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새 최고지도자로 선출된 아야톨라 세예드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12일(이하 현지시간) 첫 공개 메시지를 통해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계속하라고 지시하며 미국과 이스라엘에 대한 '초강경' 대응을 선언했다.
이처럼 새 최고지도자의 메시지가 나오면서 당초 알리 하메네이 제거를 통해 이란 신정체제 전복을 원했던 미국과 이스라엘은 '목표 수정'이 불가피해졌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이스라엘 당국자들이 이란의 현 정권이 가까운 미래에 붕괴할 가능성이 낮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소식도 전해지고 있다.
모즈타바, 첫 메시지서 초강경 대응 선언 "순교자 피에 대해 복수"
아야톨라 세예드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새 최고지도자로 선출 된 후 처음으로 공개 메시지를 냈다. 메시지의 핵심은 미국·이스라엘에 대한 '초강경' 대응이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모즈타바는 12일 국영TV를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적(미국·이스라엘)을 압박하는 수단으로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라는 지렛대를 계속 사용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한, 지금보다 공격적인 대응에 나서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모즈타바는 "적이 경험하지 못했고 취약한 '제2의 전선'을 형성하는 것에 대한 검토가 끝났다"며 "전쟁 상황과 국익에 따라 이를 즉각 활성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항의 축 협력은 시온주의자(이스라엘)의 악행을 제거하는 길을 단축할 것"이라고 했다.
이는 미국과 이스라엘을 겨냥한 게릴라전이나 테러 등을 본격화할 것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주변의 이웃 국가들에게는 미군 기지 타격을 위함이었다고 그동안의 공격을 정당화하면서 "우리 국민을 살해한 자들을 도운 기지들을 조속히 폐쇄하라"고 요구했다.
특히 이란 남부 미나브의 초등학교에서 폭사한 여학생들을 순교자로 언급했다.
이에 이란 언론들은 "새 최고지도자가 순교자의 피에 대한 복수를 선언했다"는 제목으로 일제히 보도했다.
한편, 이날 첫 대국민 메시지는 국영방송 앵커가 대독했다. 모즈타바는 지난달 28일 공습 때 부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새 지도자 명령에 유조선 공격…이스라엘, 테헤란 공습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모즈타바의 메시지가 나온 후 성명을 내고 이란의 에너지 인프라와 항구가 공격받으면 중동 지역 내 석유 및 가스 시설을 불태우고 파괴하겠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이란은 연일 호르무즈 해협과 인근 해역에서 유조선을 겨냥한 공격을 이어가고 있다.
영국해사무역기구(UKMTO)에 따르면 현지시간 12일 오전 1시 30분께 걸프만 북부 이라크 해안에서 유조선 2척이 미확인 발사체에 피격됐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UKMTO는 두 선박 모두 피격 직후 화재가 발생했으나 승무원 전원이 대피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라크 국영 통신 INA는 승무원 총 38명이 구조됐으나 1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12일 오전 6시 19분께 호르무즈 해협 인근 아랍에미리트(UAE) 해안을 항해하던 컨테이너선 1척도 정체불명의 발사체에 공격당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선박 추적 데이터를 토대로 지난달 28일 전쟁 발발 이후 지금까지 최소 16척의 선박이 걸프만에서 공격받은 것으로 자체 집계했다.
이스라엘도 이란 수도 테헤란을 겨냥한 대규모 파상 공격을 재개했다. 이스라엘군의 표적은 테헤란 전역에 있는 이란 정권 기반 시설이었다.
동시에 IRGC 산하 준군사조직인 바시즈 민병대가 테헤란 내에 설치한 검문소들도 이날 하루 동안 타격했다고 이스라엘은 밝혔다.
미-이스라엘, '이란 체제전복→군사력 약화' 목표 수정
한편 이란 공습 3주차를 맞는 미국과 이스라엘은 최근 군사작전 목표를 수정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당초 이란의 신정체제를 붕괴시키는 것을 목표로 삼았으나 이란 지도부가 상당한 타격을 입었음에도 여전히 권력을 유지하고 있고 새로운 최고지도자가 등장하면서 현재로서는 정권 붕괴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2일 트루스소셜에 "악의 제국인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해 중동은 물론 전 세계를 파괴하는 일을 막는 것"이라는 목표를 제시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같은 날 기자회견에서 이란 국민이 자국의 신권 통치를 전복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전쟁 목표를 공개했다.
그는 "이란 국민이 정권을 무너뜨릴지 확실히 말할 수는 없다"며 "설령 정권이 무너지지 않더라도 훨씬 약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전쟁 발발 때와 달리 이란 체제 전복의 가능성을 불확실한 영역으로 분류하며 한발 물러서는 모습도 보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12일 이란의 체제전복을 기치로 내걸고 전쟁을 시작한 이스라엘이 현실적 난제에 부닥쳐 군사작전의 목표를 하향 조정했다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이스라엘 당국은 전쟁이 2주일째를 맞았지만 이란의 군사 및 정치 지도부는 여전히 제 기능을 하면서 사태에 대응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러한 상황을 반전시키려면 앞으로 몇주 또는 몇개월의 전투가 더 필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은 이스라엘이 당장 이란 정권을 전복시키기는 대신 이스라엘에 가하는 위협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란의 군사력을 약화하는 방향으로 작전 목표를 바꿨다고 전했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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