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김이슬 기자】 정부가 물가 잡기 드라이브와 함께 담합 단속 고삐를 죄고 있다. 최근 한 달 사이 밀가루와 설탕 등 원재료 시장에서 대형 담합 사건이 잇따라 드러난 가운데 조사 범위도 생활 밀착 업종으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원재료 시장에 이어 대형마트 납품 시장에서도 가격 담합을 적발했다. 주요 원재료 시장에서 대형 담합 사건을 확인한 데 이어 유통 납품 과정에서도 ‘짬짜미’가 드러난 것이다.
공정위는 이마트에 돼지고기를 납품하면서 입찰 가격을 사전에 맞춘 돼지고기 가공·판매업체 9곳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총 31억65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12일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들 업체는 입찰 과정에서 납품 가격을 미리 합의하는 방식으로 경쟁을 제한했다. 이 같은 담합으로 납품 단가가 상승했고, 이는 대형마트 판매 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소비자 부담을 키웠다는 것이 공정위의 설명이다.
정부도 가격 담합에 대한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물가로 악명 높은 대한민국에서 독과점적 지위를 이용한 부당한 가격 인상은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며 “담합이나 시장지배력 남용에 대해 철저한 감시와 조사, 강력한 제재를 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이 가격 담합 문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정부의 제도 정비도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담합 행위에 대한 과징금 부과 기준을 대폭 높이는 방안이 추진되면서 이른바 ‘짬짜미’ 기업에 대한 처벌 강도도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정부는 12일 오후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주재로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장관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고 ‘민생물가 특별관리 품목 집중점검 방안’을 확정했다. 체감 물가 안정과 공정한 시장 질서 확립을 위해 23개 품목을 특별관리 대상으로 지정하고 집중 점검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특별관리 품목은 먹거리 13개와 공산품·서비스 각 5개로 구성됐다. 먹거리에는 돼지고기와 냉동육류, 계란, 고등어, 쌀, 마늘, 김 등 주요 농수축산물과 함께 라면·빵·과자 등 가공식품도 포함됐다.
정부의 단속 강화와 물가 안정 압박이 이어지면서 식품업계에서도 가격 조정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공정위와 검찰의 담합 조사를 받았던 설탕·밀가루·전분당 업체들이 지난 1~2월 사이 해당 제품 가격을 3~6% 내리자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도 빵 가격을 낮췄다.
다음 달부터는 식용유와 라면 가격도 인하될 예정이다. 농심·오뚜기·삼양·팔도 등 라면업체는 4월 출고 제품 가격을 40~100원(4.6~14.6%) 낮출 계획이다. CJ제일제당, 대상, 롯데웰푸드 등 6개 식용유 업체 역시 가격을 약 300~1250원(3~6%) 인하한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는 여러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지만, 최근 대내외 환경변화에 따른 물가안정 기조에 동참하고, 기업이 갖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자 가격 인하를 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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