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로드] 미국과 이스라엘의 전격적인 공습으로 촉발된 중동 전쟁이 2주 차에 접어든 13일(현지시간), 국제유가가 이틀 연속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며 급등세를 이어갔다. 이란의 새 최고지도자가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항전 의지’를 공개 천명하면서 공급 차질 우려가 증폭된 영향이다.
이날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브렌트유는 배럴당 103.1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전장 대비 2.7% 오른 것으로, 종가 기준으로 2022년 7월 말 이후 약 3년 7개월 만의 최고 수준이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98.71달러로 3.1% 상승 마감했다.
국제 원유 벤치마크인 브렌트유는 이번 주에만 11% 뛰었다. 미국·이란 간 전쟁 발발 이후로는 상승률이 42%에 달해, 지정학적 리스크가 유가에 미치는 충격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시장의 불안을 키운 것은 이란의 강경 메시지다. 전날 취임 후 첫 공개 발언에 나선 이란의 새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계속하겠다는 입장과 함께 항전 의지를 재확인했다.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상당 부분이 지나는 전략 요충지인 만큼, 해협 봉쇄 장기화 가능성만으로도 유가는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지던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한 뒤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은 급등하는 유가를 완화하기 위해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일부 제재를 추가로 풀며 대응에 나섰다.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12일 오전 0시 1분 이전에 선적된 러시아산 원유 및 석유제품에 대해 30일간 판매를 허용하는 새로운 일반 면허를 발급했다. 앞서 미국 정부는 인도 기업들이 이미 선적을 마친 러시아산 원유와 석유제품을 구매하는 것도 예외적으로 인정한 바 있다.
다만 시장에서는 이번 조치가 공급 여건을 근본적으로 바꾸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스웨덴 SEB은행의 비아르네 시엘드로프 분석가는 “러시아산 원유는 이미 구매자들에게 향하고 있었다”며 “이번 완화 조치가 시장에 추가 물량을 공급하는 것은 아니지만, 거래 과정에서의 마찰을 일부 줄이는 효과는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시장은 이번 전쟁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우려를 본격적으로 반영하기 시작했다”며 “가장 큰 두려움은 석유 인프라가 심각하게 손상돼 공급 손실이 장기간 이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동 산유국의 생산시설이나 수송 인프라가 직접적인 공격을 받을 경우, 단기간 가격 급등을 넘어 구조적인 공급 부족 국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도 이날 보고서를 통해 유가 고공행진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골드만삭스 리서치팀은 중동 지역 에너지 인프라 피해와 호르무즈 해협 물류 차질을 감안할 때 브렌트유의 3월 평균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4월에는 일부 긴장이 완화된다는 가정 아래 평균 가격이 배럴당 85달러 수준으로 내려설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제재 완화에도 불구하고, 중동 전쟁의 전개 양상과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 여부가 향후 유가 흐름을 좌우할 핵심 변수라고 입을 모은다. 공급망 차질이 장기화할 경우, 에너지 가격 상승은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을 재점화하고 각국 통화정책과 경기 흐름에도 적지 않은 파장을 미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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