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중동 전쟁, 인류 공공재 '기후'도 파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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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중동 전쟁, 인류 공공재 '기후'도 파괴했다

프레시안 2026-03-13 17:58:1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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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으로 더 망가지는 인류 공공재 '기후'

지난달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예고 없는 침공으로 시작된 '2026년 이란 전쟁'이 10일을 넘겼다. 이란에서만 천 명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고 미국의 전쟁 비용이 매일 10억 달러, 즉 약 1조 5000억 원이 투입되는 중이다. 전쟁은 그 자체로 반인륜적이며 재난적이지만, 그 이상으로 기후에도 극히 해롭다.

군대의 탄소발자국은 악명 높은데, 전투기 한 대가 한 시간 비행하는 데 소모하는 연료는 일반 승용차가 수년간 사용하는 양과 맞먹을 정도고, 항공모함과 전차를 포함해 모든 군 장비가 지독한 화석연료 포식자다. 폭격으로 인한 산림과 자연 파괴와 토양 오염, 파괴 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와 메탄 배출 등 전쟁의 모든 행위가 기후에 해롭다. 자국의 온실가스를 지난해 다시 증가세로 역전시킨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 최대 온실가스 배출 조직인 미군을 동원해 다시 전쟁을 일으킴으로써 세계 온실가스 증가를 부추기고 있다.

지구 온도 상승이 1.5도를 넘으려고 하는 가장 결정적 순간인 지금, 우크라이나 전쟁과 가자 전쟁에 이어 이란 전쟁까지 세계가 전쟁의 소용돌이에 몰린 상황은 우리에게 두 가지 숙제를 남겼다. 그 첫 번째는 글로벌 차원에서 무너지고 있는 기후 대응 거버넌스를 시급히 회복해야 할 과제다. 이는 조셉 나이가 지목한 '킨들버거 함정(Kindleberger's trap)'과 관련된다. 약 한 세기 전 경제사학자 찰스 킨들버거는 1930년대 대공황이 발생한 이유를 분석하면서, 안정된 무역 관계나 환율 조정, 유동성 공급 등 글로벌 공공재를 제공할 지도 국가의 부재를 지목했다.

당시 기존 강대국 영국은 세계 경제를 안정화할 힘을 잃어가고 있었지만, 신흥 경제 대국으로 부상한 미국은 힘은 있었으나 의지가 없었다. 결국 누구도 세계 경제의 안정화를 책임지지 않는 상황이 만들어졌는데, 조셉 나이는 이를 킨들버거 함정이라고 이름 붙였다. 딱 지금의 세계 질서가 비슷한 상황이다. 글로벌 규범과 규칙 준수에 모범을 보여야 할 기성 강대국 미국은 오히려 앞장서 질서 파괴자를 자처하고 있다. 그런데 신흥 강대국으로 성장한 중국은 여전히 전쟁 억제나 적극적인 기후 대응보다는 소극적으로 자국 안전을 우선시한다.

기후 대응에서 이 대목은 특히 극적이다. 트럼프 2기 미국은 지난 수십 년 동안 구축했던 기후 대응 협약과 제도 기반들을 차례로 허무는 것을 넘어 화석연료 개발을 전방위적으로 부활시키는 중이다. 반면, 한편 값싼 재생에너지라는 글로벌 공공재를 공급해 온 중국은 이번에 15차 '5개년 규획'을 새롭게 세우면서도 여전히 명시적으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강화하거나 기후 대응 국제 거버넌스에서 더 책임 있는 역할에 나서려는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이 상황에서 한국처럼 중견 국가(middle-power state)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중견 국가들이 서로 연대하여 적극적으로 기후 대응을 선도하고, 글로벌 규범과 규칙의 준수를 강대국에 요구하고, 개발도상국들 참여 유도를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전쟁으로 더욱 악화 일로를 걷는 기후 위기 대응이 완전히 무력화되지 않도록 하면서 지구 온난화로 인한 재난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이란 침공이 재확인시킨 '에너지 안보', 이번엔 다른 대응으로

한편, 이란 전쟁의 소용돌이는 국내 기후 대응에서도 새로운 과제를 안겼다. 전쟁으로 인해 중동에서 수입하는 석유와 가스 수급에 심각한 차질이 발생한 것이다. 한국은 현재 석유의 70%와 가스의 20%를 중동 전쟁 지역에서 의존하므로 전쟁이 에너지 수급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전쟁 이후 주가가 다른 어떤 나라보다 큰 폭으로 등락하고, 주유소 석유 가격 폭등이 심한 건 그 때문이다. 전쟁의 여파가 커지면 거시경제와 민생 모두에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될 것이다.

이 상황에서 태양광과 풍력을 포함한 재생에너지는 기후 대응뿐 아니라 에너지 안보에서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확인되었다. 석유 대외의존도를 줄이는 대규모 재생에너지 전환은, 지금과 같은 전쟁 시기에 에너지 안보에 결정적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일찍이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직후 유럽연합이 리파워 유럽계획(REPowerEU Plan)을 세우고 오히려 재생에너지 전환을 가속하기로 결정했던 것도 그 맥락이다.

전쟁으로 조성된 석유 수급 불안을 계기로 오히려 탈-탄소화와 재생에너지 전환을 더 서둘러야 한다는 얘기다. 다행히 이재명 대통령도 “이번 계기로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면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신속하고 대대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맥락에서, 기존처럼 정부의 대책이 유류세 인하, 유가 최고가격제 등을 반복하면 안 된다. 이 처방은 기존의 화석연료 사용을 관성적으로 계속하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음에 똑같은 위기가 오면 또다시 반복해야 한다.

오히려 민생 대책으로서 주거와 교통 등 시민의 일상생활에서 화석연료를 덜 써도 되는 방향으로 라이프 스타일을 바꿀 계기로 활용해 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정부가 신속하게 아파트 옥상 태양광 설치비용을 지원해서 주민의 공동 관리비를 줄여 주거나 일정 기간 베란다 태양광 비용 일부를 보조하여 개별 가구 전기요금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유류 가격 폭등으로 인한 교통비 부담도 마찬가지다. 단기적으로 유류세를 인하는 등의 기존 정책은 기존의 자가용 이용을 계속하도록 방치하게 된다. 지난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지금까지 스무 차례 반복 연장된 유류세 인하 조치가 대표적이다. 누적 총액이 20조 원에 가까울 걸로 추정된다.

이번에는 'K-패스' 환급 금액을 일시적으로 대폭 늘리는 방식과 같이 자가용 대신 대중교통을 더 많이 이용하도록 생활 패턴의 변화를 유도하면서도 비용 부담을 줄이는 정책이 필요하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가가 폭등하자 독일이 그 유명한 '9유로 티켓'을 한시적으로 도입했던 사례를 생각해 봐야 한다. 전쟁으로 치솟은 유가 영향을 최소화하면서도 기후에 이로운 방향으로 해법을 찾자는 것이다.

가뜩이나 위험한 기후를 전쟁이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세우고 있다. 글로벌 기후 거버넌스는 최악으로 엉클어졌고, 개별 국가들에서도 기후 재난과 에너지 부담이 중첩될 위험성 앞에 놓여있다. 전쟁이라는 최악의 재난에서 전환의 모멘텀을 찾는 지혜를 발휘할 때다.

▲ 지난 3월 7일 오후 이란 테헤란의 석유 저장 시설이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화염에 휩싸인 모습.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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