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노태하 기자]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현 경영진과 최대주주 연합인 영풍·MBK파트너스 연합 간 갈등이 격화되며 주주 표심을 둘러싼 여론전이 치열해지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양측은 의결권 자문사 보고서 해석을 둘러싼 공방부터 의결권 대리행사 논란, 과거 주주총회 절차 문제까지 잇따라 입장문과 보도자료를 내놓으며 주주 표심을 둘러싼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는 모습이다.
이같은 여론전이 격화되는 배경에는 팽팽한 지분 구조가 자리하고 있다. 현재 고려아연은 경영진 측과 영풍·MBK 연합이 전체 약 80%대 지분을 나눠 보유하며 비슷한 지분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가운데 실제 표 대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립 주주 지분은 약 10~15% 수준으로 추산된다.
이에 따라 이번 주총에서는 이들 중립 지분의 표심이 주요 안건 가결 여부를 좌우할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 때문이다.
오는 24일 열리는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이사 선임과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 정관 변경 등 주요 안건이 다뤄질 예정이다. 특히 이사회 구성과 관련된 안건이 경영권 분쟁의 향방과 직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양측은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의 보고서를 둘러싸고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놓으며 여론전에 나서고 있다.
ISS, 글래스루이스 등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는 주주총회 안건과 기업 지배구조를 분석해 기관투자자 등에 의결권 행사 방향을 권고하는 기관이다. 지분이 팽팽하게 맞서는 현 상황에서는 중립적인 기관투자자와 소액주주의 표심이 결과를 좌우할 수 있는 만큼 양측이 자문사 의견을 근거로 자신들의 안건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ISS는 고려아연 경영진 측 이사 선임안에는 찬성을 권고하면서도 최윤범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에는 반대하며 지배구조 개선 필요성을 지적한 반면, 글래스루이스는 현 경영진 중심의 이사회 운영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에 영풍·MBK 측은 ISS 보고서를 근거로 지배구조 정상화를 주장하고, 고려아연 측은 글래스루이스와 국내 자문기관 의견을 들어 현 경영진 체제를 옹호하고 있다.
한편 이번 정기 주총의 주요 쟁점 중 하나인 분리선출 감사위원 확대 안건을 두고도 양측의 입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ISS와 글래스루이스 등 글로벌 의결권 자문기관들은 해당 안건에 대해 모두 찬성 의견을 제시했다.
고려아연 경영진 측은 9월 적용되는 개정 상법 취지를 반영해 이번 주총에서 감사위원 분리선출을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영풍·MBK 측은 관련 규정이 9월부터 시행되는 만큼 이번 주총에서 서둘러 추진할 필요가 없으며 이후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처리할 수 있다고 맞서고 있다.
이같은 이견의 배경에는 감사위원 분리선출 여부에 따라 이사회 의석 구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이해관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려아연 경영진 측은 이번 주총에서 선임할 이사 6명 중 1명을 감사위원 분리선출 방식으로 선임할 경우 대주주 의결권이 3%로 제한되는 ‘3% 룰’이 적용돼 해당 자리를 경영진 측 인물로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반면 영풍·MBK 측은 우선 6명을 일반 이사로 선임한 뒤 개정 상법 시행 시점에 임시 주총을 열어 감사위원을 선임하는 방안을 주장하며 전략적 선택지를 확보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주총을 앞두고 의결권 대리행사 과정에서도 논란이 불거졌다. 고려아연은 영풍·MBK 측 의결권 권유 대행업체 직원들이 회사 직원으로 오인될 수 있는 방식으로 주주 접촉을 했다며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지만, 영풍·MBK 측은 관련 활동이 법령에 따라 진행됐고 명함에도 대리인 신분을 명확히 표시했다며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과거 임시 주주총회를 둘러싼 갈등도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영풍·MBK 측은 지난해 임시 주주총회 과정에서 상호주 구조 형성을 통해 최대주주인 영풍의 의결권이 제한된 것이 위법이라는 법원의 판단이 있었다며 현 경영진의 책임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반면 고려아연은 영풍·MBK 측이 과거 반대하거나 가처분을 제기했던 안건을 다시 주총에 상정하며 주주 혼란을 키우고 있다고 맞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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