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필수의료 분야의 의료사고에 대한 공소를 제한하는 내용의 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이하 복지위)를 통과한 가운데, 의료계와 환자 및 소비자단체의 입장이 갈리고 있다. 의료계는 필수의료가 재건될 수 있다며 환영한 반면, 환자 등 단체들은 “위헌”이라며 법 개정에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복지위는 13일 전체회의를 열고 6건의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이하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해당 개정안은 중증·소아·응급·분만·외상 등 필수의료 행위 중 업무상과실치사상죄가 발생할 시 임의적 형 감면 규정을 두고 피해자에게 손해배상 책임보험 등을 통해 보상이 이뤄지면 의료인에 대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한 것이 골자다.
이를 두고 소비자시민모임·한국소비자연맹·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공동성명을 내고 “위헌 소지가 큰 ‘손해배상금 지급을 조건으로 검사의 공소제기를 금지한 의료사고 형사처벌 특례’ 조항은 삭제돼야 한다”며 “업무상 과실로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합의나 배상만으로 검사의 공소권 자체를 막는 제도는 우리 법체계에 존재하지 않는다. 이는 법적 정의에도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이어 “소방·경찰·군인처럼 고위험 공익 업무를 수행하는 직종에도 허용되지 않는 형사면책 특권을 의료인에게만 부여한다면 이는 특정 직역에 대한 과도한 특혜이자 형평성 위반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들 단체는 정부와 국회는 공청회, 의료혁신위원회를 통한 공론화 과정 등 의료사고 피해 환자와 유가족의 의견을 듣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촉구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도 전날 성명을 통해 복지위를 향해 “졸속 개정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경실련은 “환자의 사망이나 중상해 의료사고에도 형사기소를 제한하는 것은 환자의 안전과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위헌적 규정”이라며 “업무상과실치사상에 대해 면책을 주는 사례는 전 세계 어디에서도 유래를 찾을 수 없으며 무엇보다 환자의 안전과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한다는 측면에서 위헌 시비를 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의료계에서는 붕괴 위기에 놓인 필수의료를 정상화하기 위해서 이 같은 법안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한의사협회 김성근 대변인은 전날 정례브리핑에서 “필수의료 분야의 사법리스크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개정된 부분에 대한 환영의 입장을 표한다”고 말했다.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더라도 필수의료 회복을 위한 제도 개선이라는 의료계의 기대와 환자 권리 침해 및 위헌 가능성을 제기하는 시민사회의 반발이 맞서면서 향후 입법 과정에서도 적지 않은 논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복지위는 이날 국립의전원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안 제정안을 위원회 대안으로 의결했다. 이 제정안은 국가가 공공의료 분야에 종사할 의사를 양성하기 위한 국립의전원 설립 근거를 담았다.
이외에도 환자 권리 보장을 강화하는 내용의 환자기본법 제정안, 마약류 범죄 대응 강화를 위한 마약류 관리법 개정안 등도 의결 처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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