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장 명칭 두고 논란 가열…여권 강경파 "검찰총장 폐기" 주장
법조계선 위헌 소지 거론…과거 합참의장 명칭 변경 시도 중단도
(서울=연합뉴스) 이밝음 기자 = 오는 10월 검찰청 폐지와 함께 공소 제기·유지를 전담하는 기관으로 출범하는 공소청의 수장 명칭을 놓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강경파 의원들이 기관장 명칭은 검찰총장이 아닌 공소청장이 돼야 한다며 정부안에 반기를 들면서 여권 내 갈등이 증폭되는 모양새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헌법에 명시된 검찰총장 명칭을 바꾸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어 신중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정부가 설계한 공소청법안은 '공소청의 장은 검찰총장으로 한다'는 규정을 뒀다.
헌법상 명시된 검찰총장 명칭을 변경하면 위헌 논란이 생길 것을 고려해 검찰총장 명칭을 그대로 사용하기로 한 것이다.
헌법 제89조 16호는 '검찰총장·합동참모의장·각군참모총장·국립대학교총장·대사 기타 법률이 정한 공무원과 국영기업체관리자의 임명은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도 신년 기자회견에서 "헌법에 검찰총장이라고 쓰여 있는데 없애버리면 되나"라며 검찰총장 명칭 변경에 다소 부정적인 의중을 드러내기도 했다.
반면 여권 강경파 의원들은 검찰권 남용의 근간으로, 법 조항에선 사라졌지만 여전히 기저에 흐르는 '검사동일체' 원칙의 폐습을 연상시킨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검찰총장을 공소청장으로 바꿔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공소청법에 '공소청에 공소청장을 두고 헌법상 검찰총장에 보한다'는 규정을 두면 위헌 소지를 없앨 수 있다는 게 이들의 논리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헌법상 명칭을 하위법령으로 바꾸는 것 자체가 더 큰 논란을 잉태할 수 있다고 본다.
일반 법률을 통해 헌법 내용을 바꾸는 게 가능해진다면 앞으로 개헌 대신 일반 법률을 제·개정해 헌법에서 정한 내용을 바꾸려는 시도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과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문위원 검토보고에서도 "헌법상 명칭을 법률로 바꾸는 것을 허용하면 입법자의 의사에 따라 법률로 헌법 규정을 실질적으로 변경해 헌법의 최고규범성을 형해화하는(뼈대만 남기는) 결과로 귀결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오는 10월 공소청법 시행과 함께 검찰청법이 폐지되면 검찰총장의 직무와 기능, 권한을 정의한 내용이 사라지는데 '검찰총장으로 보한다'는 조문만 남기는 것은 모순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공소청법 정부안은 공소청의 장을 검찰총장으로 하면서 검찰총장의 권한과 직무 등을 함께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공소청장을 검찰총장으로 보한다'라고만 규정하면 검찰총장의 역할을 명시한 법안이 없기 때문에 공소청장과 검찰총장의 권한 관계나 검찰총장 직위의 독립성, 검찰총장 권한의 법적 근거 등을 파악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과거 동일하게 헌법에 명시된 합동참모의장 명칭을 변경하려는 시도가 두 차례 있었지만 위헌 논란으로 중단되기도 했다.
더 나아가 일부 법조인은 심지어 검찰총장 명칭 변경을 헌법상 '대통령'을 '총통'으로 바꾸는 것과 본질상 다르지 않다는 취지로 비교하는 경우까지 있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5·16 군사정변 이후 국가재건비상조치법을 만들어 헌법의 효력을 정지시키고 국회 권한을 국가재건최고회의가 행사한다고 규정했다"며 "헌법상 검찰총장 명칭을 공소청장으로 바꾸는 것은 국가재건비상조치법을 정당화하는 것과 똑같다"고 지적했다.
차 교수는 "'공소청의 장을 공소청장으로 한다'가 아닌, '검찰총장으로 보한다'고 명문화하는 것은 헌법상 검찰총장이 필요하고, 검찰총장이 검사들로 구성된 조직의 수장이라는 걸 인정하는 자가당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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