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로드] 뉴욕증시가 지정학적 긴장과 실망스러운 경제지표에 동시에 압박을 받으며 하락 마감했다.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이 장기전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이어지고,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둔화와 인플레이션 지표의 재가열이 겹치면서 투자심리가 얼어붙었다.
13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119.38포인트(0.26%) 내린 46,558.47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40.43포인트(0.61%) 떨어진 6,632.19, 나스닥종합지수는 206.62포인트(0.93%) 밀린 22,105.36에 장을 마감했다.
시장을 짓누른 것은 ‘호르무즈·GDP·PCE’ 3중 악재였다. 중동 전황에서는 뚜렷한 완화 신호가 나오지 않았다. 호르무즈 해협은 여전히 봉쇄된 상태로, 이란이 인도 국적 액화천연가스(LPG) 운반선 2척의 통과만 허용했을 뿐 물동량은 사실상 막혀 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들이 자국 선박의 안전한 통행을 위해 이란과 협상에 나섰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이란이 실제 협상 의지를 갖고 있는지는 불투명하다.
미군은 이란에 대한 공습을 이어가는 동시에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 해병대를 포함한 추가 군함 파병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상군 투입까지 포함한 전면 개입인지, 해협을 지나는 선박 호위에 초점을 맞춘 조치인지는 아직 분명치 않다. 파병의 성격에 따라 위험자산 선호 심리는 크게 출렁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란 전쟁이 장기전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국제 유가는 이날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5월 인도분은 3% 가까이 급등, 배럴당 103달러 위에서 거래를 마쳤다. 2022년 8월 말 이후 최고 수준이다. 유가 급등은 향후 인플레이션 재가속에 대한 시장의 경계심을 키우고 있다.
데이비드 아스펠 마운트루카스매니지먼트 글로벌 매크로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유가 변동과 주식 가치 평가에 반영된 금리 경로가 이제 의구심을 낳고 있다”며 “기업 실적은 꽤 좋지만 투자심리가 좋지 않다”고 진단했다. 실적 펀더멘털은 견조하지만, 금리·물가·지정학 리스크가 동시에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는 의미다.
미국발 경제지표도 악재로 작용했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잠정치(수정치)는 계절 조정 기준 전분기 대비 연율 0.7% 증가에 그쳤다. 앞서 발표된 속보치와 시장 예상치는 모두 1.4% 증가였던 만큼, 수정치 기준 성장률은 ‘반 토막’ 난 셈이다. 직전 분기인 3분기의 4.4% 성장과 비교하면 성장세가 급격히 둔화됐다.
인플레이션 지표는 반대로 ‘뜨거워지는’ 모습이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1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0.4% 상승했다. 식품과 에너지를 포함한 전 품목 PCE 가격지수도 전월 대비 0.3% 올랐다. 근원 PCE는 두 달 연속 0.4% 상승률을 기록, 연준의 물가 안정 목표(연율 2%)에 비춰볼 때 여전히 높은 흐름이다.
더구나 이번 PCE 수치는 이란 전쟁 발발 이전 상황을 반영한 것이어서, 이후 유가 급등과 공급 차질 우려까지 감안하면 향후 물가 경로에 대한 불안감은 한층 커지고 있다. 성장률은 꺾이고 물가는 다시 달아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시장이 의식하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종별로는 소재와 기술주가 1% 넘게 하락하며 지수 약세를 이끌었다. 시가총액 1조달러를 웃도는 초대형 기술주들은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브로드컴과 메타 플랫폼스는 4% 안팎으로 떨어졌다. 미국 소프트웨어 기업 어도비는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에 못 미친 데다 향후 전망까지 불투명하다는 평가가 겹치며 7% 넘게 급락했다.
반면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강보합권을 지키며 선방했다.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5% 이상 급등했고, 대만 TSMC와 인텔 등 주요 반도체 종목도 강세를 보이며 지수를 방어했다. 성장주 전반에 대한 경계 속에서도 반도체 업종에 대한 수요 기대와 실적 모멘텀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해석이 뒤따랐다.
통화정책 기대 역시 다소 조정됐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6월까지 기준금리가 동결될 가능성을 77.1%로 반영했다. 전날 마감 기준 79.3%에서 소폭 낮아진 수치다. 성장 둔화에도 불구하고 물가 지표가 예상보다 강하게 나오면서, 연준이 서둘러 완화 기조로 전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는 셈이다.
변동성 지표는 다소 진정됐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 지수(VIX)는 전장 대비 0.10포인트(0.37%) 하락한 27.19를 기록했다. 다만 역사적 평균을 웃도는 수준을 유지하며, 시장이 여전히 높은 불확실성 속에서 방향성을 모색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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