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자리를 비운 사이 아내는 보지 말았어야 할 것을 봤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13일 올라온 게시물 하나가 뜨거운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만든 사진.
작성자는 "남편이 게임을 하다가 잠깐 일을 보러 나가면서 회사 채팅을 켜놓은 채 자리를 떴다"며 "컴퓨터를 이어받아 쓰다가 화면에 떠 있는 대화를 보게 됐다"고 했다. 남편의 대화 상대는 남편 회사 다른 지사의 여직원이었다. "일부러 찾아본 건 아니었다"는 그의 말은, 이후 이어지는 사연과 맞물려 오히려 더 큰 아이러니로 읽힌다.
채팅 내용은 구체적이었다. 남편은 그 여직원과 점심을 단둘이 먹었고, 해당 지사 직원들 몫으로 7만4000원짜리 고디바 초콜릿을 직접 사다줬다. 식사를 마친 뒤에는 "행복했다"는 메시지를 보냈고, 여직원에게는 "살쪄도 귀엽다"는 말도 건넸다. 몇 시에 잠자리에 드는지, 점심은 먹었는지 묻고 답하는 일상적인 안부도 수시로 오갔다. 작성자는 "채팅 말투를 보니 내 연애 초반 생각이 나더라"고 했다. 10년을 함께한 사람이기에 단번에 알아챈 온도였다.
남편은 다그치는 아내에게 "절대 연애 감정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그러나 작성자가 "네가 하는 게 유사 연애다. 입장을 바꿔 내가 그랬다고 생각해 보라"고 몰아붙이자 충격을 받은 듯 울며 사과했다. 스스로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직접 짚어주기 전까지는 인지조차 못 했다는 뜻이다. 남편이 내놓은 해명은 "애정결핍이 있어서 어딘가 의지하고 싶었던 것 같다"는 것이었다. 작성자는 "원래 약간 감성적인 남자라 이해해 보려고 했는데 도저히 안 되겠더라"고 했다.
게시물에 달린 댓글들은 대체로 냉정했다. 가장 높은 공감을 받은 댓글은 단 다섯 글자였다. "그게 시작임." 이어진 반응들도 대동소이했다. "힘든 일이 있는 것과 정서적 바람을 피우는 것은 전혀 다른 얘기다.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바람을 피우냐"는 지적이 나왔고, "정서적 바람이 육체적 바람보다 심각하다. 그거 못 고친다"는 단호한 진단도 달렸다. "다정한 감성 남성들이 바람을 더 많이 피운다. 내게만 다정한 게 아니라 모든 여자에게 다정하고 잘 챙겨주기 때문"이라는 경험담도 적지 않은 공감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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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쪄도 귀엽다"는 발언을 둘러싸고는 날선 해석이 쏟아졌다. "그 여직원이 남편 눈에 당신보다 날씬하고 예쁜 수준이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말"이라는 댓글이 달렸고, 고디바 초콜릿을 직접 사다준 행위에 대해서는 "거의 '여자 친구 잘 봐주세요' 급 아니냐"는 반응도 나왔다. "키스하고 성관계를 해야 불륜이냐. 정신적인 바람도 엄연히 있다"고 쐐기를 박는 목소리도 있었다.
직장 내 이성 간 관계에 대한 경험담도 이어졌다. 스스로 "다정한 감성 남성"이라고 밝힌 한 누리꾼은 "회사 이성 동료와는 딱 선을 긋는다. 과도한 일상 토크도, 외모 칭찬도 하지 않는다"며 "남편의 행동은 내 기준으로는 선을 많이 넘은 것"이라고 했다. "이성 간에 둘이 있는 것만으로도 소문이 나는데, 회사 사람들은 안 보는 것 같아도 다 보고 느낀다"는 댓글도 달렸다.
작성자는 "10년을 본 사람이라 채팅만 봐도 남편이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지 느껴져서 소름이 돋았다"며 "그 여직원도 둘이 이렇게 연락하는 걸 회사 사람들이 알면 크게 놀랄 거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작성자에 따르면 해당 여직원에게는 남자 친구가 있고, 남편과는 대학 동창 사이다. 남편은 다른 지사에 업무상 방문한 것이라고 했지만, 작성자는 "별것도 아닌 핑계를 만들어 우연을 가장한 것 같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고 했다. "너 모르게 반차나 연차를 쓰고 그 여자와 몰래 만날 수도 있다. 연차 횟수도 잘 봐야 한다"는 댓글에 작성자는 짧게 답했다. "연차 잘 봐야겠다."
댓글 수백 개를 읽어 내려가면서 작성자의 어조는 조금씩 굳어갔다. 처음에는 "마음을 단단히 먹고 관계 개선을 시도해볼 필요는 있을 것 같다"고 했던 그는 이내 "앞으로 증거를 더 모으려 한다. 이전에 쓴 연차까지 전부 확인할 것"이라고 했다. 또 "오늘부터 자기 전에 하루 한 번 휴대폰을 확인한다"고도 했다. 비밀번호는 이미 받아뒀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 큰 성인 남성을 단속해야 한다니, 진짜 좀 슬프다"고 했다.
"결국엔 헤어질 듯"이라는 댓글에 작성자는 포기한 듯 답했다. "그럴 듯." 그리고 한마디를 더 남겼다. "그냥 천천히 정을 떼는 시간이 될지도." 작성자는 "지금까지는 백년해로할 거라고 생각했는데"라며 말을 흐리며 "결혼 어렵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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