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산업의 동력을 책임져온 전기요금 체계가 대형 화력발전 중심의 '야간 유도형'에서 재생에너지 중심의 '주간 분산형'으로 완전히 탈바꿈한다. 태양광 발전량이 급증하는 낮 시간대 전력 공급 과잉 문제를 해결하고 산업계의 비용 부담을 실질적으로 완화하기 위해, 정부가 1977년 시간대별 차등 요금제 도입 이후 49년 만에 계절 · 시간대별 요금 체계를 전면 개편했다.
"낮 요금은 싸게, 저녁은 무겁게"… 전력 수급의 물길을 바꾸다
13일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한국전력공사가 발표한 개편안의 핵심은 낮 요금을 낮추고 저녁과 심야 요금을 높여 전력 소비 시간대를 인위적으로 옮기는 것이다. 기존 요금제는 밤 시간 사용을 유도해왔으나, 최근 재생에너지 비중이 커지며 낮 시간 전력이 남아도는 '출력제어' 현상이 빈번해지자 가격 신호를 통해 수요 조절에 나선 것이다. 실제 출력제어 횟수는 2023년 2회에서 올해 82회로 급증하며 에너지 낭비 논란이 제기되어 왔다.
구체적으로 낮 시간대(최고부하) 요금은 여름 · 겨울철 kWh당 16.9원, 봄 · 가을철 13.2원 등 평균 15.4원 인하된다. 반면 심야(경부하) 시간대 최저요금은 kWh당 5.1원 인상된다. 특히 평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의 고가 요금 구간을 중간 요금으로 낮추는 대신, 화석연료 발전 의존도가 높아져 발전 원가가 상승하는 오후 6시~9시를 최고 요금 구간으로 조정해 전력 소비의 '주간 집중'을 유도하기로 했다.
봄 · 가을 주말 '반값 전기' 도입… 중소기업 수혜폭 더 클 듯
파격적인 할인 혜택도 도입된다. 출력제어가 가장 자주 발생하는 3~5월(봄)과 9~10월(가을) 주말 및 공휴일 낮 시간(11시~14시)에는 전기요금을 50% 할인한다. 이 제도는 2030년까지 5년간 한시적으로 운영되며, 향후 산업계의 수요 이전 참여도에 따라 연장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또한 공급 과잉 시 전력을 소비하면 보상하는 '플러스 수요관리(DR)' 제도와 연계해 기업이 리터당 최대 31~50원의 저렴한 가격에 전력을 구매할 수 있는 길도 열었다.
정부 분석에 따르면 이번 개편으로 산업용(을) 적용 기업의 97%인 약 3만 8,000개 사업장의 요금이 하락할 전망이다. 특히 주간 조업 비중이 높은 중소기업은 kWh당 평균 2.7원의 인하 효과를 누릴 것으로 보여 대기업(1.1원↓)보다 혜택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평일 낮 조업 위주의 기업은 최대 18원까지 요금이 낮아질 수 있다. 개편안은 4월 16일부터 시행되나, 조업 조정이 필요한 기업을 위해 오는 9월 30일까지 유예 신청 기간을 부여하기로 했다.
에너지 DX 가속… 전기차 · 지역별 요금제로 확장
이번 개편은 산업용을 넘어 에너지 산업 전반으로 확산된다. 전기차 충전 요금 역시 시간대 조정과 봄 · 가을 주말 할인이 동일하게 적용되며, 일반용과 교육용 요금제는 6월 1일부터 개편안이 반영된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개편은 화석 연료 중심의 낡은 요금 체계를 재생에너지 시대에 맞게 재설계한 선제적 대응"이라며 "향후 송전 비용과 지역 균형 발전을 고려해 지역별로 요금을 차등화하는 '지역별 전기요금' 도입도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폴리뉴스 차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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