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방망 퇴출 위기 앤트로픽, 트럼프 정부 상대로 맞소송
오픈AI는 미 국방부와 밀월…빅테크 생존 공식 갈리나
(서울=연합뉴스) 심재훈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로부터 '공급망 안보 위험' 기업으로 지정돼 연방 조달망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한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앤트로픽이 미 정부를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섰다.
AI의 군사적 오남용을 막으려는 기업의 자체 윤리 규범과 국가 안보를 최우선으로 내세운 공권력이 정면으로 부딪친 첫 사례다.
기술적 중립성과 플랫폼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해 온 글로벌 AI 업계 전반이 중대한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 "감시·살상용 불가" vs "합법적 군 통제권 침해"
현지 법원 기록과 외신 등을 종합하면 앤트로픽은 지난 9일(현지시간) 미 국방부와 연방 기관을 상대로 캘리포니아 북부 연방법원 및 워싱턴DC 연방 항소법원에 '공급망 리스크 지정 처분 취소 및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번 사태는 최근 미 국방부가 앤트로픽을 안보 위협 기업으로 공식 지정하고, 유예 기간을 거쳐 자사 대형언어모델(LLM) '클로드'를 방산 계약망에서 사실상 퇴출하기로 한 결정에서 비롯됐다.
이는 다른 연방 부처에도 클로드 사용 중단을 압박하는 강력한 신호로 작용하고 있다.
핵심 쟁점은 'AI의 군사적 활용 범위를 누가 통제할 것인가'다.
앤트로픽은 소장을 통해 국방부가 요구한 시스템 사용 범위에 미국 내 대규모 감시와 완전 자율 무기 시스템 도입 등 민감한 내용이 포함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앤트로픽 측은 "인권과 민주주의 원칙을 바탕으로 한 자사의 AI 가이드라인에 정면으로 위배된다"며 "적대국으로의 기술 유출 등 실질적인 안보 위협이 없는데도 군사적 목적의 무제한 사용을 허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낙인을 찍은 것은 전례 없는 위법이자 정치적 보복"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미국 국방부의 입장은 단호하다.
미 국방부는 성명 등을 통해 "문제의 본질은 연방 시스템과의 보안 상호운용성 및 통제된 데이터 접근 검증을 회사 측이 거부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특히 "군은 모든 '합법적 목적'으로 기술을 활용할 수 있어야 하며, 민간 벤더가 특정 용도를 일방적으로 제한해 군의 지휘·통제 체계에 부당하게 개입해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 앤트로픽, '공급망 위험' 꼬리표…오픈AI와 엇갈린 행보
미국이 화웨이 등 적성국의 통신·IT 기업을 견제하기 위해 쓰던 '공급망 안보 위험' 카드를 자국 AI 스타트업에 빼든 것은 이례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별도의 행정명령을 통해 연방 기관 전반에 앤트로픽 기술 사용 중단을 지시하면서 퇴출 압박은 전방위로 확산 중이다.
업계 선두인 오픈AI는 앤트로픽과 엇갈린 행보를 보이고 있다.
오픈AI는 앞서 2024년 1월 서비스 이용 약관에서 '군사 및 전쟁 목적 사용 금지' 조항을 삭제한 뒤 미 국방부와의 협력 폭을 넓혀왔다.
특히 앤트로픽에 대한 퇴출 압박이 최고조에 달한 시점에 오픈AI는 미 국방부 기밀망 및 작전 환경용 AI 시스템 구축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 체결을 발표했다.
기업의 자체 윤리 강령 고수 여부보다 정부의 '전면적 활용 보장' 요구 수용 여부가 공공시장 진입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로 작용한 셈이다.
◇ 한국 AI 안보도 긴장…한미 연합작전 상호운용성 과제 직면
이번 갈등은 우리나라 민·군 AI 안보 전략에도 구조적인 화두를 던진다.
미군과 연합 작전을 수행하고 정보 시스템 및 무기 체계를 공유하는 한미 동맹의 특성상 미 국방부가 벤더에 요구하는 '합법적 전면 사용 보장'이라는 AI 안보 기준은 국내 국방망 AI 구축에도 실질적 표준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국내 플랫폼 및 AI 기업들 역시 국방·공공 조달 시장 진입 시 미국 주도의 글로벌 안보 표준 수용과 기업 자체 윤리 사이에서 엄격한 판단을 요구받게 될 전망이다.
결국 AI가 국가 전략 무기로 자리 잡은 시대에 플랫폼 기업의 윤리적 책임 범위 설정과 각국 정부의 기술 통제권 사이의 권력 조율이 글로벌 AI 생태계의 향방을 가를 핵심 의제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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