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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봉투법’ 교섭 폭풍…시행 이틀간 453곳 나서
14일 재계와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노란봉투법 시행 첫날인 지난 10일부터 11일까지 양일간 하청노조 453곳이 원청 사업장 248곳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했다. 한화오션·포스코·쿠팡로지틱스서비스(CLS)·부산교통공사·화성시·대방건설 등 총 6곳의 원청 사업장이 사실상 교섭 절차에 착수했다.
노란봉투법은 지난 2014년 쌍용차 구조조정 당시 시민단체가 노란색 봉투에 시민 4만7000명의 성금을 담아 노조에 전달한 것이 유래다. 2015년 첫 발의 후 수년간 발의와 불발을 반복하다 지난해 8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입법 과정에서 노란봉투법은 노동쟁의의 범위를 기존 ‘근로조건’에서 ‘경영상의 결정’까지 대폭 넓혔다. 특히 고용노동부는 구조조정이 ‘객관적으로 명백한 경우’ 실제 실행 전이라도 교섭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딜의 비밀 유지와 속도가 생명인 M&A 시장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매각 자문사만 선정해도 합법적 쟁의 명분 생겨
이제 노조는 매각 거래 종결 이전 단계라도 합법적인 쟁의에 나설 수 있는 법적 명분을 갖게 됐다. 매각 자문사 선정이나 실사 단계만 노출되어도 고용 불안을 근거로 삼을 수 있게 되면서다. 실제 현대모비스 자회사 노동조합은 노란봉투법 시행 첫날부터 ‘램프 사업 매각 불가’를 요구하며 본사 앞 집회에 나섰다. 노조는 “구조조정이 명백히 예상되는 상황에서 실질적 결정권을 가진 원청(현대모비스)이 직접 교섭에 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거엔 딜이 완전히 확정되거나 고용 변화가 발생한 시점에 노조 대응이 가능했다. 하지만 기업이 전략적으로 카브아웃을 검토하는 기획 단계나 매각 공고만 나더라도 노조는 ‘구조조정이 명백하다’고 주장하며 교섭을 요구할 근거가 생겼다. 또 매각에 따른 보상 체계가 마련되지 않은 초기 단계에서 파업이 이뤄진다면 딜의 불확실성도 극대화될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체질 개선이 시급한 석유화학, 자동차 부품 등 전통 제조 업종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공급과잉 해소와 신사업 전환을 위해 비핵심 자산을 떼어내야 하지만, 강력한 조직력을 가진 노조의 매각 저지 투쟁이 상시화될 경우 딜 자체가 무산될 리스크가 크기 때문이다.
◇카브아웃 파트너 PEF…시장 위축 우려
재무적 투자자(FI)인 사모펀드(PEF) 업계의 시각은 더욱 차갑다. 사모펀드는 지난 수년간 국내 대기업들의 사업 재편 과정에서 나오는 계열사 매물에 적극 투자하며 카브아웃 파트너로 동행해왔다.
하지만 노조 리스크에 노출되면서 대형 카브아웃 딜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한국 기업의 카브아웃 매물을 검토하던 글로벌 사모펀드들이 리스크를 우려해 인수가를 대폭 낮추거나 입찰 참여를 꺼릴 가능성이 크다. 통매각보다는 JV(합작법인) 설립 후 점진적 지분 매각 등 노사 리스크를 분산하기 위한 변칙적 딜 구조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한 PEF 운용사 대표는 “인수 후 통합(PMI)은 커녕 인수 전 단계부터 노사 갈등이라는 불확실성을 안고 수천억원을 베팅할 하우스는 드물다”며 “한국 기업 매물의 매력도가 떨어지면서 글로벌 자본이 이탈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본격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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