. 서명옥 국민의힘 의원은 “대규모 국가 재정이 투입되고 새로운 의학교육 및 의무복무 체계를 만드는 제정법이 공청회도 없이 졸속 통과된 것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앞서 열린 복지위 법안심사소위원회에도 불참하며 추가 숙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같은 날 복지위는 필수의료 분야 의료사고에 대한 형사 책임 부담을 완화하는 내용을 담은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도 함께 의결했다. 개정안은 의료사고 발생 시 의료인에게 설명의무를 부과하되, 설명 과정에서 표현된 유감이나 사과 등의 의사표시는 재판에서 증거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중증·소아·응급·분만·외상 등 고위험 필수의료 행위에서 중대한 과실이 없는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의료인이 설명의무를 이행하고 책임보험에 가입한 상태라면 업무상 과실치사상죄의 형을 감면할 수 있도록 했다.
손해배상금을 전액 지급한 경우에는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하는 조항도 포함됐다. 이 조항을 두고 환자단체와 소비자단체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소비자시민모임·한국소비자연맹·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성명을 통해 “손해배상금을 지급했다는 이유로 검사의 공소 제기를 금지하는 형사처벌 특례는 위헌 소지가 있다”며 “특정 직역에 과도한 특혜를 부여하는 조항”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의료계는 필수의료 정상화를 위해 사법적 부담 완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의료인에 대한 사법 리스크 완화가 환자 보호와 생명 존중이라는 가치와 같은 방향임을 확인하는 긍정적 첫걸음”이라고 평가했다.
정부는 이번 입법을 의료개혁 추진 과정의 성과로 평가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국립의전원법 상임위 통과 소식을 공유하며 “쉽지 않은 일이었는데 의료개혁 성과에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의료대란 해소를 시작으로 지역의사제, 비대면진료법, 필수의료 강화 법안에 이어 국립의전원법까지 의료개혁 입법이 계속 추진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회가 공공의료 인력 확충과 필수의료 지원을 위한 제도 정비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법안의 형평성과 절차 문제를 둘러싼 논쟁이 이어지면서 향후 본회의 처리 과정에서도 논의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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