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접수 23건·방문 5건·우편 8건…헌재, 20일 사전심사 방안 논의
(서울=연합뉴스) 이미령 기자 = 법원 판결을 헌법재판소가 다시 판단하는 재판소원 제도 시행 이후 이틀간 36건의 재판소원 사건이 접수됐다.
13일 헌재에 따르면 전날 0시부터 이날 오후 6시까지 전자접수 23건, 방문접수 5건, 우편접수 8건 등 총 36건의 재판소원 심판 청구가 제기됐다. 첫날인 12일 하루 동안에만 20건이 접수됐다.
헌재는 "재판의 독립성과 당사자의 인격권 보호를 위해 재판소원 사건의 사건번호와 재판 내용은 원칙적으로 공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전날 0시 10분 접수된 '1호 재판소원 사건'은 시리아 국적의 외국인이 강제퇴거명령 취소 청구를 기각한 법원 판결을 취소해달라며 낸 것이다.
두 번째로 접수된 것은 동해안 납북귀환어부 피해자시민모임이 형사보상 지연에 대한 국가배상청구 기각 판결을 취소해달라며 낸 재판소원이다.
장모를 폭행한 혐의(존속폭행)로 지난달 징역형 집행유예를 확정받은 A씨도 전날 판결을 취소해달라며 재판소원 심판을 청구하고 효력정지 가처분도 신청했다.
A씨 측은 존속폭행을 가중처벌하는 형법 조항이 위헌이라며 이를 근거로 한 법원 판결도 취소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도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아 직접 헌법소원을 청구했고, 해당 사건은 전원재판부에 회부돼 헌재에서 심리 중이다.
A씨를 대리하는 노희범 변호사는 "헌재에서 법률 위헌 여부를 심리 중인데 판결이 확정돼 불이익을 받고 있으니 우선 재판을 취소해달라는 것"이라며 "(기존 헌법소원에서) 위헌 결정이 나오면 재심을 청구해야 하는데, 당사자 입장에선 재심보다는 재판소원을 통해 취소하는 게 더 직접적인 수단이 된다"고 설명했다.
최근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은 당사자들도 잇달아 재판소원을 예고하고 있다.
전날 대법원에서 의원직 상실형을 확정받은 양문석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본권을 간과한 부분이 있다면 헌재 판단을 받아보려 한다"며 재판소원 청구 가능성을 시사했다.
2022년 대선 국면에서 당시 유력 대선주자였던 이재명 대통령의 '조폭 연루설'을 제기해 전날 유죄가 확정된 장영하 국민의힘 성남시 수정구 당협위원장도 페이스북에 "즉시 재판소원과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재판소원제는 기존 헌법소원 심판 대상에서 제외됐던 '법원의 재판'에 대해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할 수 있는 제도다.
확정된 재판이 ▲ 헌재 결정에 반하거나 ▲ 헌법·법률이 정한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거나 ▲ 헌법·법률을 명백히 위반해 기본권을 침해한 경우 재판 확정일로부터 30일 이내 청구할 수 있다.
헌재는 심리를 거쳐 법원의 재판이 헌법에 어긋난다고 판단한 경우 해당 재판을 취소하고, 법원은 헌재 결정 취지에 따라 다시 재판해야 한다.
다만, 모든 사건이 헌재 본안 판단을 받는 건 아니다. 헌재는 사건이 접수되면 우선 지정재판부에서 법적 요건을 갖췄는지를 판단하고, 청구 요건이 부적법한 경우 본안 심리 없이 각하한다.
헌법재판소법상 청구 이후 30일 이내 각하 결정이 없으면 심판에 회부한 것으로 간주한다.
사전심사 과정에서 걸러지는 기준과 비율이 헌재의 업무 과부하 여부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약 한 달 뒤에는 이에 관한 윤곽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헌재 산하 헌법실무연구회(회장 정정미 재판관)는 오는 20일 오후 헌재 청사에서 '재판소원 적법요건 심사방안'을 주제로 비공개 발표회를 진행하고 사전심사 방안에 관해 논의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국회 측 대리인단으로 참여한 김진한 변호사(법무법인 클라스한결)가 발제를 맡고, 정광현 한양대 로스쿨 교수, 서경미 성균관대 교수 등이 토론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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