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은미의 리걸태그] 전쟁이 막은 바닷길…'불가항력'이 된 호르무즈 해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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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은미의 리걸태그] 전쟁이 막은 바닷길…'불가항력'이 된 호르무즈 해협

아주경제 2026-03-13 17:15:3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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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이미지는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GPT 기반 이미지 생성 도구로 제작한 가상 이미지입니다
[위 이미지는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GPT 기반 이미지 생성 도구로 제작한 가상 이미지입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군사시설 공습 이후 중동 정세가 급격히 악화하면서 세계 에너지 공급망의 핵심 관문인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국제사회의 긴장 한복판에 섰다.

이란은 해협 폐쇄를 선언하며 통과 선박에 대한 공격 가능성을 경고했고, 실제로 미사일과 드론 공격이 이어지면서 해협은 사실상 마비 상태에 가까운 상황으로 평가된다.

문제는 이곳이 단순한 지역 해협이 아니라는 점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해상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운송의 상당량이 지나가는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의 핵심 병목지점이다. 이곳의 긴장이 고조되면 그 여파는 중동을 넘어 전 세계 산업과 기업 활동에까지 이어진다.

특히 우리 기업들에게는 물류와 에너지 가격 문제를 넘어 계약 문제가 현실적인 위험으로 떠오르고 있다.
 
세계 물류의 '목줄' 잡힌 호르무즈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연결하는 좁은 해상 통로에 불과한데, 전략적 의미는 막대하다.

전 세계 해상 원유 교역의 상당량이 이 해협을 통과하며 LNG와 비료 등 주요 자원 운송도 이곳을 거친다.

이번 분쟁으로 상황은 급격히 악화됐다. 주요 선사들이 해협 통과를 중단하거나 우회 항로를 선택하면서 글로벌 해운 시장은 빠르게 긴장 상태에 들어갔다. 전쟁 위험 보험료는 급등했고 선박 운항 계획도 잇따라 변경되고 있다.

이처럼 먼 중동의 해협에서 벌어진 군사 충돌은 결국 우리 기업의 납기와 공급망 문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계약 못 지키면 책임일까…'불가항력' 쟁점
위 이미지는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GPT 기반 이미지 생성 도구로 제작한 가상 이미지입니다
[위 이미지는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GPT 기반 이미지 생성 도구로 제작한 가상 이미지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국제 거래 계약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법적 질문은 단순하다.

"전쟁 때문에 계약을 못 지키면 책임을 져야 할까."

국제거래에서는 이를 흔히 '불가항력(Force Majeure)' 문제라고 부른다.

불가항력이란 전쟁이나 자연재해처럼 당사자의 통제를 벗어난 사건 때문에 계약을 이행할 수 없게 된 경우 책임을 면하거나 의무 이행이 일시적으로 정지되는 개념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법무법인 율촌의 안정혜 변호사는 "전쟁이나 봉쇄 같은 지정학적 사건이 발생했다고 해서 곧바로 불가항력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실제로 계약 의무 이행이 불가능했는지, 대체 운송 경로나 공급 수단이 있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단순한 비용 상승만으로는 불가항력으로 인정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는 것이 국제 거래 실무의 일반적인 판단 기준이다.
 
비용 상승만으로는 면책 어려워

율촌은 최근 보고서에서 호르무즈 해협 위기가 국제 계약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분석하면서 불가항력 인정 조건을 여러 측면에서 설명했다.

예를 들어 항로 위험이 증가해 운임이나 보험료가 상승하는 정도만으로는 계약 이행이 완전히 불가능해졌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다른 항로를 통한 운송이나 대체 공급 수단이 존재한다면 불가항력 주장이 제한될 가능성도 있다.

안 변호사는 "계약에서 요구하는 절차를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며 "대부분의 국제 계약은 불가항력 발생 시 일정 기간 내 상대방에게 통지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이를 지키지 않으면 면책 주장이 인정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해운·보험 시장까지 번지는 충격

이번 사태는 단순히 계약 조항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해운과 보험 시장에도 직접적인 충격을 주고 있다.

법무법인 태평양의 박성원 변호사는 "호르무즈 해협과 홍해 항로가 동시에 위협받는 상황이 이어질 경우 글로벌 해운의 핵심 병목 지점 두 곳이 동시에 흔들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박 변호사는 "이 경우 선박 우회 운항, 전쟁 위험 조항 적용, 운송 지연에 따른 비용 부담 등 다양한 계약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며 "운송 계약과 매매 계약, 보험 계약 전반에서 법적 해석 문제가 본격적으로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선박이 전쟁 위험을 이유로 항로를 변경하거나 운항을 거부할 경우 추가 비용을 누가 부담할지 역시 중요한 분쟁 쟁점이 될 수 있다.
 
정부도 대응…기업 법률 지원

우리 정부도 대응에 나섰다.

법무부는 최근 중동 정세 악화와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에 대비해 우리 기업들을 위한 불가항력 대응 전략 안내자료를 마련해 배포했다.

법무부는 해협 통항 제한이 장기화될 경우 해상 물류 지연과 운송 비용 상승 등 국제 거래 환경의 불확실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보고 기업들에게 계약상 불가항력 조항을 면밀히 검토할 것을 당부했다.

또 계약 이행이 어려워질 경우에는 불가항력 발생 사실을 상대방에게 지체 없이 통지하는 등 계약 절차를 준수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해외진출기업 국제법무지원단'을 통해 해외 거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법률 문제에 대한 자문 지원도 제공하기로 했다.
 
먼 해협에서 시작된 법의 문제
위 이미지는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GPT 기반 이미지 생성 도구로 제작한 가상 이미지입니다
[위 이미지는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GPT 기반 이미지 생성 도구로 제작한 가상 이미지입니다.]

호르무즈 해협은 한국에서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다.

하지만 세계 에너지와 물류가 서로 얽혀 있는 현재, 이 좁은 해협에서 벌어진 군사 충돌은 곧바로 우리 기업의 계약과 공급망 문제로 이어진다.

그리고 그 순간 기업들은 단순한 시장 위험이 아니라 '법의 문제'와 마주하게 된다.

전쟁이 막은 바닷길이 국제 거래 계약에서는 어떤 의미를 갖게 될지,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은 지금도 그 질문을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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