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재한 항공·방산 전문기자] 정부가 도심항공교통(UAM)을 2028년부터 공공서비스 형태로 도입하겠다는 로드맵을 내놓았다. 업계에서는 기체 개발과 인증 상황을 고려하면 실제 실행 가능성은 여전히 불확실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현재 기술 수준에서는 중국 업체를 제외하면 단기간 내 운용 가능한 기체가 사실상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27일 ‘2030 모빌리티 혁신성장 로드맵’을 발표하고 2028년 공공서비스 중심 UAM 상용화를 목표로 제시했다. 로드맵에 따르면 2027년까지 기체 인증과 사이버보안 등 안전체계를 구축하고, 2028년까지 버티포트와 통신망 등 공공 인프라를 조성할 계획이다. 이후 2030년부터 민간 주도의 상업 서비스를 본격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 eVTOL 인증, 여전히 진행 중
하지만 글로벌 UAM 산업의 핵심인 eVTOL(전기 수직이착륙기) 기체 개발과 인증 상황을 보면 일정이 순조롭지만은 않다. 13일 로이터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미국 연방항공청(FAA)과 유럽항공안전청(EASA)은 eVTOL 운항 규정과 인증 기준을 상당 부분 마련했지만, 승객용 eVTOL이 비행을 위한 필수 인증인 ‘형식증명(Type Certificate, TC)’을 취득했다는 공식 발표는 아직 없다.
미국에서는 조비 에비에이션(Joby Aviation)과 아처 에비에이션(Archer Aviation)이 인증 경쟁의 선두주자로 꼽힌다. 이 중 조비의 시험기 누적 비행거리는 약 8만km를 넘어선 가운데 미 연방항공청 인증을 위한 시험비행을 계속 진행하고 있다고 로이터가 12일 보도했다.
아처의 ‘미드나이트(Midnight)’도 인증 절차가 진행 중이다. FAA는 지난 2024년 미드나이트의 감항 기준을 확정했고, 아처는 항공운송에 필요한 항공운송사업자 인증, 항공기 정비를 위한 정비 조직 인증, 조종사 양성을 위한 조종사 교육기관 인증을 취득했지만, 형식증명(TC)은 아직 취득하지 못한 실정이다.
유럽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유럽항공안전청은 지난 2019년 eVTOL 인증 기준인 SC-VTOL을 마련했지만, 지난달까지 승객용 eVTOL 형식증명이 발급된 사례는 없다. 독일의 볼로콥터(Volocopter) 등이 인증 절차를 진행 중이지만, 상업 운항 목표 시점을 2027년 이후로 제시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eVTOL 인증에서 가장 앞서있다는 평가다. eVTOL 제작사인 이항(EHang)의 EH216-S 기체가 2023년 중국 민용항공국(CAAC)으로부터 형식증명을 취득했고, 이후 생산증명과 운항증명까지 취득했다. 업계에서는 단기간 내 실제로 운용할 수 있는 eVTOL은 중국 업체가 사실상 유일하다는 분석이다.
◇ 업계 “기체 없으면 서비스도 없다”
국내 업계에서는 실제 UAM 서비스 도입 여부는 결국 기체 확보에 달려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 세계 UAM 산업은 확장 국면이라기보다 속도 조절 단계에 가깝다”며 “기체 인증이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전체 일정이 뒤로 밀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UAM은 결국 항공기 산업이기 때문에 기체 인증이 나오지 않으면 서비스 일정도 의미가 없다”면서 “현재 상황에서는 2028년에 운용할 수 있는 기체가 확보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현재 인증 상황만 놓고 보면, 중국 기체가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거론된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UAM 스타트업 ‘버티(Verty)’가 중국의 오토플라이트(AutoFlight) 기체를 도입해 실증을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르면 올해 실증 가능성 얘기도 나온다.
만약 중국 기체를 사용한다면 인증 체계와 기술 신뢰성 문제가 가장 큰 변수로 지목된다. 업계에서는 중국 인증 기준이 국제적으로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한다. 항공기 인증은 국가별 항공 당국이 발급하지만, 실제 상업 운항을 위해서는 미 연방항공청이나 유럽항공안전청 기준에 맞는 별도의 안전 검증 절차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계에서는 승객이 탑승하는 본격적인 UAM 서비스 시점이 예상보다 늦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승객이 타는 형태의 서비스는 2035년 정도를 예상하는 시각도 있다”면서 “결국 핵심은 인증받은 기체가 언제 나오느냐”라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정부의 로드맵에 대해 “지금은 기체보다 로드맵이 먼저 나온 상황”이라며 “결국 인증받은 기체가 나오지 않으면 UAM 서비스 일정도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국내에서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개발한 자율비행 개인항공기 ‘OPPAV’를 비롯해 일부 연구·실증용 UAM 기체가 기술검증과 실증비행에 투입된 바 있지만, 업계에서는 상용 운항을 전제로 한 양산형 국산 기체로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차그룹과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 일부 기업이 eVTOL 기체 개발과 관련 사업에 나서고 있지만, K-UAM 그랜드챌린지 도심 실증 단계에서 상용 수준의 UAM 기체가 투입되지 않은 만큼 국산 완성형 기체 확보는 여전히 핵심 과제로 지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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